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센터는 얼마나 일자리를 창출할까? 최근 입만 열면 데이터센터 찬가를 부르는 한국 정치인들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2년 전, 칠레의 보리치 전 대통령은 칠레를 'AI 강국'으로 만들면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거라고 주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거대 기술 기업들도 그 말에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 과연 칠레에 건설된 데이터센터들은 얼마나 고용을 창출할까? 글로벌 기술 전문 매체인 Rest of World의 검토에 따르면, 칠레의 데이터센터 17개를 분석한 결과, 총 직접 고용 직원이 1,547명 정도에 불과했다. 여기에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도 포함돼 있다. 데이터센터 평균 일자리 수는 약 90개였으며, 일부는 20개에 불과했다.
소수의 기술전문직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보안과 청소가 다였다. 심지어 정부와 기업들은 해당 지역의 대학교와 연계해 청년 일자리 교육에 나섰지만, 막상 건설된 이후에는 일자리가 없었다.
칠레는 최근 남미에서 데이터센터 저항운동을 가장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물을 빨아먹고, 전기를 흡혈하는데 정작 일자리는 형편없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어떨까? 마이크로소프트는 2020년 멕시코 케레타로에 13억 달러를 투자하며 이를 통해 3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자체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멕시코의 한 데이터센터에는 64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수준의 고용 전망에 부응하여, 케레타로 지역 대학들은 학생들이 데이터센터 완공에 대비하도록 새로운 교육 과정을 개설했지만, 완공 후에 창출된 일자리는 보안과 청소 관련한 몇 개뿐이었다.
이것은 남미에 국한된 경향일까? 그렇지 않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데이터센터는 건설 기간 동안 평균 1,688명의 건설노동자를 고용하지만, 가동 후에는 일반적으로 157개의 정규직 일자리만 제공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통계들을 다 뒤적여봐도 대충 데이터센터의 일자리는 50~200개 선이다. 일부 증언에 따르면 멕시코 외곽에 있는 한 데이터센터의 직원은 총 6명이었다.
그러면 면적당 가장 많은 데이터센터가 밀집된 아일랜드는 어떨까? 이 작은 나라에는 현재 데이터센터가 80개 이상이 들어서 있다. 국가 총 전력의 23%가 고스란히 데이터센터로 빨려 들어간다. 아일랜드 정부는 데이터센터로 인해 87만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잘 봐야 한다. ICT, 금융, 의료, 운송, 소매, 전문 서비스 등 데이터센터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모든 경제 부문까지 다 포함한 것이다. 이런 식이면 아일랜드 전체 일자리는 데이터센터가 창출한다고 우겨야 한다. 실제로는 2024년 기준으로 고용수가 3,300명이라고 한다.
다들 알다시피, AI와 데이터센터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자본집약적인 산업이다. 그 말을 뒤집으면 가장 노동배제적인 산업이다. 일자리 전반을 감소시킬 우려도 있지만, 막상 AI 데이터센터의 일자리도 거의 없다. 사실, 데이터센터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표현 자체가 애초부터 형용모순이다.
데이터센터는 고도의 컴퓨팅 시설로 가득한 곳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시스템 관리자는 수백 또는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서버를 모니터링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최근의 많은 시설들이 무인 환경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물리적 하드웨어는 일반적으로 소규모 팀이 유지 보수 기간 동안에만 수리하거나 교체하므로 대규모 상주 인력이 필요치 않다.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고용은 대부분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다. 토목 공사, 특수 전기 배선 등에 필요한 건설 인력들이 동원되고, 시설이 완공되면 일자리는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한국 정치인들이 말하는 데이터센터 일자리는 '토건'을 제외하고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연계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클러스터 단위로까지 확장되어야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조차도 이렇게 질문해야 할 것이다. 그 정도로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그렇게 시민들 식수를 위험할 정도로 많은 물을 빨아들여서, 거기에다 지구를 불태워 우리 삶을 위협할 정도로 화석연료를 소비하면서 고작 그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지역의 보건, 의료, 식량, 돌봄, 교통, 문화에 투자해봐라. 얼마나 양질의 일자리가 쏟아지는지.
데이터센터를 지으면 양질의 일자리가 별처럼 쏟아진다고, 그러니 인근 대학교 학생들을 교육시켜야 한다고 주접을 떠는 한국 정치인들의 입이 그래서 성의 없고 위험한 것이다. AI 붐에 기댄 한탕주의와 도박으로 우리 삶과 경제를 설계하는 것은 얼마나 무모한 짓인가.
- 이송희일 작가(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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