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한 전공과목에서 인공지능(AI)을 사용해 과제를 제출한 학생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대는 지난해 AI 부정 사용 논란을 겪은 후 지난 3월 AI 활용 지침을 배포했으나 또다시 유사한 문제가 불거졌다.
30일 서울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학기 서울대 공대 컴퓨터공학과의 한 전공과목에서 수강생 62명 중 절반이 넘는 36명이 AI를 과제에 사용해 성적에 불이익을 받았다. 컴퓨터공학과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 강의는 컴퓨터 네트워크의 원칙과 구현·운영 원리를 다루는 수업으로 과제를 푸는 데 코딩이 필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학기 시작 전 게재된 강의계획서에 따르면 담당 교수는 “수강생의 독창적 문제 해결력과 비판적 사고력 함양을 위해 모든 수업 활동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하지 않고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수업을 맡은 박경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학기 중 다수 과제 제출물에서 학생들이 AI를 사용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AI를 사용한 학생은 자진 신고하라고 알렸고, 학기 말 수강생 전원을 면담해 AI 사용자를 추가로 적발했다”고 했다.

박경수 교수가 최근 과목 수강생에게 공지한 내용 일부. 사진 공지문 캡처
박 교수는 AI 사용을 자진 신고한 학생 25명에 대해 해당 과제에 0점을 부여했다. 신고하지 않았다가 면담에서 AI를 사용한 사실을 시인한 11명에 대해서는 과목 성적 D-가 주어졌다. 성적에 불이익을 받은 학생 중엔 수업에 주어진 4개 과제 가운데 두 개 이상의 과제에서 AI를 사용한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교수는 “AI 사용이 의심되는 과제에선 교수와 조교가 이해하지 못하는 코드가 포함됐고 학생이 이를 설명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같은 과제를 AI에게 입력했을 때 학생의 답변과 유사한 코드가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수강생 절반 이상이 성적에 불이익을 받은 가운데 학생회는 최근 AI 사용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내용을 담은 항의문을 교수에 전달했다. 컴퓨터공학과 학생회 관계자는 “사람과 AI 답변이 비슷한 경우 AI를 쓰지 않은 학생도 AI를 썼다고 오인돼 감점됐을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적발된 36명 모두 과제에 AI를 사용한 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학생들이 코드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AI 답변을 그대로 제출할 경우 교육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코드를 어디에 왜 넣어야 하는지를 모른 채로 AI 답변을 그대로 따르다 보면 AI가 오류를 범했을 때 알아차릴 수 없다”며 “필요에 따라 AI를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배움의 기회를 날리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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