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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완전히 망했다"…공장 멈추니 상가 줄폐업 '철강도시의 비명' [소멸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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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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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의 심장' 포항시에 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1977년 설립된 코스틸은 연강선재와 철근 등을 생산하며 포항 철강산업과 반세기 가까이 함께해온 중견기업입니다. 한때 연간 수십만 톤(t)의 제품을 생산했던 이 회사는 건설경기 침체와 수입산 공세 등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비교적 신생 철강업체인 한신제강도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최근에는 관리인만이 빈 공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포항철강산업단지 내 휴·폐업한 업체가 10곳에 달합니다. 2024년 2곳에서 1년 만에 5배로 늘어난 수준입니다.

포항산단에서 시작된 위기는 공장 담장을 넘어 포항 도심 전역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철강업체의 생산과 고용이 줄면서 지역 소비까지 위축됐고 원도심 곳곳에서는 빈 점포와 한산한 거리가 일상이 되며 유령도시를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와 수백 개 철강기업, 포스텍까지 품은 대표적인 산업도시가 철강 불황과 함께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도 특별법 제정과 고용 지원 등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당장 멈춘 공장을 다시 돌릴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적지 않습니다. 이번 소멸 리포트에서는 대한민국 산업화를 떠받친 '철강의 도시' 포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들여다봤습니다.

 ◇ 쇳소리 멈춘 철강산단…휴·폐업 1년 새 5배 

사진=신현보 기자

사진=신현보 기자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각종 지표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산단 가동률은 2024년 92.7%에서 지난해 89.3%로 떨어졌습니다. 생산액은 2023년 16조3247억원에서 지난해 13조8705억원으로 2년 새 약 15% 줄었습니다. 수출 역시 같은 기간 36억5893만달러에서 31억3540만달러로 약 14% 감소했습니다. 특히 산단의 핵심인 1차금속 생산은 지난해에만 9.0%, 수출은 5.7% 줄었습니다.

그래프=신현보 기자

그래프=신현보 기자

그래프=신현보 기자

그래프=신현보 기자


아직 휴·폐업 업체가 22곳까지 늘고 가동률이 84%대로 떨어졌던 2018~2019년만큼 숫자가 나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이번 위기의 성격이 다르다는 데 있다는 게 철강 업계의 우려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는 조선·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경기순환형 불황의 성격이 강했다"며 "지금은 국내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과잉에 보호무역까지 한꺼번에 겹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영상=신현보 기자

영상=신현보 기자

그래프=신현보 기자

그래프=신현보 기자


고용에서도 변화가 뚜렷합니다. 산단 고용인원은 2015년 말 1만5369명에서 지난해 말 1만3441명으로 10년 사이 12.5% 줄었습니다. 이처럼 감소 폭이 유독 가파른 데는 철강산업의 구조가 있습니다. 산업 특성상 공장 하나의 고용 규모가 크고 협력·운송·정비업체가 촘촘하게 연결돼 있어, 생산라인 하나만 빠져도 고용이 한꺼번에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 대형마트도 막아낸 거리…이젠 빈 상가만 남았다

산단에서 시작된 한기는 도심으로 번지고 있었습니다. 영일대해수욕장 등 관광객이 찾는 해안 상권은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원도심으로 들어가면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상가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었고 한낮에도 거리를 걷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포항 완전히 망했다"는 자조까지 나왔습니다.

사진=신현보 기자

사진=신현보 기자


아이러니한 흔적도 남아 있습니다. 10여 년 전 북구 두호동에 롯데마트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머리띠를 두르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포항시와 시의회까지 나서 입점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대형마트 입점을 막아낸 뒤 지역 상권이 살아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 원도심에는 비어 있는 점포와 경매로 넘어간 건물들이 쓸쓸하게 거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포항중앙 집합상가 공실률은 2024년 3분기 32.5%에서 고공행진해 지난 1분기 38.2%까지 올라갔습니다. 전국 평균(10.5%)의 4배 가까운 수준입니다.

그래프=신현보 기자

그래프=신현보 기자


그나마 거리에서는 외국인들이 간혹 의류점과 주얼리 숍에서 물건을 고르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포항시에 따르면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8년 만에 4배(2017년 41개소 107명→2025년 84개소 429명) 늘었습니다. 외국인을 겨냥해 동남아시아권 언어로 안내문을 내건 가게들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상당수가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 밖에선 관세, 안에선 노사 갈등…정부 대책도 체감은 아직

 

미국은 지난해 철강 수입 관세를 25%에서 50%로 높였습니다. 한국 철강업체가 맞닥뜨린 미국 시장의 장벽도 과거보다 높아졌습니다. 내수 부진을 수출로 만회하기도 어려워진 셈입니다. 정부가 포항을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노사 관계도 변수입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업체에서는 임금과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업황은 악화하는데 인건비와 고용 문제까지 동시에 풀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른바 'K-스틸법'으로 불리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도 지난 6월 시행했습니다. 5년 단위 경쟁력 강화계획을 마련하고 저탄소 철강 전환과 사업재편을 지원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포항 현장에서 만난 업체 관계자와 상인들 사이에서는 아직 특별법에 대한 뚜렷한 기대감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한 포항시민 A씨는 "당장 주문이 줄고 공장이 멈추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인 사업재편 지원이 얼마나 빨리 체감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https://v.daum.net/v/20260726071337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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