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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삼성 19조 투자 발표에도 "글쎄"…20년 전 악몽 떠올린 도시 [소멸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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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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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잇단 투자 발표에도 들뜨지 않는 구미
2003년 대규모 투자 놓친 뒤 산업 생태계 약화
실무 협의는 이제 시작…치밀한 후속준비 관건

 

경북 구미시 공단동 일대 아파트 단지. 삼성의 구미 투자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이정우 기자

경북 구미시 공단동 일대 아파트 단지. 삼성의 구미 투자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이정우 기자

 


'신뢰의 삼성! 로봇·AI 분야 19조원 투자! 구미가 세계 최고로 보답하겠습니다.'

 

현수막만 보면 경북 구미시는 축제 분위기입니다. 삼성의 19조원 투자 계획을 환영하는 문구가 시청 앞부터 아파트 단지와 상가 거리까지 시내 곳곳을 뒤덮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습니다. 20여년 전 대기업 투자를 놓친 뒤 도시 전체가 내리막을 걸었던 기억 탓에, 장밋빛 약속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정부는 지난 3일 구미를 로봇과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중심의 '제조 AX 혁신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습니다. 삼성전자와 삼성SDS는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 라인과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총 19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LG그룹도 광학솔루션과 첨단 기판·디스플레이 생산시설 확대 계획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실제로 들어와 봐야 안다"며 기대보다 경계심을 먼저 드러냈습니다.

 

◇ "투자한다 해놓고 안 한 적 많잖아요"

 

구미시 원평동 일대. '임대 문의' 가 상가 곳곳에 붙어있는 모습이다. /영상=이정우 기자

 


지난 15일 찾은 구미역 앞 원평동 일대는 한때 '구미의 명동'으로 불렸다는 말이 무색했습니다. 몇 걸음마다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은 빈 상가가 이어졌고, 문을 닫은 점포도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눈에 띄었습니다.

 

이곳에서 보세의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여기가 구미 최고 중심가인데 경기가 없다 보니 상가가 많이 비었다"며 "4~5년 전부터 큰 건물들도 버티지 못하고 점포들이 다 빠져나갔다. 요즘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의 투자 계획에 관해 묻자 "좋아지는 곳도 있겠지만, 실제 투자가 들어와 봐야 알 것 같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손님 없어 힘들다는 택시 기사 B씨의 반응도 비슷했습니다. 그는 "투자한다고 해놓고 실제로 하지 않은 일이 많지 않으냐"며 "용수나 전력 같은 산업 인프라를 따지면 기업들이 구미로 들어오는 게 맞다고 본다. 하지만 처음에는 떠들썩하게 발표하지만 몇 년 지나면 유야무야되고, 언제 그런 얘기가 있었느냐는 식이 된다"고 했습니다.

 

◇ 20년 악몽 같은 기억…"그땐 구미가 배불렀다"

 

https://img.theqoo.net/aElLKB

구미역 앞 멈춰서있는 택시들. 한 택시기사는 "한두 시간, 세 시간씩 기다려야 손님 한 명 태운다"고 하소연했다. /영상=이정우 기자

 


시민들의 반응이 미적지근한 데는 2003년의 기억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가 대규모 신규 투자처로 구미 대신 경기 파주를 택했던 일입니다.

 

당시 구미에서는 LG필립스LCD의 1~6세대 생산라인이 가동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00만평 부지에 100억달러 규모로 추진된 차세대 투자지는 파주로 결정됐습니다. LG전자 안양연구소와의 연구개발 연계, 수출 물류 여건에 더해 경기도의 신속한 입주 지원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파주행의 여파는 공장 몇 곳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7세대 이상 신규 라인이 파주에 집중되면서 협력업체와 연구개발 조직, 장비·소재 기업도 수도권으로 이동했습니다. 휴대전화 생산기지의 해외·평택 이전까지 겹치며 구미 산단의 빈 공장이 늘었고, 지역 상권도 함께 위축됐습니다.

