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단독] 사라진 줄 알았던 조선 근대 걸작, 일본 왕실서 찾았다
3,394 33
2026.07.30 09:22
3,394 33

 

일본 황실소장품박물관 소장내역 공개

 

멀리 산과 숲, 밭을 배경으로 망건 쓰고 담뱃대를 문 노인의 풍모가 다가온다. 기울어지는 햇빛을 받아 입고 있는 허연 옷자락 곳곳에 그늘이 진 옆 모습을 인상파 분위기로 그렸다. 102년 전 국내 최초의 양화가 고희동(1886~1965)이 묘사한 습작 인물화의 생생한 모습이 놀라움을 안겨준다. 이렇게 오랜 세월 잊혀졌던 조선 근대 그림의 숨은 수작들이 일본 도쿄 일왕의 황궁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고희동을 비롯해 윤희순(1902~1947), 김용진(1878~1968), 홍득순(1905~?) 등 1920~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화단을 움직였던 서화가 8명의 그림들이 일왕의 거처인 도쿄 황궁의 황실소장품박물관(산노마루쇼조칸)에 100년 가까이 온전하게 보관돼온 사실이 밝혀졌다. 태평양전쟁으로 일제가 패전하기 전 일본 황실 사무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였던 궁내성이 1922~1933년 조선총독부 주최 조선미술전람회(조선미전)에서 입상한 조선인·일본인 근대 작가들의 수상작 60여점을 사들여 황실 소장품으로 삼았던 기록이 공개되면서 확인됐다. 그동안 조선미전 도록에 희미한 도판으로만 나왔을 뿐, 실체가 어디 있는지 알 길 없어 망실된 것으로만 여겨져온 한국 근대미술사 중요 작품 실체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런 사실을 한국 학계에 처음 알린 이는 황실소장품박물관의 다나카 준이치로 주임연구원이다. 그는 지난 28일 서울 공덕동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회장 조수진) 부설 근현대미술연구소의 발표회장에 나와 자신이 지난 3월 일본에서 먼저 발표한 ‘조선미술전람회와 궁내성’의 논고를 슬라이드 도판과 함께 공개했다.

 

‘조선 미술전람회와 궁내성’은 황실소장품박물관에 소장된 작품들 중 궁내성이 당시 구입한 조선미전 입상작 회화 작품들에 대한 첫 조사 연구 결과물이다. 다나카는 궁내청 서릉부 도서과 궁내공문서관에 소장된 ‘장려록’과 ‘장려어매상품연도별부’를 바탕으로 궁내성이 매입을 시작한 1922년부터 마지막으로 구입한 1933년까지 과정을 개괄하고, 그 변천과 실태를 검토했다. 그 결과 11년간 입상작 62점을 궁내성이 매입했고, 이들 가운데 조선 작가 9명(고희동, 윤희순, 김창섭, 홍득순, 김용하, 박호병, 김우범, 김용진, 김규진)의 그림과 글씨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남은 그림은 서양화 5점과 문인화, 병풍 계통의 동양화 4점으로 나뉜다. 특히 서양화 쪽은 현전하는 작품이 거의 없는 1920~30년대 작가들의 실물이 나와 눈길을 끈다. 윤희순이 조선 소녀를 그린 ‘황의소녀’(1930), 도쿄의 니콜라이 성당을 그린 김창섭의 ‘성당’(1923), 홍득순이 1920년대 말 홍수로 무너진 수원 방화수류정 일대 성벽 자취를 그린 ‘교외의 방화수류정’(1929) 등이 주목된다.

 

발표회를 준비한 미술사가 권행가씨는 “1920년대와 1930년대 초반 조선미전 출품작들이 상당수 전하지 않는데다 1920년대 중후반 조선 근대화단의 실물 그림 자체가 드물기 때문에 이번에 공개된 양화들은 근대회화사의 공백을 메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당대 화단의 실력자였던 해강 김규진의 17폭 병풍의 일부분 도판도 구입품으로 공개됐으나, 일부분 훼손이 심해 수복한 뒤 새롭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다나카는 전했다.

