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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으로 약혼한 아내, 이제 볼 수 있어요"... 난민인데 난민 아니었던 그의 삶

무명의 더쿠 | 12:24 | 조회 수 2054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523706?sid=102

 

 

"제가 한국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식 인정받은 팔레스타인 난민이기를 바랍니다. 팔레스타인이 자유를 되찾아 누구도 다른 나라에서 '난민'이라 불리지 않는 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인터뷰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팔레스타인 국기와 태극기가 맞닿은 배지를 가슴 한쪽에 달았다.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한국에서 처음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살레 알란티시(29)씨다. 그는 <오마이뉴스>에 "한국 사회와 더 연결돼 팔레스타인의 이야기를 전할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최초 인정 사례라는 상징성이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태어날 때부터 가자지구 난민이었던 살레에게 '난민'은 "자기소개 뒤에 항상 따라오는 수식어"이자 "평범하게 살기 위해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존재"였다. 그는 "어느 나라에서든 난민은 살아남기 위해, 또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싸워야 한다"며 "이번에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것은 매우 기쁘지만, 동시에 그저 살아갈 권리를 얻기 위해 힘겨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는 점에서 복잡한 감정도 든다"고 전했다.

평생 난민으로 산 그는 한국에 온 뒤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까지 3년 4개월이 걸렸다. 살레는 2022년 12월 한국에 입국해 이듬해인 2023년 3월 난민 인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법무부는 지난 15일에야 그의 난민 신청을 받아들였다. 살레는 "신청서를 제출한 뒤 첫 면접을 하는데 약 2년이 걸렸다"며 "충분한 안내나 설명도 없이 그저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 다른 신청자 중에는 전체 심사를 마치는 데 6~7년이 걸렸다는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살레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팔레스타인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 "파키스탄에서 왔냐"고 물었던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인 활동가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구호선단에 오르고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체포를 언급하면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그는 "너무 반갑고 놀라운 변화"라면서도 "일시적인 관심에 그치지 않도록 앞으로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실상을 정확히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난민 지위 인정 후 여드레 뒤인 지난 23일, 인천 미추홀구 인근 카페에서 살레를 만나 인터뷰했다.

"난민 심사만 6~7년, 그동안 삶이 멈춘다"
 

▲ 살레 알란티시, 대한민국 가자지구 출신 1호 난민 팔레스타인 또는 가자지구 출신 난민 중 우리나라로부터 난민 인정서를 받아 최초로 공식 인정받은 살레 알란티시(29)씨가 23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처음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 전과 후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나.

"한국 사회와 더 깊이 연결돼 팔레스타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다. 한국은 난민 인정률이 낮은 나라다. 저의 사례가 다른 난민과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 그리고 이제 아내를 한국으로 초청해 함께 살 수 있게 됐다. 아내와 나는 가자지구 집단학살로 서로 다른 나라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고 직접 만날 수 없어 지난해 5월 줌(Zoom)으로나마 약혼식을 올린 뒤 혼인 서약서를 썼다."

- 난민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어떤 삶을 살아왔다는 의미인가.

"어린 시절 학교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면 친구들은 저마다 '나는 어디 출신의 난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난민이란 정체성은 일상이었고 나 역시 나 자신을 그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가자지구 봉쇄 조치로 식량과 물이 부족한 삶을 살았다. 전기가 충분치 않아 밤이면 형제자매들과 작은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 버텼다. 가자지구를 벗어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암에 걸린 이모는 외부에서 치료받아야 했지만, 끝내 가자지구를 떠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난민의 삶은 사고방식 자체를 바꿔야 이해할 수 있다. 고향을 떠난 뒤에도 평범한 삶을 되찾기 위해, 그리고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오랜 시간 싸워야 하는 것이 난민의 삶이다."

-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과정은 어땠는지.

"난민 인정 신청서를 제출한 뒤 첫 면접을 보기까지 약 2년이 걸렸다. 그동안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고, 출입국·외국인사무소를 찾아가도 '기다리라'는 답만 돌아왔다. 만약 나를 도운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가 없었다면 더 오래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난민 신청자 중에는 전체 심사를 끝마치는데 6~7년이 걸린 사례도 있다. 난민 인정을 기다리는 동안에는 삶 전체가 멈춰버린다. 더욱 신속하게 심사해야 한다."

"자식을, 다리를 잃어도 '평화'로 저항하는 이들"
 

 

(중략)
 


- 한국 사회에서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직접 관련 문제를 언급했고, 한국인 활동가가 가자 구호선단에 오르기도 했다.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반가운 변화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팔레스타인에서 왔다고 하면 '파키스탄에서 왔냐'고 되묻는 이들이 있었다. 최근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긍정적이고 기쁜 변화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미 팔레스타인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도시 대부분이 파괴됐다. 지금도 가자지구에서는 민간인들이 계속 희생되고 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이 현실을 정확히 알았으면 한다. 한국은 팔레스타인과 무관한 나라가 아니다. 한국이 겪은 식민 지배의 역사는 팔레스타인의 현재와 닮았다. 또 불안한 국제 정세 속에 오늘은 팔레스타인이지만, 내일은 다른 나라가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힘의 언어가 아니라 인간성의 언어를 사용해 서로를 보호해야 한다."

- 이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앞으로도 강연과 집필 등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알리고 싶다. 무엇보다 팔레스타인이 자유를 되찾아 더 이상 누구도 다른 나라에서 난민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한국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식 인정받은 팔레스타인 난민이 됐으면 좋겠다."
 

▲ 살레 알란티시, 대한민국 가자지구 출신 1호 난민 팔레스타인 또는 가자지구 출신 난민 중 우리나라로부터 난민 인정서를 받아 최초로 공식 인정받은 살레 알란티시(29)씨가 23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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