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집 계약했는데, 성과급을 갑자기 주식으로 줄 수도 있다니 당장 잔금은 어떻게 치러야 할지 눈앞이 캄캄합니다.”
SK하이닉스가 성과급의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내 내부 여론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특히 최근 주택 구입이나 대출 상환 등 구체적인 현금 지출 계획을 세워둔 직원들 사이에서는 당혹감을 넘어선 강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4일 열린 제3차 임단협 교섭에서 성과급의 일부를 현금 대신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을 노조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지급하는 성과급의 절반가량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지급 방식은 PS 산정 금액의 80%를 당해에 일시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이연 지급하는 구조다. 또한 직원이 자발적으로 원할 경우에 한해 PS의 10~50%를 자사주로 받을 수 있는 ‘주주참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자사주를 선택해 1년 이상 보유할 경우 매입 금액의 15%를 현금으로 추가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제공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측의 제안은 개별 직원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하던 기존 제도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성과급의 절반가량을 처음부터 자사주로 고정해 제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부동산 계약을 체결했거나 전세 보증금 증액, 고금리 대출 상환 등을 앞두고 성과급 지급 시기에 맞춰 정밀한 자금 계획을 세워둔 직원들의 충격이 크다.
SK하이닉스의 한 직원은 “대기업에 다니더라도 가파른 대출 규제와 금리 부담 속에서 현금 흐름 관리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제대로 된 성과급은 아직 한번도 받아보지도 못했는데, 성과급 백지화니 자사주 지급이니 하는 관련 내용이 확산할 때마다 정신적인 피로감이 너무 크다”고 호소했다.
노조는 임단협 직후 “회사가 제시한 성과급 안은 지난해 노사가 어렵게 마련한 합의의 취지와 기본 방향을 훼손하는 수준”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자사주 지급 비중 확대를 제안한 배경을 두고 다각도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규모 성과급 지급에 따른 일시적인 현금 유출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임직원들이 자사주를 보유하게 함으로써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을 동시에 꾀하려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하며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삼아 세후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특별경영성과급 제도에 합의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이러한 업계 전반의 흐름과 경영 효율성 제고 측면을 고려해 자사주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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