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는 29일 사단법인 대한산란계협회의 설립허가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협회가 법인 설립 당시 약속한 산지가격 고시 중단 조건을 어긴 데다 계란 가격 경쟁을 제한해 공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산란계협회는 전국 계란 생산 농가 약 580곳이 가입한 대표 사업자단체다. 회원 농가가 기르는 산란계는 국내 전체 사육 규모의 56.4%에 달한다. 정부의 계란 수급·방역 대책과 유통구조 개선 논의에서 생산자 측을 대표하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
문제가 된 것은 협회가 이미 거래된 계란값을 조사해 알려준 것이 아니라 농가가 앞으로 받을 가격을 미리 정했다는 점이다. 지역별 특별위원회가 재고와 유통 상황을 토대로 기준가격을 정하면 협회가 이를 취합해 매주 문자메시지와 팩스로 회원 농가에 전달했다. 농가들은 이 가격을 기준으로 유통업체와 거래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협회는 허가 조건에도 불구하고 계란 산지가격을 올 1월 21일까지 지속적으로 회원들에게 결정·통지했다”며 “이는 정부와 약속한 설립 허가 조건을 지키지 않은 위반행위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협회가 정한 가격에 따라 실제 산지 거래가격도 움직였다고 판단했다. 각 농가가 수급 상황과 거래 조건에 따라 가격을 정하기보다 협회가 제시한 가격을 공통 기준으로 삼으면서 농가 간 경쟁이 줄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협회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 9400만 원을 부과했다.
농식품부는 공정위 처분과 허가조건 위반 여부, 청문 과정에서 협회가 제출한 의견 등을 종합해 취소를 결정했다. 협회의 해명만으로는 법인 설립의 전제가 된 조건을 어기고 시장 경쟁을 제한했다는 판단을 뒤집기 어렵다고 봤다.
설립허가 취소로 협회는 해산·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회원 농가의 계란 생산과 유통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지만 협회는 정상적인 법인 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워진다. 국내 산란계 농가 절반 이상을 대표해온 공식 협의창구로서의 위상도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처분은 생산자단체가 ‘참고용 시세’라는 이름으로 거래 기준가격을 제시해온 관행에도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농식품부는 협회가 정한 희망가격 대신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조사하는 실제 산지 거래가격의 신뢰성과 활용도를 높여나갈 방침이다.
협회 측은 교섭력이 약한 농가에 수급 참고용 시세를 제공했을 뿐 특정 가격에 거래하도록 강제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계란값 상승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따른 산란계 살처분과 공급 불안, 사료비 등 생산비 상승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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