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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16~17세기 동아시아에 불어닥친 원조 한류라고 할 수 있을듯한 당시 허난설헌 신드롬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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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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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이 동아시아 지식인들의 공통 문어로 기능하던 시대, 허난설헌의 시는 명나라와 청나라의 문단을 거쳐 에도시대 일본의 상업 출판시장에까지 진출했다. 허난설헌은 끝내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27세의 나이로 요절했으나, 그의 문학적 불꽃은 국경을 넘어 중국 대륙과 일본 열도까지 아시아 전역에 걸쳐 거대한 한류 신드롬을 일으킨 셈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모든 명성이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 형성되었다는 사실이다. 허난설헌은 스물일곱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의 글을 모두 불태워 달라고 유언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동생 허균은 아직 허씨 친정에 남아 있던 작품과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시들을 수습하여 누이의 문집을 엮어냈다.

 

 

허균은 누이가 남긴 시들을 모아 명나라 사신 주지번에게 전달했고, 허난설헌의 시에 깊은 감명을 받은 주지번이 중국으로 돌아가 《난설헌집》을 발간하면서 대륙은 단숨에 열광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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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의 시가 중국에 처음 알려진 것은 단순히 오랑캐의 신기한 여성 작품으로 소개된 정도가 아니었다. 임진왜란을 전후하여 조선의 시를 수집한 명나라 문인 오명제의 《조선시선》에는 조선 시인 112명의 작품 340수가 실렸는데, 그중 허난설헌의 시가 무려 58수였다. 두 번째로 많이 수록된 정몽주의 작품이 17수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시 중국인들이 허난설헌의 시를 얼마나 높게 평가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다른 《조선시선전집》에서는 허난설헌의 시가 130수나 실려 전체 분량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중국인이 편찬한 조선 시선집에서 허난설헌은 ‘여성 시인 중에서는 으뜸’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조선 시단을 대표하는 작가는 허난설헌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게 당시 중국인들의 인식이었던 셈이다.

 

 

 

 

중국 문인들의 찬사는 열광적이었다. 《열조시집》에서는 난설헌의 시가 “하늘에서 꽃이 떨어지듯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고 기록했고, 《고금야사》에는 그 시재가 “당나라의 이백을 뒤로 물러나게 할 정도”라는 극찬까지 등장한다.

 

 

물론 이러한 표현들에는 난설헌에 대한 팬심이 듬뿍 담긴 명나라 문인들의 과장이 섞여 있지만, 외국의 젊은 여성 시인이 중국 문학사의 최고 권위인 이백과 비교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가 중국 대륙에서 얻었던 명성의 크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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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의 명성은 명나라가 멸망한 뒤 청나라에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청대에 들어서도 그녀의 작품은 계속 선집에 수록되고 판본이 간행되었다. 명·청의 문인들은 조선에 사신으로 올 때마다 허난설헌의 시집을 구해 달라고 부탁했으며, 1622년에는 명나라 사신이 조선 문인 이정구에게 《난설헌집》을 요청하자 “판본이 먼 고을에 있으니 찍어 오도록 하겠다”고 답한 기록까지 남아 있다.

 

 

 

1695년에는 청나라 황제(강희제)가 조선에 요구한 서적과 서화 목록에 《난설헌집》이 포함되었다. 당시 청 조정은 조선의 고금 시문과 《동문선》, 《난설헌집》을 비롯하여 최치원, 김생, 안평대군의 필적 등을 구해 오도록 요청했다.

 

 

한 여성 개인의 시집이 중국 황실 차원의 수집 대상이 되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당시 허난설헌이 단순한 ‘여성 시인’ 정도가 아니라 조선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적 아이콘로 인식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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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허난설헌 신드롬 역시 주목할 만했다. 1692년 조선 동래부에서 다시 간행된 《난설헌집》 중간본이 일본으로 건너가자, 1711년 교토의 출판사인 분다이야(文台屋)는 일본식 훈독을 위한 표식까지 붙어있는 일본 전용버전 《난설헌집》의 판목을 제작했다. 조선에서 가져온 책을 소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본의 상업 출판사가 새로 판목을 제작하여 판매용 책으로 찍어낸 것이다.

