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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허남준은 왔다가 가고, 결국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또 그 마지막에 남는 배우의 본질에 대해 말했다 | <에스콰이어> 화보+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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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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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요새 정말 바쁘실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바쁘긴 한데, 적응해 나가고 있어요. 전에는 하나의 이벤트였던 것들을 일로 인식하기 시작하니까 몸이 차츰 적응하더라고요. 예전엔 무조건 재밌어야 열정이 붙었다면, 지금도 물론 재미를 느끼지만 책임감을 갖고 임하기 시작하면서 일처럼 체화되기 시작한 거죠. 오히려 육체적 피로를 견디기가 쉬워졌어요.

 

Q워낙 육체 피로는 오래 잘 견디시는 편이잖아요.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3개월 동안 한 번도 안 쉬고 일용직 노동을 한 적이 있다면서요?

 

맞아요. 그때 단 하루도 안 쉬었죠. 사실 너무 행복했어요. 고정적으로 출근해서 그 일을 하는 게요. 제가 알바를 시작한 게 한 10년 전인데, 그때 시급이 5000~6000원이었거든요. 일용직은 하루에 10만 원 이상을 벌 수 있었으니까요. 힘을 많이 쓰면 그만큼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선한 충격이었죠. 사실 오해가 있는데요, 부모님은 제 용돈을 늘 잘 챙겨주셨어요. 그래도 그렇게 벌어두면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같이 일하던 형이랑 너무 친해져서, 매일 일터에 나가는 게 그렇게 재미있었어요. 3개월 연속으로 하고, 그 이후로도 계속 조금씩 했어요.

 

Q그런 경험이 있어서 그런가 봐요. 최고 시청률이 14%까지 나온 드라마의 주연이면 사실 좀 들뜨기 마련인데, 그런 느낌이 없어요.

 

생각보다 많이 들뜨지 않는 것 같아요. 아마 직후에 바로 <고래별> 촬영에 들어가는 바람에 일을 계속해야 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하던 대로 하니까 변할 게 없는 거죠. 많이 안 해본 화보를 오늘처럼 찍는 정도가 새롭게 생긴 사건이랄까요? 사실 저는 정말 단순한 사람이에요. 예전부터 친했던 몇 안 되는 친구 혹은 가족들과 맛있는 거 먹으면 그냥 그게 제 행복의 끝이에요. 그 이상이 별로 없어요. 부모님께서 그동안 비싸서 못 입어보셨던 옷을 하나씩 사드리는 것 정도? 제가 느끼는 행복이 그런 것밖에 없어서, 들뜰 만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책임감이 더 커졌죠.

 

Q배우로서 정말 정답 같은 태도군요.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니까요. 지금 잠깐 주목받더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즐길 수 있을 때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이죠. 소속사 대표님께도 “제 컨디션 생각하지 말고 잡을 수 있는 일은 다 잡아달라”고 얘기했어요.

 

Q좀 들뜨고 싶을 때, 성수동 거리에 혼자 가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정말 재밌는 일이 벌어질 거예요. 왜냐하면, 스타의 탄생에 아무래도 익숙한 제 주변에서도 난리가 났거든요. 꽤 오랫동안 없었던 ‘으른 섹시’가 탄생해서인 것 같아요.

 

그 표현을 들어서 알고는 있는데… 감사합니다.

 

Q본인 이름으로 검색을 해봤나요?

 

<멋진 신세계>가 방송 중일 때 제 알고리즘에 뜨니까 본 적은 있죠. 이미 본 장면이지만 다른 매체로 보면 느낌이 다르거든요. 클릭을 하다 보니까, 저는 그냥 제 알고리즘에만 제가 많이 뜨는 줄 알았어요. 근데 친한 친구들이 “너 진짜 많이 뜬다”고 알려주더라고요. 그 뒤에 ‘진짜인가?’ 싶어서 검색을 좀 해봤죠.(웃음) 사실 저는 작품 나오고 나면 제가 나온 콘텐츠를 잘 안 봐요. 그 아래 댓글에 좋은 말, 안 좋은 말이 섞여 있으니까요.

 

Q저희는 검색해 보면 감이 좀 와요. 이 배우가 정말 뜨는구나 싶을 때는 해외 SNS에 자신이 보고 있는 텔레비전을 찍은 영상이 올라와요. 그 나라 말로 자막이 달려 있죠. <낙원의 밤>의 한 장면을 찍은 영상에 ‘우리 상우’(<지금 거신 전화는>에서 허남준이 맡은 역할)라는 자막이 달려 있더군요. 그건 오가닉(organic)이죠. 바이럴로 만들어낼 수 없는 진짜 애정이에요.

 

아…. 그렇게 볼 수도 있군요.

