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습한 날씨에 개체 수 급증
최근 서울에선 때아닌 ‘바퀴벌레 소동’이 벌어졌다. 한 외국인이 소셜미디어에 ‘밤에 서울을 산책했을 때 보이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짧은 영상이 발단이었다. 영상에는 서울역 인근 공중 보행로인 ‘서울로 7017′의 화단과 벤치 주변을 바퀴벌레 수십 마리가 떼 지어 돌아다니는 모습이 담겼다. 서울시는 두 차례 방제 작업을 벌였지만, 이후에도 온라인상엔 공원과 골목길 등에서 바퀴벌레 무리를 봤다는 목격담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로 7017′뿐 아니라 서울 도심 곳곳이 ‘바퀴벌레’의 습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4일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바퀴벌레를 방제해달라’는 민원이 2021년 2379건에서 지난해 1만1789건으로 4년 만에 약 5배로 늘었다. 올해도 6월까지 6158건이 접수돼 이미 지난해 전체 민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바퀴벌레 활동이 많아지는 7~8월 수치까지 반영하면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바퀴벌레가 급증한 것은 기후변화로 날씨가 따뜻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겨울철 기온이 오르면 야외에 사는 바퀴벌레가 추위를 견디기 쉬워져 생존율이 높아지고, 연중 활동할 수 있는 기간도 길어진다. 또 기온이 높아지면 성장 속도가 빨라져 번식 주기도 짧아진다. 이동규 고신대 석좌교수는 “곤충은 기온이 높아지면 대사 활동이 활발해지고 성장이 빨라진다”며 “그만큼 개체 수가 더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의 연평균 기온은 2022년 13.2도, 2023년 14.1도, 2024년 14.9도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24년에는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작년(14.1도)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여름철 고온다습한 날씨가 나타나는 날이 많아졌다. 이런 날씨는 바퀴벌레가 좋아하는 기후 조건이다.
도심 노후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 전체 건축물 중 30년 이상 된 건물은 58.9%에 달했다. 연면적 기준으로도 29.6%였다. 야행성인 바퀴벌레는 빛을 피해 작은 틈새에 숨는 습성이 있다. 노후 주택 지역엔 이런 ‘은신처’가 많아 바퀴벌레가 서식하기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늦어져 노후 주택이 많아질수록 바퀴벌레 증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조경이 잘된 신축 아파트도 숨을 곳과 수분이 풍부해 바퀴벌레에게 좋은 서식지가 될 수 있다. 김순일 한국방역협회 기술연구소장은 “최근 많은 도시가 공원과 대형 화분·화단 등 조경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이는 사람뿐 아니라 바퀴벌레에게도 살기 좋은 환경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로7017이 대표적이다. 보행로 곳곳에 놓인 대형 화분이 바퀴벌레의 보금자리가 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생활권 주변에 녹지를 확대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며 “여기에 기후변화로 바퀴벌레의 생존율까지 높아지면서 시민들에게 목격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보편화된 배달 음식 문화도 바퀴벌레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음식물이 남아 있는 배달 용기를 주택가 골목에 내놓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바퀴벌레 먹이가 풍부해졌다는 분석이다. 바퀴벌레는 밥이나 빵 같은 녹말이 많은 음식과 당분을 특히 좋아하지만, 사람이 먹는 음식은 다 잘 먹는다. 심지어 당분과 이스트 성분이 있는 맥주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모기 관련 민원은 감소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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