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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일본의 65세 정년 연장 30년 실험... 제로섬게임? 고정관념 깨졌다, 임금·근무시간 조정하며 65세 고용 정착,청년 채용도 함께 늘었다, 한국은 연공급·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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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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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임금·근무시간 조정하며 65세 고용 정착…청년 채용도 함께 늘었다
한국은 연공급·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과제…'정년보다 구조개혁' 목소리

 

환갑잔치를 안 하는 시대는 오래전 도래했다. 가족 내에서도 60세는 노인으로 취급하지 않는단 의미다. 그저 ‘장년(長年)’일 뿐이다. 그리고 건강한 장년은 여전히 일하고 있다. 아니 일해야 하는 시대다. ‘65세 정년 연장’이 한국 사회의 핵심 논제로 떠올랐다. 특히 한국이 2024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정년 연장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기대수명 연장과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는 고용연장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인이다.

 

하지만 논의가 본격화될 때마다 세대 간 일자리 갈등,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 등 해묵은 쟁점들이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 해법도 제각각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단계적 65세 연장’을 제안했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조건 없는 즉각 65세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65세 정년 연장을 둘러싼 해법이 다른 건 이를 반대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청년층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것이다. 60세 이상의 경험 많은 인력과 갓 사회에 진입하려는 20대 후반 인력이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맞서는 형국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 질문할 필요도 있다. ‘정년 연장이 세대 간 제로섬게임인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해 볼 수 있다. 

 

학계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보다 초고령사회를 미리 경험한 일본에 주목한다. 일본의 경험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핵심은 ‘정년 연장을 통한 노동시장 개편’이다. 얼핏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으나, 인구구조와 노동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꾀했다는 것이다.

 

청년 고용 뒷받침한 日의 재고용 제도

 

일본의 보건·고용 책임 부처인 후생노동성 산하 국책연구기관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JILPT)가 2018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65세 고용 의무화를 실시한 2013년 이후 ‘고령자 고용 연장 조치’를 도입한 기업들은 청년층 신규 채용에도 적극적이었다. 특히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연장한 기업의 66.4%가 ‘20대 이하 신규 채용’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택한 기업의 경우에도 절반이 넘는 51.9%가 청년층 신규 채용을 진행했다. 고령자 고용을 연장해도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고연령자 고용현황 보고서’를 보면, 일본 전역 23만7700여개 기업 중 고령자(65~70세)에게 취업 기회를 부여하는 기업의 비율은 34.8%(8만2748개)에 달했다. 일본 기업 3곳 중 1곳은 고령자가 70세까지 일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한 셈이다. 올해 3월 JILPT가 발간한 자료를 보면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A사의 경우 기업 차원에서 ‘65세 정년제’를 도입하면서 60세 이후에도 기존 업무를 그대로 맡겼다. 다만 기본 급여를 70% 수준으로 삭감했다. B사는 60세를 기준으로 연봉을 인상하지 않고 유지한 채 재고용을 시행했다. 다만 업무평가는 기존과 동일하게 적용돼 성과급 지급에 반영한다.

 

65세 정년제보다 한 단계 더 높은 ‘65세 이상 고용 시 적용되는 기준’을 마련한 기업도 있다. 앞서 A사의 경우 65세 이후에도 재고용 상태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근무시간과 임금에서 변화를 줬다. 근무시간은 개인별로 3.5시간부터 8시간까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임금은 이에 맞게 적용한다. C사는 업무량을 줄이고 임금을 80%로 삭감했다. 업무 평가는 별도로 진행하지 않고 성과급은 한 달 임금을 고정적으로 지급한다. 60세부터 임금 인상 없는 재고용을 도입한 D사는 65세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했다. 근무시간은 전일제·단일제·시간제 등으로 구분한다. 다만 업무 평가는 똑같이 받고 이에 따라 성과급을 결정해 지급한다. 

 

기업들은 연봉을 인상하지 않거나 삭감하고 근무시간을 조정해 고용을 유지했다. 숙련된 인력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신규 채용 전략을 짤 수 있는 토대를 만든 것이다. 이는 안정적인 기업 경쟁력을 갖추면 청년 고용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앞서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연장한 기업들이 높은 청년 신규채용 비율을 보여준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제조업 등에서 인력난이 심각한 일본은 이러한 제도의 변화를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세대 간 일자리를 걸고 어느 한쪽이 쓰러질 때까지 치받는 ‘치킨게임’이 아니라, 오히려 일자리 전체의 파이를 키워 상생한 결과를 만든 것이다.

 

日, 30년 걸려 제도 정착시켜 

 

2006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2024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보다 약 20여년 가까이 앞섰다. ‘정년 연장’ 문제를 순조롭게 해결한 것처럼 보이지만, 일본 역시 우여곡절이 많았다. 재고용 정책을 통한 정년 연장의 안정화는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일본 정부가 고령자 고용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 건 1990년대부터다. 정년 연장과 연금 수급 시기를 맞물려 해결하려는 노사정 간의 긴 타협 과정이 필요해서였다. 당시 일본 대부분 기업의 정년은 55세였으나, 저출산 심화와 연금 재정 악화로 인해 공적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5세로 상향하는 안이 추진됐다. 또 1971년 제정된 ‘고령자고용안정법’을 1994년 개정해 60세 미만 정년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이듬해에는 퇴직 후 재고용된 고령 노동자들의 급격한 임금 삭감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고령자고용계속급부금’ 제도를 도입했다. 해당 제도는 60세 이후 재고용돼 임금이 삭감된 고령 노동자에게 정부가 고용보험을 통해 최대 15%까지 일종의 보조금 형태로 메워주는 방식이다. 시행착오를 거친 일본은 1998년이 돼서야 ‘60세 고용 전면 의무화’가 시장에 안착했다. 

