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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호프 씨네플레이 기자 3인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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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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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ineplay.co.kr/ko-kr/articles/28742

 

 

주성철 _ 비영어권 대작 영화가 가닿은 역대 최고점


〈호프〉는 〈올드보이〉(2003)의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으로부터 시작된 한국영화 세계화 여정의 정점이다. 20년 넘는 그 세월 동안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모두 거머쥐는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고, 두 감독은 어느덧 세계 영화계가 추앙하는 거장이 됐다. 황동혁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021)이 에미상 시상식에서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남우주연상(이정재)과 감독상(황동혁) 등 6개 부문에서 수상한 일도 더해졌다. 그에 더해 이창동, 홍상수 감독의 영화도 언제나 칸영화제 경쟁 부문의 레이더 안에 있다. 이처럼 장황하게 얘기한 이유는, 〈호프〉는 바로 그 〈올드보이〉 때와 마찬가지로 이른바 ‘장르성’ 그 자체의 미학과 성취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23년 만의 한국영화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올드보이〉와 〈호프〉는 거울처럼 서로를 비추고 있다. 그런데 〈호프〉는 서사와 미학, 그리고 특수효과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비할리우드 지역에서 만들어진 고예산 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점을 찍는다. 놀라울 정도로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다. 〈추격자〉 〈황해〉 〈곡성〉을 경유하며 과작(寡作)의 나홍진 감독을 향한 선입견을 벗겨내고, 그가 ‘토요명화’와 ‘주말의 명화’와 ‘AFKN’과 비디오데크가 키워낸 ‘할리우드 키드’임을 대한민국의 DMZ에서 펼쳐낸다. 첫 외계인이 등장해 그 눈물을 확인하기까지의 거대 시퀀스, 아니 ‘컷’과 ‘신’과 ‘시퀀스’라는 기존 단위를 초월해 새로운 정의를 요구하는 그 전반부는 그저 경이롭다. 이처럼 ‘스크린’의 감각을 전방위적으로 일깨운 영화가 얼마 만인가. 아쉬움이라면, 역시 극장 개봉 장편영화가 가질 수밖에 없는 러닝타임의 한계다. 이미 〈호프〉를 접한 관객이 토로한 전반부와 후반부의 밀도 차는 딱히 느끼지 못했으나, 나홍진 감독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보지 않는 한, 속편을 상정한 마무리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방법은 단 하나다. 여러 다른 할리우드 연작 혹은 삼부작 블록버스터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2편과 3편을 동시에 촬영하는 기적의 ‘엔드게임’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란다.


PS. 마치 전래동화를 들려주는 것처럼, 전반부와 후반부를 잇는 배우 임현식의 (거의) 독백은 실로 놀라웠다. 드라마 전성기를 추억하게 하는 그 특유의 호흡과 어조로 전과 후의 몰입감을 이어 나간다. 그래서 국내 개봉시 통편집됐다는 박영규 배우의 장면을 어떻게든 스크린으로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성찬얼 _ 조금 더 포기했다면 거의 완벽했을


〈호프〉만큼 훌륭한 작품을 만나기 어렵다. 그리고 〈호프〉만큼 실망스러운 작품을 만나기도 어렵다. 〈호프〉는 명확한 비주얼 콘셉트를 최상급의 기술력과 노하우로 스크린에 옮겨놓았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파출소장 범석(황정민)의 뒤를 쫓으며 관객을 현장으로 밀어 넣는다. 이 부분의 테크닉은 웬만한 영화에서 만날 수 없는 극한의 몰입도를 안겨준다. CG야 분량이나 한국영화의 자본적 한계를 따지면 충분히 용인할 수 있을 정도로 그럴싸하다. 비주얼에 있어선 흠집 잡기도 쉽지 않다. 마을 전체를 헤집는 수색 시퀀스와 한국판 웨스턴물에 가까운 승마 질주 시퀀스는 누가 뭐래도 〈호프〉가 거둔 ‘한국영화사에 남을 성취’이다.

