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홍진 감독은 스스로를 완성형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족함을 전제로,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집요히 매달린다.
8년에 걸쳐 완성한 영화 '호프'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5월 칸 프리미어 시사회 후에도 밤새 수정 회의에 들어갔다.
그리고 개봉을 열흘을 앞두고 다시 만났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갔다. 국내 시사를 끝내고 다시 사운드 믹싱과 CG를 다시 만졌다.
"자유자재로 잘할 수 있다는 것은 먼 나라의 일이라고 느껴져요. 그만큼 아직 경험해야 할 것이 많고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부족한 면이 많죠."
끝까지 의심하고 끝까지 고친 '호프'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 '디스패치'가 최근 나홍진 감독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었다.

◆ "SF장르라기 보단…"
'호프'는 비무장지대 호포항을 무대로 정체불명의 존재를 쫓는 사람들을 그린다. 이들은 마을을 지키기 위한 사투 끝에 온 우주의 비극과 마주하게 된다.
나홍진 감독의 10년만의 신작이다. 그는 그간 스릴러와 느와르를 통해 공포의 진화를 그려왔다. 이번엔 의외의 시도를 했다. 외계인을 등장시킨 것.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영화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곡성'에선 초자연적인 현상을 활용했다면, 이번엔 더 심화된 퍼스펙티브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초자연적인 현상에서 시작해 더 큰 존재에 가고 싶었다. 그 덕에 우주라는 공간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곡성'에선 외지인으로 충분했다면, '호프'에선 여러 가지가 필요할 것 같아 외계인을 등장시켰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SF라고 단정 짓기엔 어딘가 어긋난다. 나홍진은 "저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어떤 장르이냐 보다, 관객들이 그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느끼느냐가 더 중요했습니다"고 강조했다.

◆ 두 세력의 충돌, 악의 없는 가해자
영화의 플롯은 아주 단순하다. 사소한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두 세력 간(인간과 외계인)의 충돌이 2번 반복되는 구조다.
첫 번째는 범석(황정민 분)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과 정체불명의 존재의 충돌, 2번째는 성기(조인성 분)와 외계인의 충돌이다.
그 안에는 악의에 대한 질문도 들어있다. 나홍진은 "영화를 보고 나면 양쪽의 입장을 다 볼 수 있는데,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꼭 악의를 가진 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간과 외계인, 두 세력 각각의 사정을 보여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같은 충돌이지만, 앞과 뒤에 상황이 다르게 느껴지길 바랐다"고 말했다.
"외계인에게도 사정이 있었지만, 인간의 입장에서는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고 느끼도록 유도하고 싶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인간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길 바랐어요."

◆ 황정민을 향한 도박
외계인을 등장시킨 것만큼이나 과감한 시도도 있었다. 초반부 50분을 크리처가 등장하지 않은 채, 범석 혼자서 그의 존재를 쫓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것.
그는 이 50분을 "도전장"이라고 표현했다. "텍스트로만 보면 '범석이 괴물을 찾아서 동네를 헤맨다'이다. 이것만 놓고 보면 굉장히 전형적인 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저는 여거기서 오히려 확장을 해버렸다. '오케이, 티피컬하게 갈게. 그런데 죽여주게 만들어줄게'라는 마음으로 했다"고 전했다.
"그런 상황들 마저도 확장시키고, 파고 들어가보고 싶고, 완성도 높게 완성시켜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초반 50분이 저희 영화에서 꼭 필요했고요."
무엇보다 황정민에 대한 믿음이 컸다. 나홍진은 "상대가 있어서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뛰고 달리고 이동하고 걸으면서 점층적으로 표현해야 했다. 황정민이기에 확신에 가까운 믿음으로 도박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 끝나지 않은 수정
새로운 도전을 한 만큼, 영화의 내용 만큼이나 CG에 대한 반응이 줄을 이었다. 칸 영화제에서 공개 후에도 제일 먼저 도마에 오른 건 CG의 퀄리티였다.
칸 이후에도 수정을 거듭했고, 최근 국내에서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 이후에도 다시 한번 만졌다. 그는 "전날 시사회 끝나자마자 달려가 사운드 믹싱을 수정하고 CG팀과 DI(후시녹음)실에도 추가 수정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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