
최근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남쪽 입구. 피크닉 나온 시민과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이곳에 꽃 장식을 한 마차 여러 대가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19세기 중반 센트럴파크가 조성된 이후 뉴욕 상류층이 마차를 타고 공원을 둘러보던 문화는 이제 맨해튼의 풍경을 즐기는 대표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센트럴파크에서는 뉴욕시 면허를 받은 마차 68대가 영업하고 있다.
그런데 뉴욕의 상징처럼 통하던 이 풍경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마차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성과 동물 복지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7일에는 인도에서 온 가족과 여행 온 로만치 마하잔(18)이 갑자기 놀라 질주하던 말이 끄는 마차에서 떨어져 숨졌다. 마차 운영 노조인 운수노조(TWU)에 따르면, 마차 운행 역사상 승객이 숨진 첫 사고다. 당시 마부가 가족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마차에서 떨어져 있던 사이 말이 갑자기 놀라 달려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운수노조는 공원 지하에서 누설된 전류에 말이 놀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안전 논란은 계속돼 왔다. 지난 5월에는 놀란 말이 다른 마차를 들이받아 마부가 다쳤고, 올해 1월에는 말이 공원 밖 교차로까지 달려가 차량 여러 대와 충돌했다. 사망 사고 발생 8일 전인 6월 9일에는 운행 중이던 말 ‘데니즈’가 공원에서 쓰러져 폐사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노조는 말이 독성 식물을 먹어 죽었다며 공원 측 과실을 주장했지만, 센트럴파크 관리위원회는 마부가 자신의 말이 아무 식물이나 먹게 내버려 뒀다며 관리 소홀을 문제 삼았다.
사고가 이어지면서 뉴욕시 의회에서는 마차 영업을 2028년 6월부로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2022년 폐사한 말 ‘라이더(Ryder)’의 이름을 따 ‘라이더법’으로 불렸던 관련 법안은 이번 사고로 숨진 관광객의 이름을 따 ‘로만치법’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센트럴파크 관리위원회도 마차 운행 금지에 공개적으로 찬성했고, 동물 보호 단체들은 말이 아스팔트 위에서 장시간 일하게 하는 것 자체가 학대라며 마차 운영에 반대하고 있다.
반면 마차 업계는 “문제는 마차가 아니라 안전 관리”라고 맞선다. 마부 아흐메트 빌리치는 AP에 “도시는 마차를 더 안전하게 운영할 방법을 찾기보다 금지부터 하려 한다”며 “공원에서 진짜 위험한 존재는 무허가 전동 자전거와 과속 배달 오토바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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