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아 심장수술의 마지막 보루... 서울대병원에 저 혼자 남습니다
“아기 심장에 눈 빛나던 인턴들… 힘든 현실에 다른 선택”
“주 130시간 근무에 소송 부담, 누가 이 일을 한다고 하겠나”
지난 9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어린이병원. 5시간에 걸쳐 수술을 마친 곽재건(51) 흉부외과 교수가 소아중환자실 밖으로 걸어 나왔다. 심실중격결손(좌우 심실 사이의 벽에 구멍이 생겨 혈액이 새는 병)을 갖고 태어난 생후 3개월 아기를 수술하고 중환자실로 옮긴 직후였다. 곽 교수는 “원래는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수술했는데, 떠난 동료가 맡던 수술까지 맡게 되면서 최근에는 거의 매일 수술을 하고 있다”며 “응급 환자가 생기면 나눠 대응하던 구조가 사라져 요즘엔 거의 매일 퇴근 후에도 병원을 쉽게 떠나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연간 600건이 넘는 소아 선천성 심장 수술을 맡아온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가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는 일반 병원에서 수술하기 어려운 선천성 소아 심장기형 환자들이 ‘마지막 희망’을 갖고 문을 두드리는 곳이다.
이 병원에서 소아 심장 수술이 가능한 집도의 3명 중 한 명이 지난달 개인 사정으로 사직 후 미국으로 떠났고, 나머지 한 명은 1년 반 뒤 정년 퇴임한다. 후임을 구하지 못하면 서울대병원에 소아 심장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곽 교수 홀로 남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후임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소아흉부외과 전문의는 27명. 이 중에서도 독립적으로 고난도 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의는 15명에 불과하다. 전문의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서울대병원이 다른 병원의 집도의를 데려오면 해당 병원은 인력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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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교수는 수술의 어려움과 소송 부담 등 책임은 큰 반면, 낮은 수가와 ‘적자 진료과’라는 병원 내 인식 등 충분한 보상은 뒤따르지 않는 구조를 문제로 꼽았다. 실제로 소아 심장 수술은 수술 난도와 인력·시간 투입에 비해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부가 지난 2023년부터 소아 심장 수술 항목을 난도에 따라 세분화하고 저체중·신생아 수술 가산을 확대하는 등 보상 체계 개편에 나섰지만, 이미 고착화된 인력난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형두 대한소아심장학회 이사장은 “소아 심장 분야는 수술 자체도 힘든 데다, 장시간 당직과 응급 대응, 의료 사고 발생 시 소송 부담까지 모두 떠안아야 하는 복합적인 구조”라고 했다.
곽 교수는 “수술방에 들어온 인턴들이 아기 심장을 직접 만져보면서 눈을 빛내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다”면서 “그러나 막상 진로를 선택할 때가 되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했다. 그는 “나이 쉰이 다 되어서도, 주 130시간씩 일하던 전공의 때와 비슷하게 일하는 선배들을 보며 후배들은 ‘어떻게 저렇게 사느냐’고 한다. 그러니 누가 이 일을 하려고 하겠냐”고 했다.
김지원 기자 keemz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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