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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댓글 폭발… ‘약 빤 증권사’ 인스타, 이 사람이 만듭니다

무명의 더쿠 | 08:53 | 조회 수 3281

[K직장인리포트] 김현우 LS증권 디지털마케팅팀 선임 매니저
 

김현우 LS증권 디지털마케팅팀 선임 매니저가 6일 서울 여의도 LS증권 본사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김현우 LS증권 디지털마케팅팀 선임 매니저가 6일 서울 여의도 LS증권 본사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증권사 공식 인스타그램인데 뭔가 이상하다.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는 게시물 대신 각종 밈을 활용한 만화와 짧은 동영상으로 가득 차 있다. 게시물마다 수십,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는데 절반은 ‘ㅋㅋㅋ’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LS증권이 회사 이름 대신 별명으로 익숙하다. ‘약 빤’ 증권사. 투자 정보에 익숙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수식어다.

 

이런 반응을 끌어낸 사람은 김현우(38) LS증권 디지털마케팅팀 선임 매니저. 김 선임은 “사실 그런 별명이 붙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가 운영 중인 소셜미디어는 받지 못하는 수식어라서다. 김 선임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LS증권’을 검색하면 잘 안 나온다. ‘약 빤 증권사’라고 쳐야 한다. 의도대로 돼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웃긴지보다 안전한지를 먼저 봅니다”

 

김 선임은 LS증권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 블로그 등 주요 디지털 미디어를 기획·운영한다. 이 중 LS증권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인스타 툰(인스타그램과 웹툰의 합성어)’이다. 김 선임이 직접 포토샵으로 그린다.

 

인터넷을 살피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포토샵을 연다. 이미지를 그린 뒤 시장 상황을 보고 게시물을 올린다. 업로드한 뒤에는 수시로 댓글창을 열어 여론을 살피고 댓글을 단다. 투자자가 댓글창에서 주고받는 농담과 반응, 불편함이 모두 아이디어가 된다. 그래서 이 일은 센스만으로 되지 않는다. 매일 시장을 보고 투자자 반응을 읽어야 하며 온라인 유행도 따라가야 한다.

 

그렇다고 유행어를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다. 김 선임은 오히려 온라인 커뮤니티를 깊게 보지 않는다고 했다. ‘안전성’ 때문이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의 유행에는 특정 집단 안에서만 통하는 맥락이 숨어 있거나 정치색, 혐오 표현으로 비칠 요소가 섞여 있을 수 있다. 개인 계정에서는 웃고 넘길 말도 증권사 공식 계정에 올라오는 순간 다르게 읽힐 수 있다. 그래서 김 선임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어느 정도 퍼진 콘텐츠를 주로 본다. 은행원이나 IT 개발자처럼 특정 직군을 다루는 계정의 수위 조절 방식을 참고한다.

 

특정 채널에서만 유행하는 표현은 검색부터 한다. 비속어는 물론 정치적이거나 차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소재, 성별이나 지역, 세대를 건드리는 표현은 특히 조심한다. 김 선임은 “제가 그런 의도를 담지 않았더라도 위험하게 보일 수 있어 조심, 또 조심한다”고 말했다.

 

LS증권 인스타그램 캡처

LS증권 인스타그램 캡처

 


LS증권이 절대 ‘넘지 않는’ 선

 

증권사 공식 소셜미디어에 요구되는 또 다른 선이 있다. 단순 정보 제공과 투자 권유 간 경계를 지키는 것이다. 김 선임은 애널리스트가 아니다. 특정 종목을 추천하거나 시장을 전망하는 순간 아무리 재밌는 게시물이라도 투자 정보나 광고로 분류될 수 있다. 동영상이라 많은 말이 담기는 유튜브 콘텐츠는 투자 광고 해당 여부를 먼저 살핀다. 필요하면 사전 심의와 준법 검토도 거친다.

 

정보를 담더라도 기본적인 데서 그친다. 상승장을 뜻하는 ‘불장’의 어원이 ‘불’(fire)이 아니라 ‘황소’(bull)라는 점을 알린 것이 대표적이다. 투자 리딩방을 조심하라는 게시물도 만든다. 워런 버핏의 햄버거 취향처럼 투자 정보라고 보기 어려운 소재도 활용한다.

 

사내에서 처음부터 편하게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회사 고객센터에 “증권사에서 왜 이런 장난을 치느냐”는 항의 전화가 오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절대 위축되지 말라”며 김 선임을 다독였다. 지금은 임원에게 “외부 미팅에서 ‘LS증권 인스타 툰 재밌다’는 말을 듣는다.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듣는다.

 

동료 반응도 달라졌다. 사내 메신저로 “잘 보고 있다”는 응원 메시지가 자주 온다. 인스타그램 구독자 대상 굿즈 이벤트를 열자 “나도 받고 싶다”는 메시지가 쇄도하기도 했다.
 

이한형 기자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댓글창을 본다

 

김 선임은 원래부터 콘텐츠를 만들던 사람이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뒤 커피 잡지사 에디터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취업 플랫폼 홍보팀과 소셜미디어 운영 대행사를 거쳐 LS증권에 왔다. 과거에는 콘텐츠로 만들 대상이 분명했다. 잡지사에서는 커피를, 취업 플랫폼에서는 사람과 직무를, 대행사에서는 담당하던 완성차 제조사의 신차를 보여주면 됐다. 증권사는 달랐다. 손에 잡히는 대상이 없었다. 대신 투자자의 말과 감정을 파고들었다.

 

주식 투자도 LS증권 입사 후 본격적으로 경험했다. 네이버 블로그에 올릴 글을 쓰면서 예수금이 뭔지, 보통주와 우선주는 어떻게 다른지 공부했다. 처음에는 동료에게 묻다가 증권투자권유자문인력 자격증까지 땄다. 투자자의 언어를 안 뒤에야 그들의 공감도 끌어낼 수 있었다.

 

김 선임의 하루도 투자자의 반응을 살피는 일로 채워져 있다. 출근하면 전날 밤 인스타그램에 달린 댓글부터 본다. 최대한 ‘좋아요’를 누르고 답댓글을 단다. 낮에는 인터넷 모니터링과 회의, 이미지 제작, 유튜브 촬영 업무가 이어진다. 퇴근했다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도, 자기 직전에도 인스타그램을 켠다. 낮에 올린 게시물에 문제가 없는지 댓글 여론을 살피기 위해서다. 주말에도 하루에 한 번은 댓글창을 본다. 공식 계정에 웃는 댓글이 많이 달릴수록 김 선임은 더 자주 스마트폰을 든다.
 

“웃긴데 의외로 쓸모 있는 것”

 

김 선임이 생각하는 좋은 금융 콘텐츠의 핵심은 ‘신뢰’다. 다만 신뢰를 주는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정확한 투자 정보와 반듯한 이미지뿐 아니라 함께 웃은 기억도 신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볍게 보이려는 것이 아니다. 투자자와 대화를 시작하는 방식을 바꾸려는 시도다.
 

생략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860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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