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욱 “‘김부장’, 연기 인생 터닝포인트… 첫 악역 도전 만족합니다”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그동안 반듯한 실장님, 선 굵은 왕, 따뜻한 남편을 연기했다. 배우 주상욱을 설명해온 얼굴은 대체로 안정감과 신뢰에 가까웠다.
그런 그가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에서는 사람의 목숨마저 쉽게 지우는 잔혹한 권력자 주강찬으로 돌아섰다. 지난 1998년 KBS 드라마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한 후 첫 악역이었다.
주강찬은 단순한 악인이 아니다. 딸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 뒤틀린 부성애의 소유자다. 주상욱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과 절제된 말투로 주강찬의 냉혹함을 표현했다. 후반부에는 권력의 정점에서 바닥으로 추락하는 처절함까지 보여줬다.
주상욱은 최근 서울 강남구 소속사 HB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진행된 ‘김부장’ 종영 인터뷰에서 각별한 소감을 밝혔다.
“그동안 ‘나쁜 놈’이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역할은 거의 없었어요. ‘자이언트’나 ‘태종 이방원’도 악역 아니냐고 하시지만, 이번에는 결이 달랐죠. ‘범죄도시’에 강한 빌런이 꼭 필요한 것처럼, 주강찬은 작품 안에서 악을 담당하는 인물이었어요. 정통 악역은 처음이었습니다.”
변화는 말보다 몸에서 먼저 드러났다. 극 중 첫 등장인 사우나신을 위해 3개월 동안 하루 두 번씩 운동했다. 78kg이던 체중을 71kg까지 줄였다. 기존의 반듯한 이미지를 지우고 용역 깡패 출신 건설사 회장의 거친 인상을 만들기 위한 준비였다.
처음부터 이미지 변신만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 주상욱은 주강찬이 드라마 안에서 어떻게 설득력 있게 자리 잡을지를 먼저 고민했다. 결과적으로는 대중이 알고 있던 주상욱의 얼굴과 가장 먼 지점까지 간 셈이다.
“이번 작품으로 이미지를 바꿔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주강찬이 자기 옷을 입을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그런데 결과까지 좋아서 이미지 변신이라는 측면에서는 대성공이라고 봅니다. ‘주상욱이 저런 것도 하네?’라는 반응이 좋았어요.”
김부장에게 처절하게 맞는 장면도 화제를 모았다. 주강찬이 무너지는 해당 장면은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안긴 대목이었다. 주상욱 역시 힘을 빼고 맞는 쪽에 집중했다.
“그 장면은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될 정도였어요. 감독님도 오래 공을 들였고 하루 종일 촬영했죠. 제가 뭘 더 보여주려 하기보다, 더 처절하게 맞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시청자분들이 더 통쾌하게 느끼실 것 같았습니다.”
‘김부장’은 흥행에서도 성과를 남겼다. 첫 방송부터 높은 시청률로 출발한 뒤 4회 만에 20%를 돌파했고,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권 TV 부문에서도 3주 연속 1위에 올랐다. 주상욱은 작품의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컸다고 했다.
“잘될 거라는 믿음은 있었어요. 그래도 이 정도까지 사랑받을 줄은 몰랐죠. 두 자릿수는 넘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기록적인 성적까지 나올 줄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이승영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주상욱의 배우 인생은 ‘김부장’ 전과 후로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민망하고 의아했지만, 작품을 마친 뒤에는 그 말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다고 했다.
“그때는 속으로 ‘감독님이 왜 저러시지?’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 행보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김부장’ 전과 후로 나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즌2 출연 가능성에는 웃으며 선을 그었다. 최종회에서 주강찬은 김부장 일행에게 제압당하고 주학건설의 비리까지 드러나며 몰락했다. 같은 인물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은 결말이다.
“감독님께 제가 ‘시즌2 준비하셔야죠’라고 하면, ‘나는 못할 것 같다. 우리 주강찬이 해야지’라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제게 ‘점을 찍고 주강찬의 쌍둥이 동생으로 나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확신했죠. 시즌2에 저는 확실히 없구나 싶었습니다.”
악인은 무너졌지만, 배우에게는 새 문이 열렸다. 주상욱은 ‘김부장’을 통해 익숙한 이미지를 벗고, 자신이 맡을 수 있는 얼굴의 폭을 넓혔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캐릭터를 바라보는 생각과 연기에 대한 태도도 다시 돌아보게 됐어요. 다음에 어떤 작품과 인물로 찾아뵙더라도 응원해주시고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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