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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발달장애인 300명을 고용해 흑자를 냈다: 베어베터, 비효율을 설계한 기업의 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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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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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을 높여라." 경영학 교과서 1페이지에 나오는 말이다. 모든 컨설턴트가 입버릇처럼 외치고, 모든 CEO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여기, 정반대로 간 회사가 있다. 비효율을 구조 안에 집어넣고, 그걸로 흑자를 냈다. 14년째.

 

 

 

올해 한재공익재단 '한재선행상' 수상자 4인에 이 회사의 이진희 대표가 올랐다. 그런데 이 사람이 받은 건 자선 공로상이 아니다. '고용'으로 12년을 버텨온 공로다. 

 

1. 네이버 만든 사람이 왜 복사집을 열었나

 

이진희 대표는 NHN에서 인사(HR)를 총괄하던 임원이었다.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이기도 했다. "이 아이가 스무 살이 되면 아침에 어디로 출근하지?" 인사 전문가였던 자신이, 정작 자기 아이의 일자리는 찾을 수 없었다. 답이 없는 질문을 몇 년째 안고 있었다.

 

그걸 알게 된 NHN 동료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세상에 없으면 우리가 직접 만들자." 이 동료가 바로 김정호. 1990년 삼성SDS에 입사해서 이해진, 김범수의 선배였고, 1999년 이해진과 함께 네이버를 공동 창업한 벤처 1세대. NHN 한게임 대표, NHN 차이나 대표까지 지냈다. 퇴직하면서 전 재산의 25%인 130억 원을 사회에 내놓은 사람이다.

 

이 두 사람이 2012년 6월에 연 회사의 첫 번째 사무실은 성균관대 앞 복사집이었다. 직원은 발달장애인 5명. 첫해 매출 7,000만 원.

 

역할은 처음부터 칼같이 나눴다. 김정호가 밖에서 거래처를 뚫고 사업 모델을 짠다. 이진희가 안에서 발달장애 사원에 맞는 작업 공정을 설계하고 조직을 굴린다. 3년 내내 적자. 김정호가 직접 1,500곳을 돌며 영업했다. 이마트24 편의점 카운터에도 직접 섰다.

 

2. 교과서를 거꾸로 읽은 사람들

 

보통 기업은 효율을 위해 일 잘하는 소수를 뽑아 표준화시킨다. 베어베터는 정반대로 갔다. 발달장애인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고, 거기에 맞춰 공정 전체를 재설계했다. 명함 인쇄, 원두 로스팅, 쿠키, 화환, 사내 카페, 매점 운영, 배송. 7개 팀. 언뜻 보면 뭘 하는 회사인지 모르겠는데, 공통점은 딱 하나, 발달장애인이 반복 숙련으로 품질을 낼 수 있는 일.

 

두 대표는 이 사원들을 '곰 청년'이라 부른다. 고집은 세지만 약속을 꼭 지키고, 자기를 표현하는 데는 서투르지만 익숙한 일은 누구보다 책임감 있게 해낸다. 우직한 곰을 닮았다고. 사명도 거기서 나왔다. Bear makes the world Better.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진짜 회사'로 만들었다. 자선단체 아니다. 보호작업장 아니다. 최저임금 전액. 4대 보험. 일반 기업과 똑같은 교육·평가 체계. "생산성이 낮은 사람한테 왜 시장 임금을 줍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베어베터의 대답은 간단했다. 해봤더니 자존감이 올라가고, 근속률이 올라가고, 그러니까 품질이 안정되더라. (자선보다 존중이 품질을 만든다. 이건 경영학 교과서에 안 나온다.)

 

3. 연계고용이라는 무기, 브라보비버라는 야심

 

마케팅이 아무리 감동적이어도 돈이 안 되면 못 버틴다. 베어베터가 12년을 버틴 핵심 무기는 '연계고용제도'다. 장애인 의무고용을 못 채운 기업이 베어베터 같은 표준사업장과 1년 이상 거래하면 부담금 최대 50%를 감면받는다. 기업 입장에선 부담금 아끼고, 베어베터 입장에선 안정적 B2B 매출이 생긴다. 이걸 공격적으로 활용했다.

 

결과? 거래처 506곳. 네이버, 카카오, IBM은 기본이고, 에르메스, 루이비통까지. 연 매출 100억 원 돌파. 

 

여기서 안 멈췄다. '브라보비버'라는 모델을 만들었다. 수도권 대기업이 지분을 투자하고, 지방에 독립 법인을 세워 그 지역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구조다. 이름의 유래가 좋다. 비버가 댐을 지으면 그 생태계 전체가 살아나듯이. 대구(2022년, 54명), 인천(2023년, 52명), 경기(2023년, 55명), 부산(2025년, 50명). 4호점까지 열렸다. 라인플러스, 매일유업, 현대글로비스가 돈을 넣었다.

 

서울 등록 발달장애인 취업률 30%. 지방은 5%. 여섯 배 차이. 이 격차를 좁히는 게 다음 10년의 숙제라고 이진희 대표는 말한다.

 

4. 이 회사의 궁극적 목표는 '소멸'이다

 

지금 베어베터 사원은 425명이다. 발달장애인 약 300명, 비장애인 약 125명. 파트너 기업까지 합치면 1,025명의 고용을 만들었다. 숙련된 발달장애 직원 50여 명은 외부 기업으로 이직까지 도왔다. 졸업시킨 거다.

 

베어베터 공식 소개문에 이런 문장이 있다. "대한민국의 더 많은 기업에서 발달장애인을 동료로 존중하는 것이 당연해진다면, 베어베터는 사라질 수 있습니다."

 

회사의 궁극적 목표가 자기 자신의 소멸이라니. 김정호 대표도 비슷한 말을 했다. "10년 뒤에 '옛날에 장애인 고용을 해야 한다고 외친 회사가 있었다며?'라는 대화가 오가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효율적인 사람만 남기는' 경영이 아니라, '비효율을 감당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경영. 자선보다 오래가는 고용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12년째 증명하고 있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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