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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더운데 누가 와?" 예상을 깬 대구 새벽시장 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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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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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방불케 하는 2일 달성공원 인근... 싸고 다양한 물건들, 빈손으로 나가는 사람 없어【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8월 2일 일요일 새벽 5시 30분, 알람 소리에 눈을 뜨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대프리카의 무더위가 밤새 열대야로 이어져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였다.

'이렇게 더운데 새벽장이 제대로 설까? 요즘은 손가락 하나로 문앞까지 배달되는 세상이라 마트도 잘 안 가는데, 누가 이 더위에 새벽 시장에 와서 물건을 살까?'

하지만 지난 골목투어 때 해설사가 "꼭 한 번 가보라"며 추천했던 말이 떠올랐다. 헛걸음을 치더라도 일단 가보자 싶어 벌떡 일어났다. 돌아오는 길에 들르고 싶은 곳도 있어 차를 몰고 나섰다.

6시 15분, 달성공원 근처에 도착하자 도로변을 따라 차들이 길게 이중 주차되어 있었다. '동네 주민들이 주차해 둔 건가' 싶어 지나쳐 가는데, 조금 더 들어서자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졌다. '인산인해'라는 말이 무엇인지 눈앞에서 똑똑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달성공원 앞 도로변을 가득 메운 인파와 활기찬 새벽장의 전경.
ⓒ 홍영미


"있을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다"… 대구 사람 다 모인 새벽장

철길에서 시작된 장은 달성공원 입구를 지나 큰길까지 끝없이 이어졌다. 대구 사람들이 여기 다 나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람에 치여 밀려다닐 지경이었다.

"오랜만이시더! 우예 그키 안 보인니껴?"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시민과 상인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자주 얼굴을 익혀 서로 안부를 묻는 단골이라는 게 단번에 느껴졌다.
 

  호박, 양파, 고구마순 등 밭에서 갓 따온 듯 싱싱한 여름 채소들이 손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 홍영미


가지, 오이, 호박, 호박잎, 열무, 얼갈이배추 같은 싱싱한 채소부터 복숭아, 사과, 수박, 참외 같은 과일, 콩나물과 잡곡, 건고추, 거기에 옷, 이불, 가방, 벨트, 시계까지… 그야말로 만물상이었다. 머릿속에서는 가수 조영남의 노래 가사가 절로 떠올랐다. '있을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다'는 화개장터 가사가 딱 들어맞는 현장이었다.
 

  채소나 과일뿐만 아니라 모자, 벨트 등 생필품까지 정겹게 펼쳐진 만물상 노점.
ⓒ 홍영미

 

  달성공원 인근 시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 홍영미


흥분된 마음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길게 서 있는 줄을 발견했다. 일단 무작정 줄부터 서서 물었다.

"이거 무슨 줄입니까?"
"두부 줄 아인교. 뭔 줄도 모르고 줄 섰는기요?"

주변 분들이 웃으며 말해준다. 원래 저 아래 유명한 두부집이 오늘 문을 닫아 이 집으로 몰린 거란다.
 

  비닐봉지 대신 직접 가져온 다회용 용기에 두부를 받아 가는 야무진 ‘지구 사랑’의 현장.
ⓒ 홍영미


뒤를 돌아보니 비닐봉지 대신 집에서 큼직한 플라스틱 용기를 가져오신 분들이 눈에 띄었다. 소소하지만 야무진 '지구 사랑'의 현장이었다. 앗 차, 챙겨올 걸. 빈손이었지만 나 역시 2000원짜리 제일 작은 두부 한 모를 샀다. 집에 돌아와 반만 썰었는데도 접시 하나가 가득 찰 정도로 풍성했다.

손바닥만 한 전복이 6마리에 만 원… 사람 냄새나는 흥정의 재미

장터 곳곳에서는 놀라운 가격과 정겨운 풍경이 이어졌다.

"우와, 저래 큰 거를 여섯 마리에 만 원이면 공짜 아니가!"

