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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비용 부담으로 속상한 예비 신부에게 타이른 법륜 스님.

무명의 더쿠 | 18:27 | 조회 수 9485

https://www.jungto.org/pomnyun/view/85841

 

 

남자친구가 이제 와서 결혼 자금을 반반 부담하자고 합니다.

“저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입니다. 남자 친구가 연애 초부터 ‘좋은 곳에서 결혼하자’라고 여러 차례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결혼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결혼을 준비하게 되자 결혼 비용을 반반 부담하자고 합니다. 신혼집 비용도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부담하기를 원합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서운한 마음이 계속 남아 있습니다. 이 서운한 마음을 어떻게 내려놓을 수 있을지, 또 이런 감정을 남자 친구에게 말하는 것이 좋은지 궁금합니다.”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결혼을 안 하면 돼요. 그러면 결혼 관련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잖아요. 이것이 제일 좋은 방법입니다.”

“그래도 저는 결혼은 하고 싶어서요.”

“음식을 먹고 싶으면 음식값을 내야 하고, 물건을 갖고 싶으면 물건값을 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결혼을 하고 싶으면 결혼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내가 결혼하기를 원한다면 절반이 아니라 전부라도 부담해야죠. 그런데 질문자는 결혼은 하고 싶고, 비용은 상대가 내기를 바라는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에요. 마치 물건을 사면서 물건값을 가게 주인에게 내라고 하고, 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식당 주인에게 밥값을 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질문자는 나이가 몇 살입니까?”

“삼십 대 중반입니다.”

“서른 중반의 나이에 아직도 본인이 먹고 싶은 밥값을 남에게 내라고 하면 되겠어요? 내가 결혼하고 싶다면 예식 비용을 내가 전부 부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절반만 부담해도 되는 상황이라면 좋은 일 아닐까요? ‘결혼식 비용은 내가 다 낼 테니 결혼합시다’, ‘집 리모델링 비용도 내가 부담할 테니 함께 살아요’라고 말할 수 있어야 자기 주체가 분명한 사람입니다. 아니면, ‘나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입장을 갖는 것입니다. 이 입장이라면 ‘네가 결혼식 비용을 다 내면 결혼해 줄게. 네가 집값을 다 내면 내가 들어가서 살아줄게’ 하는 태도가 되겠죠.

 결혼도 물건을 사고 파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예를들어 인도에서 물건을 살 때 상대가 1000루피를 달라고 해요. 그 물건이 내가 꼭 필요하면 굳이 깎을 필요 없이 사면 됩니다. 반대로 그 물건이 꼭 필요하지 않은데 상대가 계속 사라고 권한다면 처음 제시한 가격의 10분의 1 정도로 불러봅니다. 상대가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면 나는 그냥 뒤돌아 가버리는거죠. 그러면 상대가 쫓아와서 팔을 잡고 500루피만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그때 150루피를 불러봅니다. 이런식으로 흥정을 이어가다 보면 1000루피짜리 물건을 200루피 정도에도 살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물건에는 본래 정해진 값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물건마다 원래 가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가격’이라는 것은 ‘사고 파는 두 사람이 만족하는 적정한 지점’에서 결정됩니다. 결혼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결혼을 안 해도 된다’라고 마음먹으면, 질문자는 돈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나는 이 사람과 꼭 결혼하고 싶다’라면 질문자가 모든 비용을 부담할 각오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가 반반 부담하자고 하는 것은 오히려 질문자가 ‘감사합니다’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닐까요. 그럼, 이제 질문자는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돈을 내긴 낼 생각이에요. 그런데 남자 친구가 계속 좋은 곳에서 결혼하자고 해서 기대하게 해놓고, 이제 와서 반반 부담하자고 하니까 조금 서운합니다.”

“그때는 남자 친구가 질문자의 마음을 얻고 싶어서 그렇게 말한 것이죠. 그런데 이제는 마음을 얻었으니 현실적으로 반반 부담하자는 말을 하는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남자 친구가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살아갑니다. 여러분도 기도할 때 ‘부처님, 하느님. 좋은 대학에만 붙여 주시면 제가 뭐든지 하겠습니다.’ 그렇게 간절히 빌어 놓고 막상 합격하면 아무것도 안 하잖아요. (웃음)

원래 사람은 원하는 것이 있을 때는 온갖 말을 다 합니다. 돈이 급할 때는 ‘빌려주면 내일 바로 갚겠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내일 바로 갚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자도 많이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런데 나중에는 그렇게까지 이자를 많이 주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돈이 꼭 필요했던 상황을 넘겼으니 이제 정상적으로 거래하자는 것이죠. 남자 친구가 말을 바꾸는 것이 아니에요. 그때는 질문자의 마음을 얻는 데 집중했던 것 뿐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결혼 비용을 반반 부담하는 것은 매우 현실적이고 일반적인 방식입니다. 그런데도 남자친구가 예전에 했던 “좋은 곳에서 결혼하자”, “내가 다 해주겠다”는 말을 계속 떠올리는 것은 질문자가 이미 지나간 말에 집착하는 것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결혼을 하게 되면, 질문자는 연애할 때 했던 말을 결혼한 뒤에도 계속 붙들고 있어서 결혼 생활이 불행해질 수 있습니다.

과거에 상대가 했던 말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내가 지금 어떻게 할 것인가’에 집중해 보세요. 내가 이런 상대와 결혼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가 핵심입니다. 본질로 돌아가야 합니다. 결혼하고 싶지 않으면 ‘나는 돈을 못 내겠어’라고 말하면 되는 것입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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