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는 2월 24일 오전 6시 18분 은마아파트 8층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김모(17)양이 숨지고 어머니와 여동생이 부상을 입었다. 가족이 이사한 지 불과 닷새 만에 발생한 참변이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167쪽 분량의 강남소방서 화재조사 보고서에는 당시 부실 전기공사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소방조사팀은 이 화재가 주방 천장 내부 등기구 연결 전기배선에서 발생한 접촉 불량이나 절연 열화 등 전기적 요인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테리어 업체는 주방과 작은방을 합치면서 주방 조명 위치를 바꾸고 기존 전기 배선을 약 1m 연장했다. 이를 위해 두 전선 피복을 벗기고 구리선끼리 꼰 뒤 절연테이프로 감는 이른바 '쥐꼬리 접속' 방식이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당국은 이 같은 시공 방식이 한국전기설비규정(KEC)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 때문에 접속부 기계적 강도가 약해지고 접촉 저항이 높아져 국부 발열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봤다.

무엇보다 이 같은 전선 작업을 맡은 현장 작업자가 전기 관련 자격증이 없는 '무자격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전기 연결용 압착 공구를 사용하지 않은 점을 두고 "지금까지 같은 방식으로 작업해도 사고가 난 적이 없었다. 공구를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불안하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행정 절차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다. 해당 인테리어 업체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배선 공사 신고도 하지 않았다. 관리사무소에 제출된 공사계획서에는 난방, 수도, 도배 등만 기재했을 뿐 전기공사 항목은 빠져 있었다. 업체 대표는 경찰에 "평소에는 기재하는데 이번에는 깜빡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소방당국은 세대 내부가 대부분 전소되고 전기 접속부 등 핵심 증거가 소실돼 해당 배선을 확정적인 발화 원인으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최종 화재 원인은 '원인 미상'으로 결론 내렸다.
숨진 김양의 아버지 김모(59)씨는 울분을 토했다. 김씨는 "당시 발화 추정 지점 조명은 켜지 않은 상태였다"며 "인테리어 부실 시공 등 화재 원인을 끝까지 밝혀내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https://v.daum.net/v/20260719173209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