소리가 나는 곳을 보니 손바닥만 한 살아있는 전복이 좌판대 위에 꿈틀거리고 있었다. 다른 노점에서는 "아이고, 고마 두 소쿠리에 오천 원 하입시더!" 하며 빼앗다시피 봉다리를 낚아채고 5000원을 쥐여주는 할머니도 보였다. 상인은 못 이기는 척 허허 웃으며 봉다리를 내어준다.

커다란 봉지에 건고추를 들고 가는 시민에게 다가가 여쭤보았다.

"김장할 고추 사셨는교?"
"예, 1년에 서른 근은 사야 되는데, 오늘 돈 가져나온 게 요것밖에 안 돼서 다섯 근만 샀구마."
"여기 시장이 좀 쌉니까?"
"그라마요! 한 근에 만 사천 원 줬으니 마이 싸지. 다른 데 가면 만 팔천 원씩 달라 카는데요."

깨끗이 손질되어 있어 방앗간에 가져가 바로 빻기만 하면 된다며 뿌듯해하시는 표정에서 장보기의 진짜 재미가 느껴졌다.

알록달록한 옷가지 사이에서 집에 계신 아내에게 줄 티셔츠를 꼼꼼히 만져보고 뒤져보는 할아버지들의 손길에는 담담하지만 깊은 애정이 묻어났다.

"자리 안 납니다"… 삶의 터전을 일구는 새벽의 활력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과 부침개 노점에 모여 이른 아침의 출출함을 달래는 나들이객들
ⓒ 홍영미


7시가 넘어가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 꼬치와 부침개 노점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부침개에 국수, 아침 반주를 한 잔 기울이며 고단한 몸을 달래는 어르신들부터, 출출한 배를 채우는 나들이객들로 노점 테이블이 가득 찼다.

연신 땀을 훔치며 찌짐(부침개)을 부치는 아르바이트생은 "사장님은 새벽 네 시에 나와가 준비하신다"며 혀를 내둘렀다.

질서 유지와 교통 정리를 위해 호루라기를 부는 상가번영회 조끼 차림의 관계자에게 슬쩍 물었다.

"여기서 장사하려카면 허락을 받아야 됩니까?"
"그라마요, 다 자기 자리가 있심더."
"자리 얻기가 많이 힘든교?"
"번영회에 신청해야 되는데 자리 없심더! 경쟁이 치열해가 자리가 통 안 납니다!"

내가 혹시 장사 자리를 탐내나 싶었는지 손사래까지 치신다. "오늘 유독 사람이 많은 건 휴가철이라 구경 삼아 나온 분들이 많아서 그렇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풍성한 식탁과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장터 주변에는 장을 보러 온 시민들이 세워둔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즐비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손잡고 나온 젊은 부부부터 반려동물과 함께 나온 사람까지 모두의 손에는 검은 봉지나 야무지게 챙겨온 장바구니가 가득 차 있었다. 단 한 사람도 빈손으로 돌아가는 이가 없었다.
 

  노란 참외가 가득 담긴 봉지를 양손에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건널목을 건너는 시민.
ⓒ 홍영미


옥수수 10개에 3000원, 파프리카 10개에 5000원. 단돈 만 원 한 장이면 일주일 식탁이 풍성해질 것 같은 착한 가격이었다.

택배 상자가 문 앞까지 배달되는 편리한 시대라지만, 새벽같이 나와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며 정을 나누는 시골 장터 같은 온기. 옛 명맥이나 겨우 이어가려니 했던 나의 생각은 기분 좋은 기우였다.

폭염마저 잊게 만드는 달성공원 새벽시장에서, 나는 사람 살아가는 진짜 활력과 따뜻한 체온을 듬뿍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혹시 지금 살맛이 나지 않거나, 문득 인생이 하찮게 느껴져 헛헛할 때, 혹은 매일의 삶이 벅차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면 이른 새벽 이곳 달성공원 새벽시장에 나와보시라. 사람 냄새 가득한 온기 속에서, 다시금 오늘을 살아갈 커다란 힘을 얻게 될 테니.
 

  장바구니 수레에 넉넉한 정과 활력을 가득 담아 집으로 돌아가는 정겨운 뒷모습.
ⓒ 홍영미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524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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