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윤나애의 녹색 미술관] 예술로 말하는 환경이야기: 이름이 지우는 것들
327 1
2026.07.24 13:49
327 1

QJdrep

[문화매거진=윤나애 작가] 올해 초 곤충박람회에 다녀온 아들이 아프리카 달팽이 두 마리를 데려왔다. 이 거대한 달팽이는 비 오는 날 풀밭에서 볼 수 있는 우리나라의 그것과 많이 달랐다. 그 크기만으로도 함부로 방생했다간 귀여운 우리나라 생태계를 박살 내버릴 게 확실해 보였다. 우리집에 처음 왔을 때도 컸지만 그땐 청소년 시절에 불과했던 것인지 시간이 갈수록 더 커져서 어느덧 얼굴까지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커졌다. 최근에 아이가 애니메이션 속 달팽이요리를 보고 놀란 얼굴로 물었다. “엄마, 달팽이를 먹는 나라도 있어?”, “응, 있어. 에스카르고라는 고급 음식이 있단다”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었지만 “아 불쌍해”라는 아이의 한숨과 같은 말에 그만 두었다.

사실 에스카르고는 요리 이름이 아니라 프랑스어로 그냥 ‘달팽이’다. 프랑스에서는 기어가는 생명과 접시 위 음식 사이에 이름의 거리가 없는 것이다. 반면 우리말은 ‘소’와 ‘소고기’처럼 존재와 음식 사이에 한 겹의 언어를 끼워 넣는다. 이름이 달라지는 순간 그 존재는 좀 더 쉽게 먹을 수 있는 대상이 된다. 최근 알게 된 ‘물살이’ 운동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물고기’라는 말엔 이미 ‘고기’가 들어있어 살아있는 순간에도 언어 안에서 먹거리로 정의된다. 그래서 몇몇 활동가들은 물속에서 살아가는 존재, ‘물살이’라 부르자 제안한다. 이름을 바꾼다고 세상이 갑자기 달라지진 않겠지만 그 존재를 마주하는 최소한의 태도는 달라질 수 있다. 

이름 뒤 가려진 현실은 크다. 전 세계 식용 사육 동물은 매년 수백억 마리에 이르고 사료작물 밭을 위해 숲이 베어지며 가축의 소화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은 강력한 온실가스가 된다. 양식업과 남획으로 어족자원은 줄고 그물에 걸리는 다른 생물 또한 피해를 받고 있다. 이 거대한 순환은 식탁 위에서 단 하나의 이름으로 요약된다. ‘고기’. 그 두 글자 뒤에 얼마나 많은 자원과 생명이 소모되는지 우리는 좀처럼 떠올리지 않는다.

프랑스 화가 장바티스트 시메옹 샤르댕(Jean-Baptiste-Siméon Chardin, 1699-1779)의 ‘가오리(La raie,1728)’ 앞에서는 우리가 먹는 것이 본래 무엇이었는지를 외면하기 어렵다. 어두운 화면 한가운데 커다란 가오리 한 마리가 갈고리에 걸려 있다. 배가 갈라져 붉은 살이 드러났고 납작한 몸 아래의 입과 구멍은 마치 사람의 얼굴처럼 보인다. 아래에는 굴과 생선, 칼과 주방 기물이 놓여 있지만 시선은 자꾸만 가오리에게 머문다. 식재료를 그린 정물화인데도 평범한 음식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샤르댕은 일부러 미화하지 않았다. 가오리는 아직 몸의 형태를 간직한 채 죽음과 식사의 경계에 서 있다. 그림의 제목도 ‘해산물’이나 ‘식재료’가 아니라 단순히 ‘가오리(The Ray)’다. 무엇으로 소비되는지가 아니라 원래 무엇이었는지를 먼저 말해준다.

우리는 반대로 이름부터 바꾼다. 물속을 헤엄치던 생명은 잡히는 순간 생선이 되고 포장되면 메뉴가 된다. ‘고기’라는 익숙한 말은 수많은 생명을 하나의 식재료로 묶어 버린다. 덕분에 우리는 그것이 어디에서 살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까지 왔는지 쉽게 잊는다.

부르는 이름 하나 ‘물고기’에서 ‘물살이’로 바꾼다고 환경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기’ 대신 ‘살아가는 존재’를 떠올리는 순간에 우리는 한 번쯤 그 생명을 생각하게 된다.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함부로 버리지 않는 태도 역시 그 생각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https://www.munwhamagazi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5892

댓글 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바이오더마X더쿠🩵 하이드라비오 에센스로션 체험단 30인 모집! 268 00:06 7,801
공지 [🚨필독🚨] 로그인 보안 강화📢시크릿모드 사용자들 필독 (사용안함 옵션 추가)📢 07.13 377,095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3,663,662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4,058,928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7,066,040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256,85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91 21.08.23 8,697,612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6 20.09.29 7,598,53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41 20.05.17 8,828,723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3 20.04.30 8,695,98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729,058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37787 이슈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600만 관객 돌파🎉🎉🎉 41 11:18 819
3137786 이슈 내 친구 아빠가 산부인과 의사라서 밥먹듯이 진료본다는데 167 11:17 8,763
3137785 이슈 비가 너무 안왔던 울산의 도로 상황 12 11:16 2,391
3137784 기사/뉴스 킥플립 동현, 영국 싱송라 이담과 신곡 ‘Breathe’ 발매 11:16 128
3137783 기사/뉴스 英 당국 경고 “진통제 먹고 햇볕 쬐면 피부 화상 위험 커져” 5 11:15 411
3137782 유머 눈 덮힌 알래스카 산 꼭대기에서 쉬고 있던 갈색곰 8 11:14 803
3137781 기사/뉴스 [단독]더보이즈 현재, 신혜선·박희순과 한솥밥..매니지먼트 시선 계약 12 11:13 1,311
3137780 정치 6·25 적국 수장 어록 읊은 국방장관…안규백 '마오쩌둥 발언'에 자질론 7 11:12 223
3137779 유머 소란 고영배가 꾸준히 기획중인 인디 워터밤 쫄딱쇼 12 11:12 1,316
3137778 이슈 덬딜방 토스 수익링크 사건으로 알게된 뒷광고 신고 방법 3 11:11 1,212
3137777 이슈 탑토이 신상 짱구 트로피칼 아일랜드 피규어 3 11:11 562
3137776 기사/뉴스 윤서빈, 영원한 청춘 아이콘 '제임스 딘' 된다 1 11:10 755
3137775 유머 산책 무서워하는 강아지 산책 시키기 11 11:08 1,128
3137774 기사/뉴스 무신사 스탠다드, 모자 관리기 출시한다…첫 패션 전용 기기 1 11:08 1,177
3137773 정보 네이버페이25원이 왔셔 19 11:05 1,036
3137772 기사/뉴스 인천공항, ‘노숙자 피서’ 퇴거조치…인권단체 “마지막 피난처” 반발 134 11:05 5,159
3137771 이슈 국중박 입장통제로 강제로 이론강연 40분 더했다는 작가님 16 11:01 3,475
3137770 이슈 방탄소년단 진 인스타 업뎃 18 10:58 1,352
3137769 이슈 지진 일어난 이후로 탄산이 훨씬 더 세졌다는 온천 6 10:57 3,661
3137768 기사/뉴스 전주 농수산물시장 화재 4시간 만에 완진…인명피해 없어(종합2보) 2 10:56 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