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브·에스엠(SM)·와이지(YG)·제이와이피(JYP) ‘빅4’ 대형 기획사 바깥의 중소 기획사 소속 아이돌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형 기획사의 자본과 유통망이 여전히 케이(K)팝 시장의 중심을 차지하지만, 이들의 선전으로 아이돌 성공 방정식은 다양해지는 추세다.
케이큐(KQ)엔터테인먼트의 보이그룹 에이티즈가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지난달 발매한 미니 14집 ‘골든 아워 : 파트 5’는 7월11일자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 1위로 진입했다. 2023년 ‘더 월드 에피소드 파이널 : 윌’, 2024년 ‘골든 아워 : 파트 2’에 이은 세번째 정상이다.
에이티즈는 이번 앨범으로 팬덤 구매력을 넘어 대중적 화제성까지 넓히고 있다. 타이틀곡 ‘배드’ 무대에서 멤버 산이 선보인 퍼포먼스 영상이 쇼트폼에서 빠르게 확산하면서다. 절제된 동작과 표정 연기, 강렬한 안무를 담은 짧은 영상이 추천 알고리즘을 타고 반복 노출되며 기존 팬덤 바깥의 관심까지 끌어냈다. 오랫동안 해외 팬덤을 중심으로 축적해온 에이티즈의 음악과 무대가 쇼트폼을 계기로 국내 대중에게 다시 발견되는 양상이다.

걸그룹 중에는 리센느(더뮤즈엔터테인먼트)의 역주행이 가장 눈에 띈다. 2024년 8월 발표한 미니 1집 ‘씬드롬’의 타이틀곡 ‘러브 어택’은 멤버 원이와 미나미의 유튜브 콘텐츠에서 나온 ‘거제 야호’ 밈이 퍼지며 뒤늦게 주목받았다. 이 노래는 멜론 톱100을 비롯한 주요 음원 플랫폼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지난 12일에는 에스비에스(SBS) ‘에스비에스 인기가요’에서 아이오아이·에스파와 함께 1위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후속곡의 성과로도 이어졌다. 리센느는 지난 14일 에스비에스 라이프(SBS Life) ‘더쇼’에서 카라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프리티 걸’로 데뷔 2년 만에 음악방송 첫 1위를 차지했다. 묻혀 있던 노래 한 곡의 발견이 팀의 신곡과 활동 전체를 끌어올린 것이다.

해외 팬덤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팀도 이어지고 있다. 피원하모니(에프엔씨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월 미니 9집 ‘유니크’로 ‘빌보드 200’ 4위에 올라 자체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에이티즈의 후배 그룹 싸이커스(케이큐엔터테인먼트)도 북미와 유럽 투어를 이어가며 국내보다 해외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팀 색깔도 다양해지고 있다. 키스오브라이프(에스투엔터테인먼트)는 뛰어난 라이브 실력과 2000년대 팝 감성으로 팀의 색깔을 각인시키며 음악방송 1위와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블래스트)는 밀리언셀러 기록과 고척스카이돔 공연으로 시장성을 입증했고, 24인조 걸그룹 트리플에스(모드하우스)는 ‘자컨’(자체 예능 콘텐츠)으로 관심을 끌며 지상파 음악 방송 1위를 하는 등 시장에 안착했다.

이런 흐름의 배경에는 케이팝 소비 경로의 분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방송 노출과 대형 유통망이 성공의 필수 조건이었지만, 지금은 쇼트폼·해외 투어·팬 참여 플랫폼·직캠·라이브 클립 등 팬들과 만나는 통로가 다양해졌다. 국내 차트에서 두드러지지 않더라도 해외 팬덤과 공연 매출을 바탕으로 활동을 이어가며 음악과 콘텐츠를 쌓을 수 있는 토대도 넓어졌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대형 기획사 그룹이 데뷔 전후부터 큰 규모의 관심을 얻는 반면, 중소 기획사 그룹은 좋은 음악이 있어도 마케팅 경쟁에서 가려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에이티즈나 리센느처럼 어느 순간 베일이 벗겨지면 과거 콘텐츠까지 함께 폭발적으로 소비되는 현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시장에서 콘텐츠를 쌓은 뒤 국내로 역수입돼 재조명되는 중소돌 사례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https://www.hani.co.kr/arti/culture/music/1268569.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