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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플레이션의 역습…가격 올려도, 내려도 셈법 복잡한 뮤지컬 시장 [상반기 결산 기획]

무명의 더쿠 | 15:49 | 조회 수 551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440/0000036548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2026년 상반기 한국 상업 뮤지컬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그러나 객석은 오히려 비어갔다. 공연이 늘어도 관객이 줄고, 티켓값이 올라도 매출이 빠지는 역설이 수치로 확인됐다.

가격을 올리면 관객이 떠나고, 올리지 않으면 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이중 딜레마 속에서 수년 간 티켓플레이션(티켓 가격 급등 현상)이 계속되던 가운데, 최근 일부 제작사는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택했다. 새롭게 뮤지컬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대중 관객이 늘어난 반면, 오랜 마니아 관객들은 하나둘 극장을 떠나고 있다. 티켓플레이션이 만들어온 구조적 모순이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 공연 건수는 상승, 티켓 예매는 하락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집계 기준, 2026년 상반기(1~6월) 국내 뮤지컬 시장의 공연건수는 2239건으로 전년 동기 2045건 대비 9.5%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총 티켓 예매 수는 401만5051건으로 전년 416만5481건보다 3.6% 줄었고, 티켓예매액은 2167억1776만원으로 전년 2420억3833만원 대비 10.5% 감소했다. 무대의 막은 더 많이 올랐지만 관객은 더 적게 들었고 돈도 덜 썼다. 공급을 확대하면 수요도 늘어난다는 공식이 올해 상반기 뮤지컬 시장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 수치는 단순한 일시적 부진이 아니라 시장 안에서도 이미 감지되던 변화의 흐름이다. 공연 제작사 관계자 A씨는 "시장이 위축됐다기보다 달라졌다는 표현이 맞다. 지난해부터 그 변화를 체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시장이 나빠졌다는 단편적 분석에 그칠 수 있지만, 업계가 더 주목하는 것은 수치 뒤에서 진행 중인 구조적 전환이다.

◆ 15만원에서 19만원까지, 4년 간 껑충 뛴 티켓 가격

이 역설을 이해하려면 최근 수년 간의 가격 인상 흐름을 짚어야 한다. 오랫동안 국내 대형 뮤지컬 VIP석의 심리적 마지노선은 14만원이었다. 균열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일단락된 후, 지난 2022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VIP석을 16만원으로 책정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물랑루즈'가 18만원, 같은 해 '오페라의 유령'이 19만원을 내세웠다. 이후 '알라딘', '위키드' 내한 공연, '위대한 개츠비' 내한 공연 등이 연이어 무대에 오르면서 18~19만원이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의 표준 가격처럼 자리를 잡았다. 불과 2, 3년 사이 벌어진 일이다.

가격 인상의 구조적 배경은 복합적이다. 대극장 뮤지컬 한 편에 100명 이상 투입되는 스태프 인건비, 스타 배우 개런티, 무대 제작비가 빠짐없이 올랐다. 여기에 해외 원작을 들여오는 라이선스 공연의 경우 가파른 환율 상승이 달러로 지불하는 로열티 선급 비용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구조적 변수로 꼽힌다.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기점으로 꼽히는 2001년 '오페라의 유령' 내한 당시 9만원대였던 VIP석 가격은 10여 년간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다 2010년대 초반 대형 라이선스·내한 공연이 몰리면서 14만원대로 뛰었고, 코로나19 이후 물가·인건비·환율 삼중 압박 속에 19만원까지 치솟았다. 20여 년에 걸친 가격 인상이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일어난 셈이다.

◆ 티켓 가격을 올려도 매출이 빠진다

뮤지컬 시장의 전통적인 성수기인 여름방학과 연말 시즌 수치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전체 규모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티켓 가격이 꾸준히 상승해 왔음에도 상반기 뮤지컬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쪼그라든 것이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현상의 원인이 단순히 높은 가격에만 있지 않다고 본다.

공연 홍보 마케팅 관계자 B씨는 "코어 관객이 두터워지면 시장 자체가 탄탄해지지만, 대중 관객은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나 화제작이 있을 때만 극장을 찾는다"라며 "상반기에는 그 대중을 끌어들일 만한 작품이 없었던 것이 매출 하락의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화제작의 부재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뮤지컬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관객의 선택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작품이 없어서 관객이 줄었다는 분석과, 가격이 올라 관객이 떠났다는 분석이 모두 가능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점은 현장의 체감과도 맞닿아 있다. 작품 자체의 이름값은 물론, 황정민 박정민 등 소위 스크린 스타가 출연하는 공연에 일반 대중이 관객으로 몰리는 현상, 즉 유명 배우가 이름을 달아야 비로소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구조가 그 방증이다. 관객들이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를 먼저 찾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얼굴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물론 뮤지컬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선호 배우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은 오랫동안 존재해 왔고, 그에 따른 스타 마케팅도 국내 뮤지컬계의 오랜 관행이었다. 그러나 이는 TV나 영화 등 이른바 '매체 배우'들이 장르에 전혀 관심이 없던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최근의 거대한 흐름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A씨는 이를 시장 성숙의 관점에서 해석했다. "우리나라 공연 시장이 5000억원 규모로 커졌다는 것은 영화처럼 어느 정도 대중화에 성공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예전에는 뮤지컬 마니아가 시장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그냥 공연을 보러 오는 일반 관객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장르의 대중화는 동시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일반 관객층이 넓어질수록 특정 작품이나 배우에 따라 수요가 들쑥날쑥할 불안정성은 더욱 커진다.