 

다나카는 “조선미전 입상작 말고도 각계 고위급 인사들이 기증하거나 다른 경로로 입수한 조선 작가들의 작품들도 일부 있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전모를 구체적으로 조사한 적은 없다”며 “앞으로 한국 학계와 협업해 한국 근대미술사 주요 작가들이 포함된 소장품 조사 연구를 심화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의 논고는 학회 학술지인 ‘한국근현대미술사학’(2026년 상반기, 8월 초 발간)에 ‘조선미술전람회와 궁내성: 잊혀진 한국근대미술컬렉션에 관하여’란 제목으로 실릴 예정이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270593.html

댓글 3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위즈덤하우스] EBS가 영혼을 갈아 만든 다큐프라임 〈주식의 시대〉 단행본 출간 이벤트 ! 355 07.29 30,834
공지 [🚨필독🚨] 로그인 보안 강화📢시크릿모드 사용자들 필독 (사용안함 옵션 추가)📢 07.13 210,245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3,465,569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881,53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6,832,639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223,34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91 21.08.23 8,677,45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6 20.09.29 7,580,74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40 20.05.17 8,804,47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3 20.04.30 8,679,315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702,036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28646 유머 극악무도한 스파이더맨 스포 트윗 ㄷㄷ 11:38 7
3128645 기사/뉴스 [단독]'13세 성추행 과외교사' 사건 내달 항소심 시작…1심 "3차례 추행" 11:37 79
3128644 기사/뉴스 JTBC 측 "프로그램 제작 정상화 단계, 채권자 위해 최선" [공식] 1 11:36 119
3128643 기사/뉴스 SK하이닉스 1주 하한가 거래에 코인 선물 830억원 청산 11:36 377
3128642 이슈 미국에 파는 남자 수영 팬츠 7 11:35 522
3128641 기사/뉴스 결혼반지 끼고 나타난 황정민... 폭로자 "총 4번 만나" 5 11:34 1,113
3128640 기사/뉴스 [속보]'창원 모텔 흉기 사건' 피해자 옷, 경찰 관리소홀로 증거도 못되고 폐기 8 11:33 281
3128639 기사/뉴스 홍명보 前 감독, '빵집 회동' 특혜 의혹 결백 주장 "불투명하게 보일 수 있지만…특혜·이익 요구한 적 없어" 9 11:32 237
3128638 기사/뉴스 [단독] ‘황정민 폭로’ A씨 “미성년자 子과 연락? 면식 있던 사이” 주장 (인터뷰) 19 11:32 1,352
3128637 이슈 이때 둘이 얼굴 묘하게 청순해서 군중 속 헤어진 연인 찾는 상황처럼보임 실제론좀비들속인데 3 11:31 612
3128636 이슈 미용하고 곰이냐고 물어본다는 강아지 8 11:30 1,034
3128635 기사/뉴스 '가오슝 야호~!' 리센느·ITZY·키키·하츠투하츠, 'AAA 2026' 빛낸다 11:29 162
3128634 기사/뉴스 [속보]홍명보 "내게 온 감독 제안, 정상 절차…특혜·이익 요구한 적 없다" 10 11:28 529
3128633 기사/뉴스 제주 연산호에 ‘끓는 물’ 붓는 폭염…흐물흐물 주저앉고 있다 6 11:28 1,006
3128632 유머 남자들은 이해 못한다는 여자들 화장실 같이가는 이유.jpg 43 11:28 1,731
3128631 기사/뉴스 [속보] 홍명보 "연봉 38억? 절대 아냐…훨씬 적어" 8 11:27 1,001
3128630 기사/뉴스 “동전 싹쓸이·대낮 때밀이 이제 잡습니다”… 청계천 민폐 대책 6 11:27 539
3128629 기사/뉴스 코레일-SR, 통합회원 전환 이벤트…1000명에 KTX 20% 할인쿠폰 1 11:26 573
3128628 기사/뉴스 정몽규 "벤투가 4년 재계약 고집해 동행 못해, 재임 기간 비난도 있었다" 21 11:24 1,608
3128627 기사/뉴스 [속보] 정몽규 "16강 진출했다면 청문회 열리지 않았을 것" 29 11:24 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