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목조 지붕이라 비가 오면 빗소리가 많이 들린다. 한번은 낭독회를 하는데 비가 쏟아져서 세상에 우리만 남은 것 같은 이상한 감각이 있었다. 우리가 함께 있다는 그런 감각이 참 좋았다.”
7월 7일 저녁 서울 종로구 통의동 책방오늘, 한강 작가가 지그시 위를 올려다봤다. 시선을 따라간 곳엔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서까래가 든든하게 지붕을 떠받치고 있었다. 순간 함께 있다는 감각이 어렴풋이 짐작됐다. 한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후 첫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 내내 서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책방을 닫는 이유에 대해서는 “서점(건물)이 팔렸기 때문에 세든 세입자가 다 나가게 됐다”고만 말하며 구체적인 전말을 밝히지 않았다.
주간경향 취재 결과 한 작가가 조심스럽게 언급한 책방 폐업의 배경에 서촌에 진출하려는 기업과 강남 투자 전문 부동산의 중개가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작가는 책방 영업을 이어가려 했으나 명도(세입자 퇴거) 소송 거론, 다른 세입자들의 퇴거 결정 등에 압박을 느끼고 끝내 명도에 합의했다.
한 작가와 가까운 지인 A씨는 주간경향과 통화에서 “그 건물이 명도(조건으로) 계약됐다. (한 작가는) 더 있으려고 했는데 ‘안 나가면 고소한다’는 얘기까지 했다고 들었다”며 “한 작가가 많이 힘들어했다.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서촌 일대 상인·부동산에 따르면 한 작가의 책방 폐업은 서촌에서 진행 중인 젠트리피케이션의 여파다. 소위 ‘핫’한 지역에 진출하려는 브랜드들이 들어오며 동네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생활하고 영감을 얻은 공간임에도 문화적 자산으로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동산 “매수자 명도 요구”…지인 “상처 많이 받아”
한 작가에게 독립서점은 작가 아닌 삶을 상상할 때 거론할 정도로 애틋한 공간이었다. 그는 2018년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책방오늘을 처음 열었다. 한 작가는 직접 진열할 책을 고르고, 낭독회 등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포스트잇에 자필로 적은 책 소개 문구, 글귀들은 그 자체로 짧은 작품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곧 경영난에 부딪힌 한 작가는 2023년 서울 종로구 통의동으로 공간을 옮겼다. 당시 한 작가로부터 중개를 의뢰받았던 공인중개사 B씨는 기자와 만나 “(한 작가가) 한옥 건물을 찾았던 기억이 난다”며 규모와 위치 등을 꼼꼼히 따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 작가는 목조 단층집 건물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책방 영업 마지막 날 인터뷰에서도 책방이 목조 건물이라 생긴 추억을 콕 집어 말하기도 했다.
상황은 건물주 C씨가 자금 사정으로 급하게 해당 건물을 내놓게 되면서 바뀌었다. 처음에 C씨는 통의동 인근 부동산을 통해 매물을 올렸다가 이를 보고 접촉한 서울 강남구 소재 부동산의 중개로 한 기업과 매매 계약을 맺기로 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해당 건물은 5월 19일 35억원에 매매됐다. 매수자는 ‘법인’, 기업으로 알려졌다.

한강 작가의 책방이 입주했던 건물 거래내역.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갈무리
-생략-
전문: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3/0000051399?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