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앞둔 공기업 임원 정모씨는 본인의 퇴직보다 자녀의 미래가 더 걱정이다. 서울시내 한 대학의 인문계열을 졸업한 정씨의 아들은 지난해 대기업 신입 채용에서 전부 탈락했고, 올해도 합격 연락을 받지 못했다. 정씨는 “면접은커녕 일부 회사에선 서류전형도 통과하지 못하다 보니 (아들이) 더 위축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50만명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5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이 중 60% 이상이 20~30대 청년층이다.

19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대졸 이상 실업자는 48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3만9000명 늘어난 것으로 2분기 기준으로는 코로나19 영향이 컸던 2021년 52만1000명 이후 가장 많다. 연령별로는 20대가 17만9000명, 30대가 13만 명이었다. 20~30대를 합하면 전체 대졸 이상 실업자의 64.2%(30만9000명)를 차지한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0대 대졸 실업자는 7000명, 30대는 2만7000명 각각 증가했다.

문제는 취업 경험 자체가 없는 실업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2분기 취업 무경험 실업자는 5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00명 증가했다. 이 중 20대의 취업 무경험 실업자가 1만1000명 늘어난 4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2분기 기준 2021년 5만6000명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 입장에선 신입사원을 뽑아도 초기엔 투자하는 성격이 강한데, 비용 절감 차원에서 신입사원 채용을 줄이고 경력이 있는 ‘중고 신입’을 선호하다 보니 청년의 취업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수출이 급증하면서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고용 회복으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취업 못해본 20대 4.8만명…AI가 그 자리 싹쓸이 중
취업 유발 효과가 크지 않은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 극도로 치우친 탓에 제조업 전반으로 온기가 퍼지지 못하고 있다. 신규 채용 규모를 좌우하는 제조업·건설업 등 주력 업종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청년층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전체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만3000명 늘며 한 달 만에 증가로 방향을 틀었지만,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9만7000명이나 감소했다. 청년층 고용률 역시 1.7%포인트 떨어진 43.9%에 머물렀는데, 2024년 5월 이후 26개월 연속 감소하는 추세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AI 도입 속도가 빨라지면 청년 고용시장이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대외경제동향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AI 도입률은 현재 약 6%에서 10년 후 50%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비교 대상인 미국 등 주요 7개국 가운데 가장 빠르다. 현재 5% 수준인 미국과 영국은 10년 후 각각 48%, 47%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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