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농장 냉방시설 하루 종일 돌려도 하루 200마리씩 폐사
라오스 출신 근로자도 땀방울 송골송골 "고향보다 더 습해"

물로 더위 달래는 오리
(나주=연합뉴스) 민현기 기자 = 전남광주 전역에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전 나주시 세지면 죽동리의 한 농장에서 오리들이 하나의 급수꼭지로 같이 물을 마시고 있다. 2026.7.27 mhk0226@yna.co.kr
(전남광주=연합뉴스) 민현기 기자 = "오리 한번 살려보겠다고 할 수 있는 건 다 하는데도 매일 죽어 나갑니다."
연일 3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진 27일 전남 나주시 세지면 죽동리의 한 오리농장.
평소라면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거나 울음소리를 내야 할 오리들이 뜨거운 바닥에 몸을 붙인 채 축 늘어져 있었다.
곳곳에서 부리를 벌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일부는 급수기 주변에 몰려 연신 물만 들이켰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피할 기력조차 없는 듯 고개만 들었다가 다시 주저앉는 오리도 있었다.
축사 안에서는 대형 선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안개 분무 장치가 미세한 물방울을 뿜어냈지만 열기를 완전히 밀어내지는 못했다.
34년째 오리를 키우는 임종근(59)씨는 바닥에 주저앉은 오리들을 보자 곧바로 축사 안으로 뛰어들었다.
임씨가 양팔을 벌리고 무리 사이를 가로지르자 축 늘어져 있던 오리들이 놀라 일어났지만, 몇 걸음도 떼지 못한 채 다시 주저앉았다.
오리들이 바닥에 계속 앉아 체온이 오르지 않도록 그는 하루에도 수십차례 축사 안을 돌며 무리를 흩어놓았다.
선풍기와 안개 분무 장치를 24시간 가동하고, 오리가 마시는 물에는 비타민까지 섞어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 앞에서는 이마저도 역부족, 이날 아침에만 200∼300마리가 더위를 견디지 못해 폐사했다고 임씨는 전했다.
임씨는 "이번 달 전기료만 700만원이 나왔는데, 시설을 잠시라도 멈추면 오리들이 죽기 때문에 전기를 아낄 수도 없다"며 "태양광 패널이라도 설치하고 싶지만 축사가 농지법상 가설건축물로 분류돼 이마저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폭염에도 일하는 계절근로자
(나주=연합뉴스) 민현기 기자 = 전남광주 전역에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전 나주시 봉황면 한 과수원에서 계절근로자들이 더위를 참아내며 일하고 있다. 2026.7.27 mhk0226@yna.co.kr
폭염에 허덕이는 것은 비좁은 축사 안에 갇혀 지내는 가축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날 나주시 봉황면의 한 배 과수원에서는 라오스 국적 계절근로자 샤오(29)씨, 리엔(33)씨, 모(33·여)씨가 뜨겁고 강한 햇볕 아래에서 일하고 있었다.
배나무 곁에 나선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이들의 콧잔등에는 금세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목에 걸친 수건과 옷소매로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면서도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였다.
폭염에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근무 시간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온이 가장 높은 한낮을 피해 오전 5시부터 10시까지 일한 뒤 숙소에서 쉬고,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다시 과수원으로 나왔다.
라오스에서도 농사를 지었다는 샤오씨는 한국의 여름이 이처럼 힘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샤오씨는 "라오스와 기온은 비슷하지만, 한국은 습도가 훨씬 높아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쏟아진다"며 "햇볕이 너무 강해 피부가 따갑기 때문에 더워도 긴팔 옷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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