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동안 맞기만 했던 홈런...박주아, 한국 여자야구 국제대회 사상 첫 아치
공은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한국 여자야구가 국제무대에서 그간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26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록포드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주관 '2026 여자야구 월드컵' 그룹 스테이지 4차전인 호주전. 0-6으로 끌려가던 3회초 2사 1, 2루에서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유격수 박주아(22)가 호주 선발 앨리슨 베베레의 7구째 시속 110km 직구를 통타했다.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었다. 야구 월드컵과 아시안컵 등 모든 여자야구 국제대회를 통틀어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역사상 첫 홈런이었다.
한국 여자야구가 국가대표팀을 꾸려 국제대회에 나선 것은 2008년 일본 에히메현 마쓰야마에서 열린 제3회 여자야구 월드컵이 처음이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월드컵. 첫 출전 이후 18년 동안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홈런이, 이날 박주아의 배트에서 나왔다.
이날 경기는 3-13으로 졌다. 박주아의 3점포는 이날 한국의 유일한 득점이었다. 그러나 이 홈런이 넘은 것은 담장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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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아에게 이것은 대표팀의 첫 홈런이기 이전에, 성인 구장에서 친 인생 첫 홈런이었다. 리틀야구 시절 작은 구장에서 쳐본 게 전부였다. 그 첫 홈런을 태극마크를 달고, 중요한 순간,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쳤다.
"베이스를 도는데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어요. 저희는 항상 국제대회에서 홈런을 맞는 것만, 상대가 유유히 베이스를 도는 것만 유격수 자리에서 씁쓸하게 봤거든요. 제가 직접 도는 건 상상도 못 했어요. 홈런 치고 내가 베이스를 빨리 뛰어야 되나, 늦게 뛰어야 되나,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몰랐어요."
3루를 돌 때 3루 주루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했고, 홈을 보니 홈에는 이미 대표팀 동료들이 다 나와 있었다.
"'우리도 드디어 해냈다, 우리도 홈런이란 걸 칠 수 있다'는 걸 홈을 밟는 순간 느꼈어요. 고등학교 1학년(2020년)부터 매년 태극마크를 달아왔지만, 오늘만큼은 정말 가슴팍에 박힌 태극마크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더그아웃에서 가장 먼저 달려와 부둥켜안은 것은 대표팀 막내, 2010년생 박민교였다. "민교가 저를 막 부둥켜 안으면서 '언니, 저 진짜 야구하면서 한국 여자 선수가 이렇게 홈런 치는 거 처음 봤어요. 저희 더 높이 가봐요' 하더라고요."
10년 넘게 대표팀을 지켜온 베테랑들의 말은 조금 달랐다. 대표팀엔 투수 김보미, 내야수 강정희, 그리고 플레잉코치로 함께하고 있는 어제인이 베테랑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언니들이 그러더라고요. 10년 전이 아니라 4, 5년 전에도 우리나라 팀이 홈런을 칠 거라는 걸 정말 상상도 못 했었다고. 이 일이 정말 일어날지 몰랐다고, 그걸 네가 해내줘서 고맙다고요. 마음이 너무 뭉클했어요. 울진 않았지만요. 하하."

전문 https://naver.me/G4dPvYT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