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폭염에 집 뛰쳐나오는 치매 노인들… 7~8월에 실종신고 1.2배
여름철 되면 치매 실종신고 늘어
집 더워 밖으로 나가는 일 잦아
장시간 야외 노출은 온열질환 위험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80대 정희(가명) 할머니는 이달 초 집에서 13㎞나 떨어진 영등포구 대림역에서 발견됐다. 아침에 실종신고가 접수되고 한나절이 지나 퇴근길을 재촉하는 인파 사이에 홀로 서 있다가 경찰의 눈에 띈 것이다.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오른 날씨에 지하철역 인근에서 발견된 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30일 “이달 들어 지구대·파출소에 하루 평균 2건 이상의 치매 노인 실종신고가 접수된다”며 “집이 덥다고 밖을 배회하거나 지하철을 타고 거주지역을 벗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폭염을 피해 집을 나선 치매 노인이 길을 잃고 거리를 헤매는 일이 여름철에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치매 노인이 뙤약볕과 무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 탈진이나 실신 등 온열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경찰청의 ‘치매환자 실종신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치매 환자 실종신고는 월평균 1382건, 일평균 46건 접수됐다. 본격적으로 기온이 오르는 5~9월에는 월평균 1588건, 일평균 52건으로 늘었다. 폭염이 집중되는 7~8월에는 증가세가 더욱 뚜렷했다. 이 기간 실종신고는 월평균 1642건으로 연평균의 약 1.2배에 달했다. 일평균 54명의 치매 환자가 실종 신고된 셈이다.
여름철 실종신고가 늘어나는 양상은 앞선 해에도 반복됐다. 연간 월평균 신고 건수는 2023년 1292건, 2024년 1223건이었지만 여름철에는 각각 1409건, 1390건으로 증가했다.
치매 환자 실종신고가 여름철에 늘어나는 것은 치매의 대표 증상인 지남력 장애와 무더위가 맞물리기 때문이다. 지남력 장애란 목적지를 두지 않고 길을 헤매는 등 시공간 인식능력이 떨어지는 장애를 뜻한다. 치매 노인이 날이 더워지면 찜통 같은 집에서 나와 밖을 떠돌게 된다는 것이다. 노인들이 상대적으로 덜 더운 인근 야산이나 지하철로 향하면 수색 시간이 더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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