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병을 앓는 대형 문화유산의 내부 얼개와 손상 상태 등을 뜯거나 부수지 않고 투사해 분석·진단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원통형 시티(CT) 진단기기가 도입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4일 서울 용산구 경내 보존과학센터에서 450㎸(킬로볼트)의 투과력과 출력용량(700W/1500W)을 바탕으로 1300만화소의 고해상도 디지털 영상을 얻을 수 있는 독일제 원통형 시티 진단기기를 내보였다.
새로 도입한 원통형 시티는 기존 시티보다 성능이 월등하다. 기존 600㎸ 시티가 조사 대상품을 고정한 상태로 회전시키면서 엑스레이 발생 장치가 상하 이동해 촬영하는 것과 달리, 대상품을 검사대에 올려두면 엑스레이 장치가 약 220도 회전해 수평이동하며 촬영하는 갠트리 방식이다.
막 출토된 발굴품 등 안정성이 떨어지는 유물도 진단이 가능하다. 또 기존 장비로는 조사가 어려웠던 대형 문화유산(최대 수용조건 직경 1m10㎝, 길이 3m)도 안정적으로 내부 얼개와 상태를 투시·촬영하는 게 용이해졌다. 유물 일부를 떼어내거나 파괴하지 않고 손상 상태나 제작기법 등을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중략)
문화유산 시티 진단 장비는 2009년 당시 국립문화재연구소(현 국립문화유산연구소)가 수직형 구조의 220㎸ 소형 시티를 처음 도입한 데 이어, 2017년 국립박물관이 좀 더 큰 규모의 나노 시티 등을 들여오면서 활용폭이 계속 넓어져왔다. 시티 도입 이전에는 녹이 슬거나 풍화된 금속 석조 문화유산들은 내부 파손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투시 범위가 한정된 엑스레이로만 촬영했고, 일부 문화유산 관련 기관에서는 사람의 몸을 진단할 때 쓰는 시티를 가져와 그 안에 미라나 소형 불상 등을 넣고 분석하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 문화유산에 맞게 특화한 시티 기기의 활용 범위 확대가 선결 과제였던 만큼 이번 원통형 시티 도입은 문화재 보존·수복 역사에 획을 긋는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26812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