 

 

 

조선에서 건너온 책이 당시 일본의 상업 출판망에 들어가 일본 내수용 버전으로 값비싼 목판을 제작했다는 사실은, 그 때 일본의 출판업자들이 《난설헌집》에 대한 일정규모 이상의 독자층과 판매 가능성을 분명히 보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허난설헌의 작품 원문들을 일본어 어순으로 읽을 수 있도록 훈점을 붙여놓은 것 역시 일본의 국내 독자들이 《난설헌집》을 읽고 감상할 수 있도록 내수용 독자 수요를 고려했다는 흔적이다.

 

 

 

분다이야 출판사의 수요 예측은 정확히 맞아떨어져 《난설헌집》은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베스트셀러가 되며 상업적으로 초대박을 쳤다. 일본 전국에서 《난설헌집》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며 허난설헌의 유명 시 대표작들이 일본인들 사이에서 애송되었다. 

 

 

 

특히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난설헌집》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물론 여전히 주된 독자층은 한시를 짓는 무사와 번사, 상층 문인, 유학자들이었지만 에도 중기에 들어서며 평민 상인들과 여성들도 출판 생태계의 독자층으로 점점 확장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이었다. 여성용 생활교양서, 그림책, 수필집, 요리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며 여성독자 시장이 점차 성장하고 있었다. 

 

 

 

허난설헌의 시가 일본에서 호응을 얻은 이유는 단순히 그가 이국의 여성 시인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난설헌의 시에는 화려하고 감각적인 색채, 당나라 시를 연상시키는 맑고 신비로운 시어, 인간세계의 고통에서 벗어나 선계로 날아가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이 반복해서 나타난다. 사랑받지 못한 아내의 고독,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 여성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울분은 조선이라는 지역을 넘어 다른 사회의 여성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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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허난설헌은 당시 일본의 여성 문인들에게도 일종의 롤 모델이 되었다고 평가된다. 남성 문인들의 부속물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과 문집을 가진 여성 시인이 다른 나라에서도 널리 읽힐만큼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강력한 자극이었다. 후대의 일본 여성문학 연구에서도 《난설헌집》이 에도시대 여성 문학과 여성 한시 창작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가 계속 연구되고 있다.

 

 

 

허난설헌은 생전에 가질 수 없었던 자유를 자신의 시 속에서 꿈꾸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 자유는 사후에 현실이 되었다. 비록 육신은 스물일곱의 나이에 조선에 묻혔지만, 작품들은 중국과 일본으로 날아가 수백년 동안 동아시아의 독자들에게 읽혔다. 조선 사회가 한 여성에게 허락하지 않았던 문학적 생명이, 요절한 후에야 동아시아 전역에서 일종의 한류 신드롬을 일으키며 이어져 나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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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당시 난설헌의 이런 재능을 인정해주지 않고 날개를 꺾어버린

조선의 남성 카르텔이 가장 나쁜건 말할 것도 없지만

그런 시대에도 허난설헌이 동아시아 전역에 일으켰던 문화적 파급력과 신드롬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난설헌의 업적도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서 써봄...ㅠㅠ

 

이렇게 대단한 여성이었는데 

그냥 조선시대에 여자 시인도 있었대~ 정도로 대표작 몇개 배우고 넘어가는것도

뭔가 좀 씁쓸해지는 포인트인거 같고...ㅠㅠ

 

남성 시인이 당시 동아시아 전역에 이 정도 신드롬이랑 문화적 파급력 일으켰으면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하는 글조차 필요없을만큼 걍 전국민이 그 대단한 업적을 필수 상식처럼 다 알고

진즉에 지폐에도 얼굴이 박혀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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