 

문제는 영화에서 비주얼이 전부가 아니란 점이다. 〈호프〉는 약 160분에 거쳐 마을에 찾아온 초현실적 재난을 그린다. 거기까진 좋다. 그런데 여기에 사족을 붙인다. 외계인들이 갑자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과잉이다. 그것이 없었다면 우리는 외계인들에 대한 각자의 감상과 상상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들이 주는 초월적인 공포, 그럼에도 눈물을 흘리는 인간적인 모습에서 코즈믹 호러와 (논)휴먼 드라마를 모두 경험할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호프’(희망)이란 제목을 어떻게든 담아내기 위해 영화는 외계인들의 어떤 상황을 간접적으로나마 전했고, 그로 인해 〈호프〉는 ‘인간’의 이야기가 아닌 ‘외계인’의 얘기로 도치되면서 우리가 보아온 호포항 주민들의 고군분투가 모두 휘발되고 만다. 물론 처음엔 속편을 염두에 두었으니 필요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속편이 곧바로 이어질 것이 아니라면, 해당 이야기는 〈호프〉의 핵심(인간들의 생존 사투)을 도리어 죽이는 사족일 뿐이다. 물론, 최초의 의도(“모든 비극은 시각의 차이에서 발생한다”)와 흔쾌히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의 분량을 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한다. 그러나 영화를 하나의 완성품으로 내놓고자 한다면, 그에 맞춰 불필요한 부분을 버리는 것도 미덕이다. 〈호프〉는 그것을 해내지 못했다. 비전을 위한 집착을 내려놓지 못한 영화는 막판에 와서 산만해지고 와해되고 만다. 그것이 〈호프〉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김지연 _ 왜 외계인이 인간의 얼굴을 해야만 했을까


인간의 얼굴은 참으로 흥미롭다. 배우는 눈을 파는 직업이라고 하던가. 그처럼 누군가의 얼굴은 말과 행동 없이도 참 많은 것을 설명하곤 한다. 〈호프〉는 영리하게도 이 ‘얼굴’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듯하다. 〈호프〉의 외계인은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 가깝게는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돌을 닮은 생명체 ‘로키’, 봉준호의 〈미키 17〉 속 ‘크리퍼’라는 바퀴벌레를 닮은 외계 생명체가 철저히 비인간적인 외형을 지녔다면, 〈호프〉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앞서 언급한 SF 영화들이 타자로만 보였던 미지의 존재들이 인간과 화합하는 결말에 다다랐다면, 〈호프〉는 인간과, 인간을 닮은 존재들이 끊임없이 충돌하고 폭주한다.

 

인간의 얼굴이 가진 힘은 실로 강력하기에, 〈호프〉 속 외계인이 인간의 얼굴, 심지어는 아기의 얼굴을 한 순간, 관객은 대사나 묘사 없이도 그 정서에 직관적으로 이입할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관객의 호불호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대사와 상황 설명을 최소화하고 오로지 액션으로만 내러티브를 구성한 영화로서는 ‘지름길’과 같은 최선의, 효율적인 선택이었겠으나, 이는 동시에 영화를 다소 교조적으로 가두는 한계가 되기도 한다. 인간과 아기의 얼굴을 한 외계 존재는 그들을 ‘선역’으로 보이게 하고, 이는 결국 인간이 속죄해야 한다는 다소 교훈적인 후반부로 귀결시킨다. 외계인의 눈물을 보고 난 후 마음이 동했는지, 아기 외계인을 사냥한 양배(음문석)를 그르치는 범석(황정민)의 모습은 그래서 다소 작위적이기도 하다.


비록 감독이 의도하지는 않았을지언정 〈호프〉가 보여주는 것은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를 향한 관조적인, 어쩌면 비관적이기까지 한 시선이다. 싸우면서도 왜 싸우는지 모른 채 오로지 맞서기 위해 맞서는 인간들과 인간을 닮은 존재들의 진흙탕 싸움은, 냉소적인 블랙코미디이자 풍자이기도 하다. 한편, 〈호프〉는 결국 인간이 초래한 참극을 다룬다는 점에서 〈아바타〉 등이 숱하게 말해왔던 인재(人災)에 대한 경고이자, 싸움을 위한 싸움을 하는 인간들에게 바치는 우화로 읽힌다. 실체 없는 공포로 관객을 긴장감에 빠뜨린 영화이기에, 실체가 모습을 드러낸 이후부터 관객의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것은 필연적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실체’를 등장시키며 영화에 의도적인 균열을 내고, 균열을 낸 이후에도 끝까지 액션으로만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뚝심이야말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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