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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신약 도입에 관대했던 의료계, 왜 미프진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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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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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미프진에게만 적용되는 '이중 잣대'
  미프진
 exelgyn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의 도입 검토를 지시하자, 산부인과 단체와 일부 의료계는 일제히 "안전성 검증되지 않았다.", "법 개정이 먼저다", "의사의 재량에 맡기는 것은 책임 전가다"라며 강하게 반발하였다. 하지만 위험하게 온라인 상에 유통되는 약물을 제도권 안으로 가져와 여성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정책 방향에 대해 거부하는 논리로 너무 궁색하다. 그럼 그들이 내세우는 주장을 하나씩 따져 보자.

신약 도입에 관대했던 의료계, 왜 미프진에만?

의료계는 그동안 난소암·유방암 치료 신약이 도입될 때, 심지어 소수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나 최종 생존율 개선이 확인되지 않은 조건부 허가 약물이 들어올 때도 위험을 경고하는 성명을 낸 적이 없다. 오히려 환자 접근성 개선을 명분으로 신약을 환영했고, 건강보험 급여의 신속한 적용을 촉구하는 국회 토론회를 열어 왔다. 신약의 접근권을 앞장서 외쳐온 이들이, 유독 미프진 앞에서만 "안전성 검증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작 임신중지약 미페프리스톤(상품명: 미프진)은 '검증되지 않은 신약'이 아니다. 1988년 프랑스에서 처음 허가된 이래 35년 넘게 사용된, 오래된 약물이다. 임신중지를 둘러싼 온갖 편견과 정치적 공세 속에서 이 약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검증을 거친 약물 중 하나가 되었다. 여러 국가에서 대규모 임상시험이 반복적으로 수행되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핵심 필수의약품 목록에 올렸다. 현재 약 100개국에서 사용되며, OECD 국가 대부분이 여기에 포함된다. 우리가 흔히 '주요 선진국'이라 부르는 나라 가운데 이 약을 쓰지 않는 곳은 사실상 한국뿐이다.

'가교임상' 요구의 허구

대한산부인과학회는 "한국인 대상 가교임상시험"까지 요구한다(가교시험은 신약을 국내 도입할때 인종적 차이를 고려하여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요구되는 임상시험이다). 그러나 이 약은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등 우리와 인종적 차이가 거의 없는 국가에서 이미 오랜 기간 사용되고 있으며,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도 문제 없이 사용해 온 약물이다.

더 근본적으로, 가교임상 요구는 국내 신약 허가의 실제 관행과도 동떨어져 있다.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6~2020년까지 허가된 신약 66건 가운데 가교시험 자료를 실제 제출한 사례는 7건에 불과했다. 30건은 면제되었고, 26건은 다국가 3상 임상의 한국인 자료로 대체되었으며, 3건은 약동학 시험으로 갈음했다. 그나마 제출된 7건 중 3건은 아시아 지역 가교자료였고, 3건은 애초에 일본 제약기업이 허가 받은 신약이었다. 게다가 임신중지처럼 시급성이 높은 의약품에 대해 가교임상을 요구하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이례적이다. 다른 신약에는 묻지 않던 것을 미프진에만 요구하는 이유는, 안전성이 아니라 다른 데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초음파 확진이 필수? 최신 근거는 다르게 말한다

의료계는 투약 전 초음파 검사를 통한 임신 주수 확진과 자궁외임신 배제가 필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약품 사용 기준은 30년 전 데이터가 아니라 최신 근거로 판단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전 세계적으로 약물적 임신중지가 크게 늘었고, 많은 국가가 규제를 완화했다. 미국 FDA는 대면 진찰과 초음파 검사 요건을 배제하고 원격의료를 통한 처방과 우편 배송을 허용했다. 그 결과는 어땠는가. 원격으로 제공된 약물적 임신중지는 클리닉에서 대면 진찰을 거친 경우와 비교해 성공률과 부작용 발생 빈도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문진만으로도 충분히 안전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팬데믹 시기에 우리가 얻은 결론이다. WHO 역시 초음파를 약물적 임신중지의 필수 전제로 요구하지 않는다.

