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5년간 13명 죽은 그곳…막으라고 준 50억, 딴 데 썼다

지난 17일 서울 도림천역 인근에 붙어있는 도림천 안내판의 모습. 김정재 기자
정부가 지난해 서울 도림천 일대의 침수방지를 위해 편성된 예산 50억원을 다른 명목으로 사용한 것으로 22일 파악됐다. 도림천 일대는 지난 9일 도시침수예보 체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침수주의보가 발령됐던 곳이다.
이날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해 도림천 일대 침수방지 사업 목적 예산 50억원을 배정받았다. 정부는 해당 사업을 통해 상습 침수지역인 도림천의 하수관로 용량을 초과하는 빗물을 한강으로 배출하기 위한 ‘지하방수로’를 설치할 예정이다. 서울 영등포·구로·관악·동작구 등 총 4개 구에 걸쳐있고 유역면적만 약 42km²에 달하는 도림천은 발원지인 관악산 상류의 영향으로 경사가 급해 집중 호우시 빗물이 빠르게 유입되는 장소다.

2022년 8월 8일 밤 서울 관악구 도림천이 범람, 시민들이 아슬아슬하게 물살을 헤쳐 길을 건너고 있는 모습. 뉴스1
도림천 일대에선 지난 25년간 침수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가 지속됐다. 지난 2022년 8월 8일 집중호우로 인해 도림천 유역에서만 8752세대가 침수됐다. 2010~2011년에도 도림천 일대 약 5000세대가 잠겼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침수로 인한 사망자만 최소 13명이고, 피해액은 약 570억6400만원에 달한다. 이에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서울시는 긴급 대책으로 침수방지 사업을 추진했고, 2023년부터 관련 예산을 배정받았다. 서울시가 주관해 추진 중인 이 사업은 2030년까지 진행될 예정이고 총 사업비는 4977억원이다.
하지만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지연, 총사업비 변경 등으로 인해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2023년부터 예산 이월액도 연례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위원회 관계자는 “당초 계획은 2개 노선을 설치하는 것이었는데 논의 과정에서 1개의 통합 노선으로 계획이 변경돼 공사구간이 연장됐고, 공사비 증액으로 이어졌다”며 “이로 인해 전반적으로 사업이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에서야 본공사 실시설계를 완료한 서울시는 ▶지하안전평가 ▶재해평가 ▶소규모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2023년 7월 서울 구로구 도림천 보행로가 불어난 물로 잠겨 있는 모습. 뉴시스
지난해 편성됐던 예산 50억원을 제때 목적에 맞게 쓰지 못한 것도 사업 지연 때문이다. 예산은 대신 지난해 12월 2일 서울시·경기도의 하천편입토지보상 소송 패소에 따른 비용으로 사용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침수방지 예산 50억원을 서울시에 교부하고자 했지만, 서울시가 ‘예산을 집행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의견을 표명해 전액 미교부했다”며 “미교부 된 예산은 관련 법에 따라 과거 국가가 편입한 하천 인근 토지의 기존 토지주에게 손실을 보상하는 목적의 판결금으로 쓰였고, 도림천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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