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30일 국회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 대해 "분노의 질주를 멈추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법을 만든다는 것, 두려운 일"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말 몇 마디에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나라의 법질서가 바뀐다"며 "국회의원의 권한은 참으로 막강하다"고 썼다.
박 교수는 형소법을 "국가 형사사법 체계의 설계도"라고 규정했다. 그는 "조문 한두 개가 수사와 재판의 흐름을 바꾸고, 국민의 권리와 국가의 권한을 바꾼다"며 "그런데 지금은 수십 개의 조문을 하루이틀 만에 손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솔직히 묻고 싶다. 이거 겁도 안 납니까"라고 했다.
이번 절차가 통상적 입법 과정과 거리가 멀다는 견해도 내놨다. 그는 "이 정도 규모의 개정이라면 학자와 실무가 수십 명이 몇 년 동안 연구하고 토론해도 결론을 내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다듬은 초안을 정부가 충분히 검토하고, 다시 국회가 심사하면서 몇 글자 손질하는 정도가 정상적인 입법 과정"이라며 "지금은 초안 작성부터 마무리까지 모두 국회에서 속전속결로 끝내려 한다"고 평가했다.
'일단 시행한 뒤 문제를 고치면 된다'는 식의 접근도 경계했다. 박 교수는 "형소법은 베타버전으로 출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다"라며 "한 번 시행되면 그 실험 대상은 국민"이라고 적었다. 이어 "법은 다시 고치면 되지만,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국민의 시간과 권리는 다시 돌려받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개정안 시행 뒤 혼란이 발생하면 재개정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교수는 "그 재개정이 이루어질 때까지 국민은 혼란스러운 형사사법 절차를 감당해야 한다"며 형사사법 체계 개편의 비용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법을 만드는 일은 권한 이상의 책임이 수반되는 일"인데 현재 입법 과정이 "마치 우물가에 아기가 아장아장 걸어가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가면 파국"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이달 21일에는 민주당 초청으로 국회에서 열린 검찰 보완수사권 관련 전문가 공청회 겸 정책 의원총회에도 참석했다. 당시 그는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튿날에는 SNS에 의총 참석 소회를 밝히며 "집권 여당 의원 전원이 보는 앞에서 토론한다면 무언가 작은 계기라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면서도 "그렇게 준비해서 간 의총을 마치고 돌아오는 마음은 허탈하다는 말로도 부족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 글에서 "의원들이 제도적으로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도 움직이지 못한다"며 "민주당이 '수사·기소 분리'라는 주술에 걸려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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