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 올라타 자산 불린 젊은층 급증…과시 소비 확산
닛케이 4년째 상승…20대 34.6% "주식 수익 명품에 썼다"
장부상 미실현 평가익도 3년간 150조엔으로 불어
SNS 과시에 '포모'까지…소외된 청년엔 격차·박탈감만
"버블기와 달라"…폭락 땐 젊은층 직격탄 우려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일본 증시가 4년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그 흐름에 올라타 돈을 번 젊은 투자자들이 부를 과시하기 시작했다. 저축률이 높기로 유명한 일본에서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소비 문화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누구나 부자 될 수 있다”…주식 대박에 명품 ‘플렉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SMBC닛코증권 설문에서 20대(20~29세) 투자자의 34.6%가 주식 투자 수익을 명품 구매에 썼거나 쓸 계획이라고 답했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비중으로, 재투자에 쓰겠다는 응답(34.5%)과 맞먹었다. 반면 30대 이상에서는 재투자와 저축 비중이 훨씬 컸다. 일본 가계가 주식에서 아직 실현하지 않은 평가이익이 지난 3년간 약 150조엔(약 1377조원) 불어난 가운데, 그 수익이 젊을수록 소비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소비 열풍의 배경에는 증시 호황이 있다.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는 올해 들어 30% 넘게 올랐고, 정부의 비과세 소액투자 제도를 활용해 주식에 뛰어든 초보 투자자들이 상당수 수혜를 봤다. 이들 ‘Z세대’는 번 돈을 보석이나 스포츠카 같은 명품에 쓰고 있다.
27세 사업가 다이세이 다테노는 2년 전 애니메이션 사업을 수억엔에 판 뒤 상당액을 주식에 넣었고, 상승장으로 자산이 크게 불었다. 그는 최근 약 2000만엔(약 1억 8365만원)짜리 포르쉐를 샀다. 도쿄 대졸 신입 평균 연봉의 5배가 넘는 금액이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 자란 그는 소프트뱅크그룹 창업자 손정의 같은 자수성가형 부자를 동경했다며 “시장에 제대로 올라타면 누구나 편하게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젊은 손님 맞이에 나섰다. 도쿄의 보석업체 ‘해피니스 앤드 디’는 2024년 큼직한 펜던트 목걸이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세운 새 브랜드 ‘노’(No.)를 선보인 뒤 올해 제품군을 넓혔다. 50대 후반의 마에하라 사토시 사장은 “내가 젊었을 때는 젊은 회사원이 금목걸이를 하고 출근하는 건 상상도 못 했지만, 요즘은 점점 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명품 소비는 소셜미디어를 타고 더 커지고 있다. SNS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는 다카다 게이타로 대표는 “이제 소셜미디어가 젊은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외된 청년엔 격차만…사회 전반 과제로
그러나 이런 자산 붐에서 소외된 저임금 노동자에게 과시 소비의 확산은 부유한 또래와의 격차만 더 부각할 뿐이다. 일본에서 임금이 수십년 만에 오르고 있지만, 물가와 대출 이자가 함께 뛰면서 봉급에만 기대는 이들은 형편이 나아졌다고 느끼기 어렵다.
소셜미디어에 넘치는 또래의 명품 자랑은 뒤처졌다는 조바심, 이른바 ‘포모’(FOMO·소외 불안)를 자극한다. 투자에 올라타지 못한 젊은이일수록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셈이다. 자산 자문가인 다카하시 가쓰히데 말리부재팬 대표는 “경제 양극화가 확실히 심해지고 있다”며 “부자들은 진짜 부유해지지만, 많은 젊은이의 삶은 여전히 월세를 내고 편의점 밥을 먹는 데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매입이나 저축을 최우선시하던 윗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는 불어난 자산을 소비로 돌리면서,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 듯한 소비를 곱지 않게 보는 중장년층과의 인식차도 벌어지고 있다.
같은 젊은 세대 안에서도 처지는 갈린다. 신용카드사 JCB가 지난 1월 실시한 설문에서 20대의 38%는 최근 2년간 명품 지출을 늘렸다고 답했지만, 3명 중 1명은 최대한 저축을 우선한다고 했다. 불평등은 일본 사회 전반의 과제로 떠올랐다. 노무라증권 분석에 따르면 30세 미만에서 상위 20%와 하위 20%의 자산 격차는 지난 10년간 약 1300만엔(약 1억 1937만원) 커져 전 연령대에서 가장 컸다.
명품 뒤 감춰진 불안…“폭락하면 큰일”
자산이 넉넉한 젊은이조차 명품 소비 이면에는 경제적 불안이 자리한다. 많은 젊은이에게 소비는 풍요의 증거라기보다 그 대체물에 가깝다. 다테노는 “수억엔이 있으면 부자라고 느낄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털어놨다. 스포츠카는 있어도 도쿄에 제대로 된 집은 사지 못한다는 것이다. 도쿄 도심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신축 아파트 평균 가격은 지난 5월 약 14% 올라 1억 660만엔(약 9억 7883만원)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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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18/00063320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