 

 

https://img.theqoo.net/nAHpVF

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LG 디스플레이' 산단. 약 20년 전 파주로 공장이 대부분 이전했다. /영상=이정우 기자

 


주민들은 당시 일을 여전히 어젯밤 꾼 악몽처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지역에서는 "부지가 부족해 떠났다", "시의 소극행정이 부른 참사"라는 주장이 나오며 책임 공방이 벌어졌고, 구미경실련이 이를 '유언비어'라고 반박할 만큼 논란도 거셌습니다.

 

구미산단에서 반세기를 살았다는 공인중개사 C씨는 "LG가 구미를 떠나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여기가 LG의 본산 같은 곳이라 계열사와 2·3차 벤더까지 생태계가 다 갖춰져 있었다"며 "4·5공단을 조성할 때 부지를 파격적으로 지원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당시 시와 도가 '배짱'을 부렸고, 그 사이 경기도지사가 적극적으로 당겨간 것"이라고 회상했습니다.

 

시민 D씨도 "다른 도시는 서로 유치하려고 난린데, 그때만 해도 구미가 배가 불렀었다. 전국에서 최고로 잘 나가는 도시였으니까"라며 "인동 같은 데는 삼성·LG 직원들로 꽉 차서 방이 없을 정도였다"고 언급했습니다.

 

◇ "2000억 투자해도 고용 100명"

 

경북 구미시 공단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공장 /사진=이정우 기자

경북 구미시 공단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공장 /사진=이정우 기자

 


기업 투자가 실제 집행돼도 20년 전 같은 낙수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근 구미시가 오뚜기라면과 체결한 투자협약을 보면, 옛 효성티앤에스 부지에 2026년부터 2029년까지 약 2000억원을 투자해 해외 수출용 생산시설을 짓는 내용이지만 고용 계획은 약 120명에 그칩니다. 투자 규모가 크더라도 지역 고용 유발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한 구미시의회 관계자도 "아직 투자 '계획' 단계"라고 전제하면서 "옛날에는 노동집약적 제조 중심이라 (고용 효과가) 컸지만 지금은 대부분 그렇지 않다. 2000억원을 투자해도 고용이 100명 조금 넘지 않느냐"고 의구심을 보였습니다.

 

그래프=신현보 기자

그래프=신현보 기자

 

 

실제 그간 구미국가산업단지의 입주업체는 2015년부터 지난 해까지 10년 간 43.1%(2080개→2976개) 늘어나는 동안, 전체 고용인원은 23.1%(9만8292명→7만5591명)으로 줄고 연간 생산액도 1.8%(46조3530억원→45조4988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이 같은 일자리 감소세에 불과 십여년 전 42만명을 돌파했던 구미시 인구는 이제 40만명 선을 겨우 가까스로 지키고 있습니다.

 

 

출처=구미시 상공회의소

출처=구미시 상공회의소

 


삼성이 발표한 19조원 가운데 일부는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이라는 점도 짚어볼 대목입니다. 삼성SDS의 구미 AI 데이터센터의 경우 이번 발표 전인 지난 1월 경북도·구미시와 투자협약을 맺고 9월 착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시 관계자는 "로봇 (양산 라인)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데이터센터는 이미 계획돼 있던 것"이라며 "그마저도 애초 계획보다 규모가 작아졌다"고 전했습니다.


◇ 구미시는 총력전…"실무 협의는 조율 중"

 

구미시는 지난 5일 기업 투자 후속 전략을 내놓으며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로봇 분야에서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삼성과 투자 규모와 일정을 협의하고, 대학·연구소·기업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산업 육성 전략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소재·부품 기업과 팹 유치를 추진합니다. 방위산업은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 등 지역 기업과 협력을 넓히고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습니다. AI 분야에서는 삼성SDS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AX 실증 산단과 AI 집적단지 유치를 추진하고, 200만평 규모의 국가첨단전략산업단지 조성도 요청할 방침입니다.

 

다만 신규 투자와 관련한 구체적인 실무 협의는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시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함께 협의해 진행하고 있고 로봇 관련 추진 현황 자료도 제공했다"면서도 "삼성에서 정식으로 요청한 것은 아직 없고 핫라인 구축을 논의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생략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015/000531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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