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채택된 ‘전 세계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협약(193호)’에 따라 국내법을 정비하면서 플랫폼 알고리즘 공개와 작업중지권 보장을 반영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현재 국정과제로 입법 추진 중인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이하 일법)’에 해당 조항을 넣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논의를 시작했고,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향후 국회에 정리된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
플랫폼 알고리즘 공개는 그간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해 온 주요 쟁점 중 하나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알고리즘이 강제하는 일감을 수행하지 않으면 경제적 불이익이 생기는 등 생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기본적인 알고리즘 원칙이나 불이익 기준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알고리즘이 일종의 ‘취업규칙’이자 ‘중간관리자’이며, 계정삭제·정지는 해고나 징계와 마찬가지인 만큼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플랫폼 기업들은 알고리즘이 핵심 경쟁력이자 영업비밀이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작업중지권 확대 적용 역시 노동계의 숙원이지만 경영계는 남용 시 생산 차질 등 부작용을 우려해 왔다.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작업중지권을 보장받기도 어렵다. 노동계는 배달 라이더, 가전 설치·수리기사 등 야외에서 일하거나 이동이 많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폭염·한파 등 기후 위험에 가장 노출돼 있는데도 스스로를 지킬 작업중지권에서 배제된 건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경영계 관계자는 “만약 배달 라이더가 폭염으로 작업중지권을 요청하면 사업주가 임금 보전은 물론 고객 피해 보상까지 부담해야 할 수 있는데 쉽게 동의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노동부는 산안법보다 권리·의무관계를 좀 느슨하게 설정할 수 있는 일법에 관련 내용을 담고 후속 조치를 마련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일법은 기본법인 만큼 위반 시 처벌조항을 넣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디지털 경제와 인공지능(AI)의 영향으로 플랫폼 노동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노사 간극을 좁혀 가면서 현재 미비한 법체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계가 만족하긴 어렵겠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논의를 시작하는 데 의의를 둬야 한다”며 “플랫폼 기업들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엔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541034?sid=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