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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김도헌의 음감] 화려한 익숙함과 낯선 목소리 사이에서, 2026년 반환점을 돈 K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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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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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을 맞이하는 K팝의 마음은 부풀었다. 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듀엣 '아파트(Apt.)'는 빌보드 핫 100 차트 톱 텐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며 글로벌 히트곡으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전 세계가 애니메이션 영화 'K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곡 '골든(Golden)'을 따라 부르며 극 중 등장하는 걸 그룹 헌트릭스의 레이 아미, 이재, 오드리 누나에 환호했다. '아파트'가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 본상 부문은 물론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에 오른 것과 동시에, 미국 현지화 그룹 캣츠아이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올해의 신인 부문에 지명되는 쾌거를 거뒀다. 세계 시장에서 K팝이 거론되는 가운데 쐐기를 박을 '빅 네임'들의 복귀도 세간을 들뜨게 했다.

 

기대가 곧 실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반환점에 서서 지난 6개월을 되짚으면 화려한 서막과 실제 본편 사이 간극이 컸다. 대작은 서사의 무게를 감당할 음악적 개선이나 새로운 시스템을 제시하지 못했다. 시장의 화제는 미래가 아니라 과거의 장작으로부터 타올랐다. 써클차트 5월 통계 기준 3개월 이내 발매 곡 이용량의 점유율은 전체 20.2%에 불과하다. 익숙한 소리와 돌아올 법한 복고에 열광하는 가운데 기억에 남은 작품은 따로 있었다. K팝이라는 시스템 위에서 그룹과 개인의 개성을 새기면서 음악과 퍼포먼스 양면을 함께 충족하거나, 아직 없던 가능성을 제시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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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묘했던 주요작
 
2022년 '핑크 베놈(Pink Venom)' 이후 약 4년 만에 블랙핑크가 신보 '데드라인(DEADLINE)'으로 컴백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한 동명의 세 번째 월드 투어를 마치고 내놓은 앨범이다. 선공개 곡 '뛰어(JUMP)'가 프로듀서 디플로의 하드스타일 테크노를 전면 도입하며 관심을 높였고, 지수, 제니, 로제, 리사의 선명한 개인 활동으로 단체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실제로 별도의 국내 활동 없이도 높은 판매량을 올렸다.
 
눈에 띄는 건 팝 시장에서 검증된 이름의 대거 참여다. 타이틀곡 '고(GO)'에는 밴드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과 지난해 그래미 비 클래식 부문 프로듀서상을 받은 서쿳(Cirkut), 그리고 블랙핑크의 음악 DNA를 설계한 더블랙레이블의 수장 테디가 참여했다. 그 덕에 소프트 EDM 장르 위에서 멤버들의 각 파트를 강조하는 그룹의 매력은 강조하면서, 분위기를 고조하는 빌드업에 이어 빽빽한 드롭을 연결하는 구조로 후렴 중심 K팝의 구조를 피했다. 다른 수록곡도 마찬가지다. 블랙핑크가 오랫동안 들려준 트랩, 소프트 록, 잔잔한 어쿠스틱 곡에 프로듀서 닥터 루크와 'K팝 데몬 헌터스'의 히로인 이재(EJAE)가 공동으로 이름을 올렸다.
 
K팝 슈퍼스타들은 21세기의 지난 20년을 지배했던 팝 히트메이커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올 수 있는 영향력과 자본을 갖추고 있다. '데드라인'은 그룹 활동으로만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체결한 블랙핑크의 무대가 한국이 아닌 세계를 향하고 있다는 점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준수한 완성도의 음악과 선명한 그룹의 개성에 그룹의 앞날이 궁금해졌지만, 팀 단위 경력이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를 붙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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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의 예고편은 방탄소년단의 '아리랑(ARIRANG)'으로 구체화했다. 멤버 전원 제대 후 컴백, 2020년 '맵 오브 더 소울 : 7(MAP OF THE SOUL : 7' 이후 6년 만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을 위해 초호화 참여진이 일사불란하게 부름을 받고 움직였다. 디플로, 라이언 테더, 케빈 파커, 엘 긴초, 마이크 윌 메이드 잇, 제이펙마피아, 타일러 존슨, 타일러 스프라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팝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거나 대체 불가한 소리를 들려주는 음악가와 기술자들이 BTS라는 이름 아래 뭉쳤다. 선명한 소리 해상도의 포장은 멤버 전원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음악적 뿌리를 상징하는 '아리랑'이 맡았다.
 
