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4분 줄여 더 강해진 ‘호프’…시원한 쾌감 뒤로 ‘타자화의 여운’
999 2
2026.07.08 01:09
999 2
EVnKab


한국적인 것들의 이국적 느낌
“해외 관객 위해 장르 색채 강화”
폭력·복수가 낳는 더 큰 폭력
“누가 악해서만 악행이 생기나”
외계인이 상징한 다양한 존재 “
관객마다 다른 상상을 할 것


기대할 만한 액션 영화가 온다. 여름 극장가 최대 기대작 <호프>가 지난 6일 언론시사회로 국내에 처음 공개됐다.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첫선을 보인 후 약 50일. 후반 작업 보완을 거친 영화는 더 강력해진 모습이었다.


비무장지대에 있는 마을 호포항. 심하게 훼손된 소 한 마리가 시골길 한가운데서 발견된다. 흔적만 봐서는 ‘거대한 무언가’가 공격했다는 것 말고는 정체를 알 수가 없다. 마을에 몇 없는 청년들은 근처의 산불을 진화하는 데 동원된 상황. 경찰인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은 마을로, 사냥이 취미인 한량 ‘성기’(조인성)는 친구들을 데리고 북쪽 숲으로 향한다. ‘무언가’를 잡으러.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작은 마을에서 비극이 발생하고 인물들이 그 원인을 찾아 헤맨다는 것은 전작 <곡성>과 유사하지만, 풀어가는 방식이 다르다. <곡성>이 불길한 사건을 겹겹이 쌓아 긴장감을 고조시킨다면, <호프>는 초장부터 크게 터뜨린다. ‘무언가’의 난동으로 사람이 죽어나가고 마을은 초토화된다.



영화는 극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50여분간 ‘무언가’의 정체를 보여주지 않는다. 범석은 폭발음 혹은 총성이 들리는 방향으로 무작정 달리지만, 이미 비극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겨우 도착할 뿐이다. 그 사이에는 놀랍게도 유머가 있다. 범석이 마주치는 마을 어르신들은 총을 쥐고 덜덜 떠는 범석을 타박하고, 느긋한 농담을 건넨다.


너무나 한국적이지만, 동시에 한국적이지 않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총을 찬 보안관과도 같은 범석과 성기의 모습에서는 미국 서부극이 연상된다. 루마니아에서 촬영한 북쪽 숲 장면들도 이국적이다. 무엇보다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이 모션·페이셜 캡처(움직임과 표정을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하는 기술)로 연기한 ‘무언가’, 외계인들이 등장하면서부터는 한국 영화에서 본 적 없는 규모의 VFX(시각특수효과)를 동반한 추격전에 압도된다.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7일 만난 나 감독은 “한국적인 것들을 조합해 한국적이지 않아 보이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관객에게도 가닿을 수 있는 영화를 고민한 결과 “장르적 색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쾌감 있는 액션 장면들이 압권이다. 배우 황정민이 사실상 맨몸으로 달리며 초반을 책임진다면, 순경 ‘성애’ 역을 맡은 정호연의 시원한 자동차 추격전과 조인성의 기마 액션이 끝까지 눈길을 사로잡는다.


외계인이 마을을 풍비박산으로 만든 이유가 드러나면서, 영화는 화려한 액션에 의지해 질주하면서도 심리적으로는 찜찜함을 남긴다.



나 감독은 “충돌과 비극을 그리면서, 꼭 누군가가 악해서만 악행이 생겨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는 흡사한 일(악행)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영화 속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낳는다. 인간을 가볍게 들어 날려버릴 정도의 압도적인 힘을 지닌 외계인은 분명 두려운 존재다. 하지만 먼저 공격하는 일은 없다. 공포와 복수심에 사로잡힌 마을 주민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우리’가 아닌 ‘그들’에게 총을 난사한다. 외계인들이 반격하며 마을은 더 큰 피해를 입는다.


