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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왜 유능한 사람일수록 퇴직 후 더 힘들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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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1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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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우의 ‘아싸! 성공시대’] 시장은 과거 직함 아닌 미래 가능성 보기 때문

 

● 회사 안 경쟁력, 회사 밖에서 반드시 통하는 것 아냐
● 재취업 시장에서 요구하는 건 과거 직함 아닌 ‘현재 역할’
● 성공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지만, 변화 두려워하게 만들어
● 연봉은 성과에 대한 보상일 뿐, 미래 가치 보장 안 해

 

 

“평생 성실하게 살아왔는데, 퇴직 후 처음으로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몇 년 전 만난 한 대기업 임원 출신의 말이다. 그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대기업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했고 임원 자리까지 올랐다. 회사 안에서 성공한 사람으로 평가받았고, 후배들에게 롤 모델이었다. 퇴직 당시 주변 사람들은 “어디를 가도 인정받을 사람인데 무슨 걱정이냐”며 아무도 걱정하지 않았다.

 

가장 낙관적인 사람은 그 자신이었다. 오랜 경력과 인맥, 그리고 임원 출신이라는 직함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새 일자리를 찾는 데 큰 어려움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퇴직 후 몇몇 기업에서 자문과 고문 제안이 들어왔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제안받은 자리가 대부분 기대와 달랐다. 연봉은 전보다 훨씬 낮았고, 직책도 본부장이나 임원이 아니라 자문역 수준이었다. 어떤 곳은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었다. 그는 “기다리면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결정을 미뤘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6개월, 그리고 1년이 훌쩍 지났다. 제안은 시간이 흐를수록 뜸해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시장이 자신을 잊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제야 그는 무언가 잘못돼 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회사에 다닐 때는 누구보다 인정받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의 중심에 서 있었던 자신이 왜 회사 밖에서는 다른 평가를 받는지 의문이 들었다. 뒤늦게 깨달은 것은 ‘회사 안에서의 경쟁력과 회사 밖에서의 경쟁력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한 사람에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20년 넘게 헤드헌터 일을 하며 만난 사람들 가운데 힘들어했던 이들은 평범한 직원이 아니라 한때 조직에서 잘나가던 사람들이었다. 왜 유능한 사람일수록 퇴직 후 더 힘들어질까. 그 답은 의외로 그들이 걸어온 성공의 길 속에 숨어 있다.

 

회사 안에서의 성공, 퇴직 후 ‘독’이 되다


A씨가 처음부터 현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회사 안에서 누구보다 현실적인 사람으로 평가받았다. 숫자에 밝았고 상황 판단도 빨라 중요한 의사결정을 앞둔 후배들이 먼저 의견을 구했다. 그런 그가 퇴직 후 결정을 내리지 못한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성공 경험 때문이었다. 30년 가까운 직장 생활 동안 대리에서 과장, 차장, 부장을 거쳐 임원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후퇴한 적이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직책은 높아졌고 연봉도 올랐다. 그는 그것이 노력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믿었다.

 

문제는 퇴직 후에도 같은 기준으로 시장을 바라봤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보다 과거 어떤 자리에 있었는지를 먼저 생각했다. 제안받은 자리를 검토할 때도 업무 내용이나 성장 가능성보다 직급과 연봉부터 비교했다. “제가 임원까지 했는데 그 자리로 가는 것은 좀 그렇지 않습니까.” 그 말속에는 자존심도 있었고, 그동안 쌓아온 경력에 대한 자부심도 담겨 있었다. 어쩌면 너무도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시장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였다. 회사는 과거의 성과를 기억하지만, 시장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본다. 퇴직 후 재취업 시장에서 평가받는 것은 과거 직함이 아니라, 현재의 역할이다.

 

헤드헌터 일을 하다 보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 임원이었지만 퇴직 후 작은 기업의 자문 역할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반대로 조직 안에서는 평범한 관리자로 평가받았지만 새로운 역할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두 번째 경력을 만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회사 안에서 더 성공했던 사람이 회사 밖에서는 오히려 더 힘들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성공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변화를 두려워하게 만들기도 한다. 높은 자리에 오래 있었던 사람일수록 자신도 모르게 직함과 권한, 조직의 영향력을 자신의 경쟁력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퇴직과 동시에 사라지는 것은 월급만이 아니다. 직함도 사라지고, 결재 권한도 사라지고, 하루에도 수십 통씩 오던 전화도 사라진다. 그때 비로소 남는 것이 진짜 자신의 경쟁력이다.
 

