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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데리러 왔습니다”…수천km를 건너온 아내의 마지막 배웅

무명의 더쿠 | 09:31 | 조회 수 4415

15일 충남 천안시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미얀마에서 온 친마이마이씨(34)가 남편의 영정 사진을 보고 있다. 우혜림 기자

15일 충남 천안시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미얀마에서 온 친마이마이씨(34)가 남편의 영정 사진을 보고 있다. 우혜림 기자

 


15일 오전 6시45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 검은 정장을 입은 친마이마이씨(34)가 여행객들 사이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발걸음엔 설렘이 아닌 슬픔과 긴장이 묻어났다. 미얀마에서 수천km를 건너온 이곳은 남편 아웅민우씨(37)가 일하던 땅이었다.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아웅민우씨는 지난 1일 작업 중 목숨을 잃었다. 친마이마이씨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남편을 데리러 왔습니다.”

 

친마이마이씨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사촌과 함께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남편이 안치된 영안실 앞에서 직원이 조심스레 물었다. “많이 놀라실 수도 있는데 그래도 보시겠어요.” 친마이마이씨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남편과 마주한 그는 몸부림을 쳤다. “두고 가지 마. 살아나.” 같은 말이 몇 번이고 반복됐다. 이주단체 활동가들과 지인들이 빈소에 놓일 음식과 제단을 준비하는 동안 그는 의자에 앉아 한동안 허공만 바라봤다. 빈소 앞에는 친마이마이씨의 영문 이름이 적힌 상주 명패가 놓였다.

 

아웅민우씨는 지난 1일 충남 아산시 KTX 선로 공사 현장 입구에서 약 2.4㎞ 떨어진 터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터널 굴착 과정에서 나온 흙과 모래를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벨트 설비에 얼굴이 끼인 채 몸은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당시 컨베이어벨트 점검 업무를 맡은 그는 홀로 작업 중이었다. 위험 상황에서 설비를 멈출 수 있는 비상정지 장치는 설치되지 않았다.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하고 SK에코플랜트가 시공을 맡았다. 아웅민우씨가 속한 하청업체에서 컨베이어벨트 작업은 모두 이주노동자가 맡았다.

 

아웅민우씨는 2022년 4월 한국에 입국했다. 여러 지역의 건설 현장을 옮겨 다니며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컴컴한 터널 안에서 작업하면서도 틈만 나면 미얀마에 있는 아내와 통화했다. 네 아이를 도맡아 키우는 아내에게 남편은 늘 “곁에 있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다음 해 남편의 비자가 만료될 즈음 미얀마에 돌아오면 가족이 다함께 여행을 다닐 날을 그리기도 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만날 것이라 믿었던 남편은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이날 빈소엔 아웅민우씨의 동료들도 찾아왔다. 그와 함께 일한 A씨는 “(고인은) 조용하고 착한 사람이었다”며 “아내와 통화를 마친 뒤엔 늘 성경책을 읽곤 했다”고 말했다. B씨는 “바쁘게 일하다가도 둘이 마주치면 농담을 주고받았다”며 “가족 곁에 있고 싶다는 이야기를 항상 했다”고 말했다.

 

동료들은 이번 사고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2인 1조 작업을 지켜달라고 회사에 여러 차례 말했지만 ‘필요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며 “한명만 더 있었어도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관리자들은 현장의 이주노동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며 “언어도 다르고 신분도 불안정하다 보니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친마이마이씨 오는 16일 서울 종로구 SK에코플랜트 본사 앞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에 참여할 예정이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ranking/article/032/0003458457?ntype=RAN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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