 

Q그런데 저도 그 장면이 뇌리에 남아 있어요. 박호산, 엄태구 배우 뒤에 처음 보는 배우가 서 있는데, 걷는 모습이 참 특이하다고 생각해서 기억에 남았거든요. 일부러 그런 디테일을 만든 건가요?

 

저도 그 장면이 기억나는 것 같아요. 그때는 단역이고 대사도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까 뭔가 혼자 살짝 튀고 싶었나 봐요. 보는 사람들에게 임팩트를 주고 싶어서, 무게중심을 발 앞꿈치 쪽에 실으면서 약간 껄렁껄렁하게 걸었어요. 보스를 뒤에서 경호하는 역할이었으니, 혹시라도 주변에 무슨 일이든 나타나면 나서야겠다는 마음, 좀 저돌적인 상태를 걸음으로 표현해 보려 한 것 같아요.

 

Q조연을 할 때도 그런 디테일이 있었군요.

 

그때가 오히려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눈에 띄고 싶었거든요. 지금은 대본 안에서 제 역할이 커진 상황이라, 오히려 어느 부분에서는 절제하고 어느 장면에서 얼마나 표현하느냐를 조절하지요. 그 감을 아직 잘 못 잡아서 감독님과 상의를 참 많이 해요. 조연일 때는 주연 배우님들의 흐름을 망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하면 나까지 조금 보이게 연기할 수 있을지를 엄청 고민했어요.

 

Q그러고 보니 <스위트홈> 시즌2에서도 그랬어요. 처음에는 그렇게 눈에 띄는 역할이 아니었는데, 나중에는 아내에게 “저 배우 누구지?”라고 물어봤더랬어요.

 

그때는 감독님이 저를 엄청 예뻐해 주셨어요. 원래 그 역할은 대사가 한 마디뿐이었어요. 사고가 나서 그냥 죽는 역할이었거든요. 근데 시즌2 내내 살면서 대사도 늘고, 심지어 시즌3까지 살아서 김무열 선배님한테 제 피를 주고 대신 죽는 역할이 되었어요. 그걸 다 만드신 거죠. 감독님이 애정을 쏟으시면 그게 화면에 어쩔 수 없이 보이잖아요. 그래서 아마 더 잘 보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Q감독 입장에서는 어떤 배우가 디테일을 잘 준비해 오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하니까 얼마나 좋았겠어요. 물론 너무 심하면 좀 귀찮아하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더라고요.(웃음)

 

감독님뿐 아니라 김무열 선배님께도 정말 많이 여쭤봤어요. 현장에서 시선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거든요. 어떤 스탠스로 서 계실 건지, 레디 할 때 어떤 자세로 액션을 준비하실 건지 모든 게 궁금했어요. 워낙 존경하는 선배님이라 뭔가 중얼중얼하고 계시면 “연습하시는 거예요?” 하면서 따라다녔고요.

 

Q아이고…. 어쩔 수 없이 사랑받으셨겠어요.

 

많이 귀여워해 주셨어요.

 

Q<멋진 신세계>의 디테일은 어떻게 준비했어요? 첫 로맨틱 코미디라 좀 힘들었을 수도 있을 텐데요.

 

처음 접근할 때는 이 사람이 쓸 법한 말투를 상상했어요. 차세계(허남준의 역할)의 전생인 청헌대군 ‘이현’이라는 극 중 인물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보이는 역사의 실존 인물들이 있거든요. (편집자 주 : 여러 시청자는 ‘이현’의 모티프가 안평대군 이용이나 연령군 이훤이라고 추측한다.) 그 인물들이 나오는 사극들을 보면서 배우가 어떤 말투로 표현해 냈는지를 파고들었어요.

 

Q연구파시군요. 연구를 정말 많이 하는 배우분들이 있지요.

 

근데 결과적으로는 매번 그런 연구의 과정을 반복하다가 다시 기본으로 돌아와요. 그러나 연구를 하면서 ‘이현의 말투는 어떨까, 세계는 대체 왜 이럴까’ 계속 생각하면서 제 머릿속에 데이터가 쌓여서 그런지, 그 인물이 가진 정서에 진심으로 파고드는 게 가능해지는 거죠. 차세계를 예로 들면, 세계는 어릴 때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대기업 3세에 독자 느낌이 강해요. 자신을 갑옷으로 완전히 감싸고 사는 사람이에요. 근데 자꾸 그 무장을 해제시키는 사람이 나타나면서, 절대 안 보이던 모습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러려면 그 낙차를 엄청 크게 표현해야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건 또 로맨틱 코미디잖아요. 그래서 세계가 나쁜 짓을 할 때도 진짜 악당처럼 그려지면 안 됐죠. 자기를 지키려고 어쩔 수 없이 센 척하는 태도, 결국엔 여린 사람이라는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야 했어요. 그 적정선을 찾느라 말투든 제스처든 많이 고민했죠.

 

https://www.esquirekorea.co.kr/article/1906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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