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놓쳐도 경고, 수사 뭉개도 견책.. 정말 보완수사 ‘요구권’으로 충분할까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5년여간 경찰의 보완수사요구 불이행에 검찰이 징계를 요구한 사례가 딱 한번 있었다. 서울 모 검찰청은 사기를 저지르고 수년간 잠적해 지명수배된 피의자 A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해달라’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담당 경찰관이 출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아 A씨가 해외로 출국해 버린 사이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해졌다. 검찰은 이 경찰관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으나 경찰은 ‘불문경고’ 처분했다. 불문경고란 비위가 경미해 징계할 정도가 아닌 경우 과오를 반성하도록 훈계하는 것이다.
같은 기간 경찰의 시정조치요구 불이행에 검찰이 징계를 요구한 건 8건이었다. 경찰이 실제 징계한 건 2건이다. 경기 모 검찰청은 경찰이 불송치한 B씨 사건에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담당 경찰관이 1년3개월간 전혀 수사하지 않아 공소시효가 지났다. 경찰은 공소시효 만료 사실을 모르고 뒤늦게 B씨를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검찰이 징계를 요구하자 경찰은 가장 가벼운 법정 징계인 ‘견책’ 처분했다.
경찰의 보완수사요구 불이행에 검사가 직무배제를 요구한 사건은 올해 1건뿐이다. 사기 사건에 대해 부산 모 검찰청이 2차례 보완수사요구를 했지만 경찰은 불응했다. 검찰이 3차 보완수사요구를 하면서 해당 경찰관의 직무배제를 요구하자 경찰은 수용하면서도 “정당한 의견 제시였다”고 통지했다.
공소청이 지적한 사항을 수사기관이 ‘불이행’하지 않고 ‘부실 이행’했을 때는 징계 사유가 충족되기 어렵다. 수사기관이 보완수사 중에 새로운 사실관계나 증거가 발견됐는데도 수사하지 않으면 공소청의 보완수사요구가 반복되면서 사건 처리가 지연될 수도 있다. 민주당은 공소청이 수사기관을 지정해 보완수사를 요구할 권한을 해결책으로 제시했지만 이런 경우 새로운 수사기관이 사건을 다시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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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지난 24일 의원총회에서 아동학대, 가정폭력, 성범죄, 아동성범죄, 스토킹, 장애인 학대, 노인학대 등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에 대해선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공소청에 송치하고, 중수청에 보완수사 전담 부서를 설치해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중수청법도 개정하기로 했다. 최근 장윤기 살인사건을 계기로 범죄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비판하고, 각종 여론조사 결과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응답이 높게 나오자 추가한 대안이다.
법조계에선 권력형 비리나 대규모 금융범죄 등을 전문적으로 수사하기 위한 중수청의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당수 인력이 보완수사 업무를 맡을 경우 본류인 중대범죄 수사 업무가 지장을 받을 수 있다. 무엇이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인지 죄명으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도 제기된다. 7대 범죄에 대표적인 민생범죄인 ‘보이스피싱 사기’ 등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7대 사건만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느냐”며 “죄명을 기준으로 사건 처리를 다르게 하는 건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2021년 (수사권 조정) 이후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약자가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형사절차가 복잡해졌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전건송치(수사기관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공소청에 송치)를 반대하는 것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수사·기소의 분리’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7대 범죄를 제외한 대부분 사건은 경찰이 불송치 권한을 가졌다. 공소청 검사가 불송치 기록을 읽어보고 재수사를 요청하지 않으면 사건은 그대로 종결되기 때문에 사실상 경찰에 ‘불기소권’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이 ‘자기 사건’으로 받아서 한번 더 검토했다. 전건송치가 폐지된 현재 검찰이 불송치 사건을 검토하게 하려면 고소인이나 피해자가 경찰 불송치에 이의신청을 해야 한다. 과거 국가가 수행하던 소송 비용을 개인이 떠안게 된 셈이다. 이의신청 절차에 대한 법적 지식이 부족해 변호사를 선임할 경우 소송 비용은 더욱 증가한다. 다만 민주당은 2022년 자신들이 주도해 삭제한 고발인 이의신청권을 이번 개정 때 일부 부활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사건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주당의 해법은 ‘수사기관이 공소청의 보완수사요구를 받은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보완수사를 마쳐야 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공소청 검사의 직권에 따라 1개월을 추가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 사기 사건도 통상 보완수사에 수개월이 걸리는 현실을 고려하면 비현실적인 조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하던 사건을 돌려보낸다면 수사기관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사건 처리가 늦어질 우려도 있다. 대검이 지난 3~4월 전국 12개 주요 검찰청 사건 처리 현황을 집계한 결과 전체 5만5174건 중 45.6%(2만5152건)를 직접 보완수사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검사들이 보완수사요구로 사건을 전부 보내면 일선 경찰관들은 업무 하중에 죽어나고 사건이 경찰, 공수처에 중수청까지 오가며 ‘핑퐁’할 수 있다”며 “공소청이 보완수사요구를 계속 한다고 해도 제대로 처리가 안 되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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