◆ 올리기도 어렵고 내리기는 더 어려워…제작사의 딜레마

티켓값은 오르는데 정작 제작사가 남기는 수익은 형편없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할인 적용 후 실제 객단가를 따져보면 오히려 적자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는 한 작품을 수십 년씩 올리며 제작비를 장기 회수하지만, 국내 대부분의 뮤지컬은 길어야 6개월 안에 막을 내린다. 제작사들이 단기 수익보다 작품의 국내 안착을 우선에 두고 재연·삼연으로 이어지는 장기 흥행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기 공연 환경이 조성돼야 이 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공연 기간이 늘어나야 좌석별 가격 세분화와 탄력 가격제 도입이 가능해지고, 다양한 할인 제도 운용도 현실화된다. 일례로 제작사 에스앤코가 부산 드림씨어터를 활용해 서울과 부산을 하나의 시즌으로 묶는 장기 공연 모델을 시도하고 있지만 1년 이상의 공연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마저도 일부 제작사만이 감당할 수 있는 구조다.

이러한 시장 구조가 만들어낸 부담은 제작사들의 작품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초기 비용이 막대한 해외 라이선스 신작 대신 창작 뮤지컬이나 기존 레퍼토리 재연으로 눈을 돌리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몽유도원'·'한복 입은 남자' 등 창작 초연작을 비롯해 '긴긴밤', '스윙데이즈_암호명A', '서편제',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그날들', '베토벤' 등 창작 작품들, 특히 이미 제작된 창작 재연작 다수가 무대에 올랐다.
상반기 개막한 뮤지컬 그날들, 하반기 개막을 앞둔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모두 VIP석 16만원.
눈에 띄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일부 제작사들이 티켓값 19만원 대열에서 이탈하기 시작한 것이다. 6월 개막한 '그날들'은 VIP석을 16만원으로 책정했고, '빌리 엘리어트'와 '스윙데이즈_암호명A'는 17만원에 머물렀다. 하반기 개막 예정인 '디어 에반 핸슨'은 16만원으로 올해 라이선스 뮤지컬 중 최저가를 형성했고, 국내 초연 예정인 '헬스키친' 또한 17만원이다. 반면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원작인 '겨울왕국'은 19만원을 책정해 올해 가장 고가의 작품이 될 전망이다.

대형 뮤지컬 안에서도 가격이 엇갈리고 심지어 낮아지는 현상은, 일견 치솟는 티켓값에 등을 돌리는 관객을 의식한 제작사들의 대응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A씨는 선을 그었다. "관객 눈치를 봐서 낮춘 것이 아니다. 작품 규모와 제작 구조 안에서 커버할 수 있는 가격을 역산하는 것이 원칙이고, 수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발상으로는 접근하지 않는다"라고 짚었다. '겨울왕국'이 19만원인 것도, '디어 에반 핸슨'이 16만원인 것도, 결국 각 작품의 제작 규모와 수익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A씨는 "공연에는 권장 소비자가격이 없다. 시장이 좁다 보니 가격이 일률적으로 형성돼 왔는데, 작품이 다양해지면서 가격도 다양해지는 것이 오히려 정상적인 방향으로 보인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 관객이 떠난 자리, 마니아의 이탈과 시장의 민낯

다만 관객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20년 가까이 국내 뮤지컬을 관람해 왔다는 마니아 관객 C씨는 "일부 공연은 스타 캐스팅만 믿고 높은 가격을 유지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가 특히 문제로 꼽은 것은 VIP석의 범위다. "가격이 18~19만원인 것을 넘어, 앞구역과 동일한 시야를 보장받을 수 없는 1층 뒤쪽이나 2층 객석에도 똑같이 VIP 가격을 매기는 것은 관객을 기만하는 행태"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형 공연장에서는 1층 객석의 절반 이상이 VIP석으로 지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같은 VIP석 안에서도 앞줄과 끝줄의 관람 조건이 현저히 다름에도 동일한 가격이 매겨진다.

C씨는 이러한 가격 책정 방식이 시장 변화의 또 다른 원인일 수 있다고 짚었다. "마니아 관객들이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보며 시장을 주도하던 현상이 사라진 것을 뮤지컬의 대중화로만 설명하기엔 부족하다"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 구조에 마니아들이 하나씩 발을 뺀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코어 관객의 이탈과 대중 관객의 유입이 동시에 일어나는 지금, 시장의 외형은 비슷해 보여도 내부 체력은 달라졌다는 경고다.

2026년 상반기, 한국 상업 뮤지컬 시장은 공연 건수 역대급이라는 수식어 뒤에 업계의 불편한 현실을 숨기고 있다. 가격을 올리면 관객이 떠나고, 작품이 없으면 대중도 오지 않는다. 코어 관객은 서서히 이탈하고 대중 관객은 작품에 따라 들쑥날쑥하다. 제작사들은 가격을 조정하고 창작 작품으로 눈을 돌리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시장의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고서는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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