 

이후에도 고비는 있었다. 2000년대 들어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 세대’의 대거 은퇴로 인력난 우려가 극에 달하자, 일본 정부는 2013년 노동자가 희망할 경우 전원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하도록 법을 재개정해 사실상 강제했다. 이어 아베 정부의 ‘평생 현역 사회’ 기조와 함께, 2020년 기업이 70세 고령자에게도 취업 기회를 확보하도록 노력 의무를 부과하기에 이르렀다. 인구구조 변화와 연금 재정 위기라는 복합적 난제를 ‘고령 인력 활용’이라는 정공법으로 돌파해 온 셈이다.

 

日과 비슷하지만 다른 韓

 

일본의 성공 방식을 한국에 그대로 대입하기엔 우리의 현실이 녹록지 않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은퇴 후 연금을 받기 전까지 소득이 끊기는 이른바 ‘소득 공백’ 문제다. 현재 한국의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26년 기준으로 63세(2030년 이후는 65세)다. 퇴직을 한 뒤 수년 동안 그 어떤 소득도 없이 버텨야 하는 공백기가 발생하는 셈. 지난해까지 경기도의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한모(60)씨는 “다니던 회사가 정년을 보장해줘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국민연금 받기까지 몇 년이 남았다”면서 “소득이 없다는 현실이 크게 다가와서 주식으로 돈을 벌어야 하나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에 대해 당장 반발하는 건 청년층이다. 청년들 대부분은 정년 연장에 대해 “기성세대가 밥그릇을 독점해 우리의 진입 장벽을 더 높인다”고 말하며 비판적이다. 취업준비생 김모(25)씨는 최근 정년 연장에 대해 부모와 갈등을 겪었다. 다니던 회사로부터 재고용 제안을 받은 부모에게 “나는 취업도 못 하고 있는데 부모 세대만 좋은 일 아니냐”고 토로했다가 말다툼으로 번진 것이다. 김씨는 “기성세대가 밥그릇을 독점해 청년들의 진입 장벽을 더 높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고갈’ 역시 청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는 이슈다. 보험료는 계속 내야 하지만 정작 자신들이 노후에 접어들었을 때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해서다. 경기도 모 병원에서 방사선사로 근무하는 김모(26)씨는 “당장 국민연금을 떼가는 게 아까운 것보다 나중에 낸 돈을 못 받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국민연금이 괜찮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더해 경력직 중심의 채용이 늘어난 현실은 청년층의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연공제 임금체계가 가장 큰 걸림돌?

 

일본으로부터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정부가 강제적으로 법정 정년을 명시하는 것이 아닌, 각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끔 유도할 수 있다. 앞서 일본이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꾸준히 개정해 2013년부터 기업에 명시적으로 선택권을 준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그러나 한국이 일본식 모델을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상승하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직무 능력이 아닌 근속만으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 속에서 고령층 고용 연장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국 유연한 정년 연장 제도를 위해서는 ‘연공제 임금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다만 일본의 경우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임금이 다소 낮아질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에 재고용 제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한국은 연공급 체계가 여전히 강하고 임금 삭감에 대한 노동계의 거부감도 적지 않다. 일부 기업에서 시행 중인 임금피크제 확대처럼 연공급 체계를 함께 손질하지 않으면, 한국만의 정년 연장 논의는 동력을 얻기 어렵다.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김덕호 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차관급)은 “임금조정의 구체적인 수준까지 법률에 일률적으로 규정하기보다는 법은 기본 원칙만 제시하고, 세부 내용은 노사협의·취업규칙·정부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산업과 기업의 특성을 반영해 노사의 자율적 합의를 통해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극심한 노동시장 이중구조도 걸림돌이다. 정년 연장의 혜택이 대기업·공기업·전문직 등 일부 양질의 일자리에만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사회적 합의를 가로막는다. 동시에 단순 제조업처럼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는 산업의 처우와 경쟁력을 개선하는 등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서도 산업 간 불균형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고령자·청년 위한 구조 설계 필요해”

 

노동계는 법정 정년 자체를 ‘만 65세’로 못박는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6월 23일 양대 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오는 2032년까지 정년을 늘려 65세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됐다. 1972년생은 만 65세가 되는 2037년까지 일터에 남을 수 있어 퇴직과 국민연금 수령 시점 사이의 ‘소득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논리다.

 

정치권 역시 정년 연장이라는 큰 틀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는 오는 2029년부터 2년마다 정년을 한 살씩 높여 2037년 최종적으로 65세 정년을 완성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고민이 깊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층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성급히 정년 연장을 밀어붙였다가 자칫 ‘세대 간 밥그릇 싸움’으로 번져 청년 표심이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년특위는 의견 수렴 기간을 오는 9월 정기국회 때까지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는 사이 산업 현장은 타협 없는 갈등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정년 연장’을 핵심 카드로 꺼내든 현대자동차 노사가 대표적이다. 지난 5월 상견례 이후 두 달째 교섭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측과 노조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동계는 ‘한 번에 확’ 법을 바꾸길 원하고, 정부와 여야는 표심과 경제적 파장을 저울질하며 각기 다른 속셈의 ‘단계적 변화’만 읊조리는 형국이다. 일본처럼 노동시장 전체의 틀을 완전히 새로 짜는 ‘다른 차원의 고민’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김 전 경사노위 상임위원은 “정년 연장은 사실상 대한민국의 모든 사업장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논의인 만큼 정년 연장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법정 정년 몇 세를 선언하는 일이 아니라, 고령자 고용과 청년 고용이 함께 지속할 수 있는 노동시장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https://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53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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