왜 평범한 부장이 더 빨리 재취업했을까


같은 시기에 전혀 다른 선택을 한 사람도 있었다. 중견 제조기업에서 부장으로 퇴직한 B씨였다. 객관적으로만 보면 그는 A씨에 비해 화려한 경력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대기업 출신도 아니었고 임원 경험도 없이 부장으로 회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그는 퇴직 후 불과 몇 개월 만에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재취업을 준비하던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인상적이었던 것은 태도였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기보다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직급은 과거 이야기 아닌가.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역할은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 생산관리 업무를 오래 했지만 품질관리나 협력업체 지도 업무도 가능하다.”

 

그는 자신을 부장으로 소개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경력을 설명할 때 “대기업 부장 출신” “임원까지 했다”는 과거 직함을 앞세운다. 그러나 기업이 궁금한 것은 과거가 아닌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가’다. B씨는 그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퇴직 전부터 관련 교육을 꾸준히 받았고, 협력업체 관계자들과 맺은 인연도 계속 이어갔다. 새로운 기술과 산업 변화에도 관심을 놓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의 경력을 특정 회사 안에 가두지 않았다. 생산관리 경험은 현장 컨설팅으로 연결할 수 있었고, 협력업체 관리 경험은 품질 자문 업무로 확장할 수 있었다. 그에게 경력은 과거가 아니라 다음 기회를 만드는 재료였다. 결국 그는 퇴직 후 6개월 만에 중견기업 생산혁신 자문역으로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연봉은 예전보다 줄었다. 직급도 낮아졌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예전에는 회사에 내가 필요했다면 지금은 시장에 내가 필요하다는 점이 더 의미 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며 오래 기억에 남은 생각이 하나 있다. 퇴직 후의 성공은 과거 얼마나 높은 자리에 있었는지보다 자신의 경험을 얼마나 새로운 가치로 바꿀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A씨와 B씨의 차이는 능력의 차이가 아니다. 한 사람은 과거의 성공을 기준으로 미래를 선택했고, 다른 한 사람은 미래의 가능성을 기준으로 자신을 바꾸었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큰 결과로 돌아왔다.

 

지금 당신의 경쟁력은 회사의 경쟁력


20년 넘게 헤드헌터 일을 하면서 수많은 중장년 직장인을 만났다. 대기업 임원, 금융회사 지점장, 공기업 간부, 제조업 본부장까지 경력도 다양했다. 회사 안에서는 누구나 인정받던 사람들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퇴직 후의 모습이다. 조직 안에서 가장 유능하다고 평가받던 사람들이 오히려 새로운 출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반면 회사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자리 잡는 경우도 많았다. 그 차이는 능력보다 생각의 차이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유능한 사람들에게서 가장 자주 발견되는 첫 번째 착각은 자신의 경쟁력을 직함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제가 상무까지 했는데요” “본부장 출신인데요”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그 경력은 존중받아야 하나 기업이 사람을 채용하는 기준이 과거 직함은 아니다. 지금 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때문이다.

 

두 번째 착각은 연봉에 대한 기준이다. 사람들은 마지막 연봉을 자신의 시장가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지막 연봉은 과거의 성과에 대한 보상일 수는 있어도, 미래의 가치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 가운데 상당수는 일정 부분 연봉을 조정하는 대신 새로운 경험과 기회를 선택했다. 반대로 과거 연봉을 기준으로 삼았던 사람들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 기회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다.

 

세 번째 착각은 회사 브랜드에 대한 믿음이다. 대기업이라는 간판은 분명 강력한 자산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신의 경쟁력이라고 믿는 것 가운데 상당수는 회사가 제공한 경쟁력이다. 회사 안에서는 조직의 이름이 신뢰를 만들어주지만,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개인의 전문성과 문제 해결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사람들은 퇴직 후 한동안 이런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나 시장은 냉정하다. 회사가 무엇을 해줬는지보다 당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62/0000019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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