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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호프’ 156분간 도파민 질주…본 적 없던 ‘조인성 활용법’

무명의 더쿠 | 07-08 | 조회 수 596

주의: 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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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한적한 시골 항구, 호포항에 비상이 걸린다. 동네 청년들이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고 오면서 마을은 순식간에 뒤집힌다.
 
추적 끝에 마주한 축사 안은 처참했다. 다리가 뜯긴 소에게서는 썩은내가 아닌 기이한 비린내가 진동한다. 이어 잡아먹힌 것으로 보이는 사람의 한쪽 팔이 발견된다. 대체 이놈은 무엇일까.
 
지원 인력은 산불을 끄러 떠났고 통신마저 두절된 고립무원의 상황이다. 호포 출장소장 범석(황정민)과 순경 성애(정호연)는 노인들만 남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총을 잡는다. 반면 놈을 쫓아 산으로 향했던 동네 청년 성기(조인성)와 일행은 되려 놈들의 사냥감이 된다. 무지가 빚어낸 불행의 씨앗이 온 우주적 비극으로 확장되는 영화 호프(HOPE)의 서막이다.
 

◆ 비릿하고 끈적한 사투…숨통을 틔우는 블랙코미디
 
영화 호프는 시골 마을을 공격한 정체불명의 실체를 쫓는 인간들의 사투로 시작한다. 그리고 중반 이후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시야를 확장하는 독창적인 구조를 취한다.
 
약 50분 만에 모습을 드러내는 외계인 바미기르(카메론 브리튼)의 존재는 강렬하다. 어쩐지 인간을 닮은 생김새부터 그렇다. 영화는 액션과 스릴러, 블랙코미디와 약간의 드라마, SF가 얽혔다. 칵테일처럼 층층이 쌓이며 관객을 흥분 속으로 밀어 넣는다.
 
나홍진 감독 특유의 비릿하고 끈적끈적한 톤앤매너는 여전하다. 초토화된 시장에 널브러진 피범벅 시체들과 자동차를 날려버리며 건물을 뚫고 지나간 미지의 존재가 주는 공포와 긴장감이 압도적이다.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지점도 있다. 리듬감과 쿨함이다. 숨 막히는 서스펜스 중간중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블랙코미디는 극의 쉼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신파도 없다. 덕분에 관객은 액션에만 몰입할 수 있다. 관객을 바짝 긴장시켰다 풀어주는 몰입과 이완의 밀당이 탁월하다.
 
이 완급조절의 중심에는 황정민이 있다. 마을을 지키려는 책임감과 미지의 존재를 향한 두려움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범석 역의 황정민은 찰진 대사로 극을 이끈다. 말끝마다 “이씨, 우씨…”를 뱉어내는 생활 연기로 관객의 웃음보와 긴장감을 쥐고 흔든다. 정체불명의 침입자와 싸우는 초반 50분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이끄는 그의 인간미 넘치는 연기는 단연 극의 단단한 버팀목이다.

 

◆ 조인성의 인생 연기…본 적 없던 ‘조인성 활용법’
 
영화적 쾌감의 정점은 단연 배우들의 액션이다. 배우가 힘들 수록 관객은 신난다. 영화는 모든 스턴트를 컴퓨터 그래픽(CG)의 도움 없이 배우들이 직접 연기했다. 심지어 대역 배우들까지 타 영화에서는 무술감독으로 활약하는 베테랑급 연차로 구성돼 액션의 현실감이 다르다.
 
특히 동네 청년 성기 역을 맡은 조인성은 야생의 괴물로 거듭났다. 깊은 숲과 광활한 국도를 오가며 말을 타고 펼치는 고난도 액션,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지는 추격 신은 감탄을 자아낸다. 속도감과 음향, 음악이 어우러져 ‘한국 영화에서 이런 액션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싶다. 전작들을 떠올리면 이번엔 대사도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도 욕 반, 대사 반이 전부다. 그럼에도 임팩트는 가장 세다. 피와 흙먼지를 뒤집어쓴 얼굴로 스크린을 압도하는 그의 모습은 지독하게 날것 그 자체다.
 
표정 자체가 곧 서사다. 특히 후반부 외계인과 벌이는 추격 신에서 조인성이 보여주는 연기 변주는 압권이다. 나홍진 감독에게 고마움이 느껴질 정도로 압도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여기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정호연의 변신도 매섭다. 어떤 상황에서도 제 할 일을 해내는 순경 성애로 분해 박진감 넘치는 카체이싱과 드리프트를 선보인다. 유탄 발사기 등의 총기 액션까지 직접 소화하며 영화에 강력한 타격감을 더한다. 문제의 시발점, 양배 역의 음문석도 잘렸던 분량을 찾아올 만큼 제 몫 이상을 해냈다.

 

◆ 지구인을 응원할수록 묘하게 찜찜해지는 나홍진의 덫
 
시각과 청각을 마비시키는 미장센의 완성도 역시 경이롭다. 홍경표 촬영감독은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해 미세한 빛의 변화를 포착했고, 와이드 렌즈로 인물과의 거리를 좁혀 몰입감을 키웠다. 
 
루마니아, 해남, 제주도, 합천을 정교하게 이어 붙여 만든 1970~80년대의 호포항이라는 시공간도 흥미롭다. 익숙함 속에 숨어있는 낯섦과 이질감이 영화 내내 묘한 공기감을 형성한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외계인 마베이요(마이클 패스벤더)가 알 수 없는 언어로 말을 걸어올 때, 성기는 “지구인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줄게”라며 총부터 꺼내 든다. 외계인들의 서사가 풀려갈수록 관객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선 넘는 외계인들의 입장도 이해할 것만 같다. 지구인을 응원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찜찜해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 묘한 잔상이야말로 나 감독이 심어둔 ‘험한 것’이 아닐까. 
 
언론시사회에선 외계인의 분노와 공포가 담긴 눈물 CG가 요즘 말로 ‘읭’스러웠다. 나홍진 감독 역시 이 부분을 개봉 전까지 수정하겠단다. 영화를 한 번 더 봐야할 이유가 생겼다.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396/0000749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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