'의사 재량'은 이미 의료 현장의 일상
 
  2023년 12월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안전한 임신중지약(미프진) 도입과 모자보건법 개정을 가로막는 보건복지부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명확한 법적 기준 없이 판단을 의사 재량에 맡기는 것은 책임 전가"라는 주장도 현실과 맞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연간 3만 건 이상의 임신중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이 현실이다. 많은 이들이 병의원을 찾거나 온라인으로 임신중지약을 구해 복용하고 있고, 적지 않은 병의원이 수술 외에도 미소프로스톨, 메토트렉세이트 등의 의약품을 이용한 임신중지를 시행하고 있다. 어떤 약을 쓸지, 어떤 치료를 할지, 부작용을 어떻게 관리할지 — 이 모든 판단은 지금도 '의사의 재량'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표준 진료지침은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약물 도입과 병행할 과제이지, 도입의 선결 조건이 될 수 없다. 임신중지약도 필요하고 진료지침도 필요하다. 두 과제 모두 정부와 의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일이지, 하나를 볼모로 다른 하나를 막을 일이 아니다. 지침이 없어 재량으로 진료해 온 지난 5년의 책임을 이제 와 약물 도입 반대의 근거로 삼는 것이야말로 앞뒤가 바뀐 주장이다.

원내 직접 투약과 전문의 한정- 접근성이라는 본질 지우는 요구

학회는 의약분업 예외 지정을 통한 산부인과 원내 직접 투약과 산부인과 전문의 처방 한정을 요구한다. 그러나 약물적 임신중지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다. 임신중지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은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고, 지방 소도시에는 산부인과 자체가 드물다. 지방 거주자는 임신중지를 위해 하루 이상 시간을 내어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원내 투약과 전문의 한정은 이 구조를 그대로 고착시킨다. 약물이 도입되어도 결국 수도권 산부인과에 가야만 쓸 수 있다면, 병원에 여러 차례 방문하여 복용해야 한다면, 도입의 의미는 반감된다. 필요한 것은 지방 소도시에서도 임신중지 접근권을 보장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이지, 접근의 문턱을 다시 쌓는 요구가 아니다.

허용 주수를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순서가 뒤바뀌었다. 현대약품은 영국 라인파마와 계약을 맺고 미프지미소의 허가 신청을 진행 중이다. 허가 심사에는 라인파마가 수행한 임상시험 데이터가 제출되었을 것이고, 그 데이터에는 임신 주수를 포함한 모집 기준과 그에 따른 안전성·유효성 결과가 담겨 있다. 허용 주수는 바로 이 데이터에 근거해 정하면 된다. 이것이 모든 의약품 허가의 원칙이다.

참고로 의사회가 성명에서 인용한 "FDA도 7~9주 이내로 엄격히 제한"한다는 주장부터 사실과 다르다. FDA의 허가 범위는 임신 70일, 즉 10주까지이며, WHO는 12주까지 외래 사용을 권고한다. 과학적 근거로 판단할 문제에 '사회적 합의'를 요구하는 것은, 임신중지를 여전히 여성의 권리가 아니라 사회가 허락해 주는 시혜로 이해하고 있음을 자백하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는 이미 이루어졌다

마지막으로, 법 개정과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보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받은 법률 자문 6건 중 4건은 모자보건법 개정 없이도 현행 약사법에 따라 품목허가가 가능하다는 의견이었다. 이는 다름 아닌 대한산부인과학회 스스로 입장문에서 인용한 사실이다. 허가를 막고 있는 것은 법이 아니라 의지다.

그리고 사회적 합의라면, 이미 있다. 2019년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결정했고, 2021년 처벌 조항은 효력을 상실했다. 헌재 결정이야말로 이 사회가 도달한 가장 무거운 합의다. 5년이 넘도록 그 결정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국회와 정부이지 여성들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 와 "합의가 없다"며 약물 도입까지 막자는 것은, 사실상 헌재 결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답은 도입 반대가 아니라 신속한 도입과 그에 걸맞은 진료 환경의 구축이다. 그토록 근거기반 의학을 외치는 의학계가 35년간 전 세계가 검증한 약을 앞에 두고 한국 여성들만 다시 기다리게 하라고 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동근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523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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