인간에게 적대시되는 외계인들은 그간 역사적으로 타자화됐던 다양한 존재들을 떠올리게 한다. 전쟁과 연관되는 비무장지대라는 배경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이들이 더 상징적 존재처럼 보인다. 나 감독은 “외계인이 여러 상황을 대입시킬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썼다”면서 “관객마다 다른 상상을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개봉 버전 러닝타임은 칸 영화제 상영본에서 4분가량 줄어든 156분이다. 나 감독은 칸 영화제 이후 “시간 관계로 당시에는 완성하지 못했던 라이팅(조명)이나 음향, 색 보정 등 후반 작업을 마무리했다”며 “삭제했던 장면을 살리는 등 편집을 일부 손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크리처 VFX가 더욱 자연스럽게 보완되고 괴수들 간의 대화 음성이 추가되는 등 편집이 다듬어지며 칸 상영본보다 후반부 몰입도가 높아졌다.


한국 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500억원 이상)를 들인 야심작이다. 배급사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는 메가박스중앙이 회생절차에 들어갔지만, 애초 계획대로 오는 15일 개봉한다. 나 감독은 “‘10년 만의 영화인데 갑자기 나한테 왜 이러나?’ 싶기도 하고 굉장히 부담된다”면서도 “개봉 전까지 할 수 있는 걸 다 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긴 기간 작업한 만큼 다른 영화 만들 때보다 고생을 많이 했다. SF 장르에 도전하는 등 새로운 시도들이 저는 재미있었는데,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긴장되고 궁금하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456689

댓글 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테일러라이프X더쿠💛 해외에서 먼저 뜬 그 성분✨ ‘무쿠무쿠 브이’ 체험단 50인 모집 131 07.15 25,311
공지 [🚨필독🚨] 로그인 보안 강화📢시크릿모드 사용자들 필독 (사용안함 옵션 추가)📢 07.13 49,334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3,321,83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732,14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6,620,905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200,88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90 21.08.23 8,653,89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6 20.09.29 7,555,90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39 20.05.17 8,777,44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3 20.04.30 8,660,66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673,679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16765 기사/뉴스 황광희 “임시완 뒷담화? 잘 됐다고 질투하는 거다” 당당한 ‘질투 100%’ 고백(개과천선) 15:34 8
3116764 기사/뉴스 포스트 말론, 2026 북중미 월드컵 폐막식 헤드라이너 선정 15:33 94
3116763 유머 겁나 예의있게 갖춰입고 첫출근해서 팬서비스해준 삼성 페덱 야구선수 1 15:33 115
3116762 기사/뉴스 속보]우버, 딜리버리히어로 인수…韓 배민 주인 바뀐다 1 15:33 211
3116761 기사/뉴스 ‘아는 형님’ 남호연X황제성X임우일X곽범 출격 15:32 60
3116760 이슈 수면바지 입는 알바생을 둔 사장님의 대처법 5 15:32 431
3116759 유머 근황이 궁금해지는 테일러 스위프트 팬 1 15:31 219
3116758 이슈 게임 로블록스에서 판매하는 방탄 지민 헤어스타일 아이템 5 15:30 409
3116757 이슈 가정사가 짬뽕 그 자체라는 축구선수 4 15:30 735
3116756 기사/뉴스 곽튜브, 낯가리는 아내가 유일하게 만난 지인=전현무…"임신 때부터 계속 챙겨줘" ('슈돌') [핫피플] 6 15:29 534
3116755 이슈 [단독] 부곡병원의 비극…의사 없어 최대 마약병동 불 꺼졌다 3 15:28 755
3116754 이슈 현재 보컬로이드 오타쿠들 난리난 이유...twt 3 15:27 466
3116753 이슈 허경환 키컸으면 개그맨 안되었을거라는 일절 빈말안하는 개그맨.jpg 19 15:26 1,972
3116752 유머 리센느 오늘행사, 작년과 같은 장소 하지만 3 15:26 726
3116751 유머 요즘 현관문에 이게 붙어있다면 조심해야 한다고 함 1 15:26 1,127
3116750 유머 서로 혀 내밀고 키스하기 직전인 커플과, 그걸 보는 우리의 표정. 7 15:25 1,692
3116749 유머 이모티콘의 출처가 궁금했던 타부서 과장님 24 15:25 1,305
3116748 유머 지금 이 순간 가요 뮤지컬 성악 발성의 차이점 1 15:25 286
3116747 기사/뉴스 이주승, 11년 함께한 '코코'와 이별 후유증…"엄마 집도 못 갔다" 먹먹 (나혼산) 6 15:23 1,036
3116746 유머 너네들 이런 새가 날아와서 앉으면 어떻게 할거야? 14 15:23 5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