'BTS: 더 리턴' 다큐멘터리 속 작업 과정에서 멤버들도 미묘한 반응을 내비친 앨범은 결국 음악보다 일련의 사건으로 남았다. 민요 샘플링과 특정 단어 인용, 선덕대왕신종 타종음은 경쟁력을 잃어가는 팝의 그릇 위에서 공허하게 흩어졌다. BTS라는 그룹에 사회가 기대하는 국가대표로서의 책임감을 거절하고 침잠하는 '스윔(SWIM)'을 필두로 차분한 팝 사운드를 전개한 선택만은 신선했는데, 선율은 무뎌졌고, 개성은 흐릿해졌다. 톱 다운 방식으로 어떻게든 컴백이라는 과업을 완수해야 하는 조급함과 무게감이 음악을 음악 그 자체로 존재하지 못하게 방해했다. 전 세계에 한국이 낳은 현재 최고 인기의 보이 밴드 그룹이 돌아온다는 요란한 신호만이 남아 있다. 국가적 행사 같았던 컴백, 경력 최고의 상업적 성과와 같은 화려함 아래 찌든 피로감이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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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의 힘, 서사의 힘
 
쌍두마차의 귀환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제부터는 흥미롭게 들었던 K팝을 소개해 보려 한다.
 
기획 단계부터 제작까지 그룹의 모든 부분을 설계하는 K팝 프로덕션의 힘은 장기 프로젝트일수록 흥미로운 결과물을 내놓았다. 서사 전달 측면에서 치밀했던 작품부터 꼽아보자. 엔하이픈의 일곱 번째 미니 앨범 '더 신 : 배니시(THE SIN : VANISH)'는 배우 박정민을 포함한 다국어 내레이션과 멤버들의 개인 리믹스 트랙을 통해 시네마틱한 오디오북, 오디오 드라마 형태의 작품이다. 정교한 청각적 연출과 설득력 있는 서사 전개, 이야기 흐름과 몰입을 돕는 음악 설정과 보컬 표현으로 듣는 재미를 잃지 않았다. '다크 문' 시리즈로 K팝에서 멀티 IP 확장의 모범 사례를 만들고 있는 그룹인 만큼 개성을 공고히 했다.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음악으로 옮기는 빌리의 첫 정규 앨범 '더 컬렉티브 소울 앤 언컨셔스: 챕터 투(the collective soul and unconscious: chapter two)'도 기억에 남는다. 일렉트로닉 기반 팝의 세계적인 유행을 적극적으로 채택한 작품은 바로 그 지점으로 인해 빌리라는 그룹의 개성을 일부 희생했으나, 각 곡마다 선명한 주제 의식을 앨범 후반부 리믹스로 비틀어 시선의 전환을 유도하는 구성과 인상적인 퍼포먼스 비디오로 새로운 가능성을 심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세븐스 이어(7TH YEAR): 가시덤불에 잠시 바람이 멈췄을 때'는 데뷔부터 이어온 성장 서사를 제 4의 벽을 허물며 확장한다. 아이돌 7년 징크스를 통과하고 재계약을 체결한 그룹 서사를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허로 연결하며,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그룹의 오늘날에 대입했다. 낙관적인 사랑과 꿈결 같은 마법의 이야기를 붙잡고자 하는 '하루에 하루만 더'와 함께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사색과 고독을 노래한다. 장기 프로젝트만이 쌓을 수 있는 서사의 두께가 상당한 가운데 중국 음악가 비니다 웽(万??, Vinida Weng)의 '테이크 미 투 너바나(Take Me to Nirvana)'는 올해의 K팝 싱글 강력 후보를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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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의 주도권, 누가 가질 것인가
 
K팝은 설계의 주도권을 그룹에 직접 쥐여 주기도 했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가 코르티스다. 하이브와 빅히트 뮤직이 막강한 자본력과 음악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창작 그 자체를 즐기는 연습생과 아이돌 콘셉트를 완성했다. 특정 메시지나 주제 의식, K팝의 관습을 따르지 않고도 그룹과 멤버 그 자체에 주목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룹은 인터넷 중심 서브컬처와 언더그라운드에서 유행하는 고자극 최신 미디어 환경을 적극 반영해 즉각적인 호응을 끌어낸다. 커다란 고민이나 주제 의식, 복잡다단한 서사 필요 없이 쿨하다고 생각하는 노래와 기상천외한 표현을 내놓는다. '그린그린(GREENGREEN)'이 불러온 혼란은 부유하는 오늘날 사회의 주제 의식으로 삼기에 손색이 없다.
 
'헤비 세레나데(Heavy Serenade)'의 엔믹스는 또 다른 사례다. K팝 신에서 테일러 스위프트를 위시한 팝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문법을 숨기지 않는 그룹은 엔믹스가 유일하다. 믹스팝이라는 구조 해체와 브랜딩 단에서는 프로덕션의 존재감이 컸다. 이제는 다르다. 강력한 목소리의 주도권을 바탕으로 같은 단어와 문장이라도 전달하는 감정의 깊이가 가공한 장르 위에 있다. 기교를 과시하기보다 문장의 뜻을 실어 나르는 가창으로부터 급진적인 사운드가 감정의 이야기로 사뿐히 착지한다. 릴리가 단독 작사를 맡아 포용적인 사랑과 연대감을 노래한 '라우드(LOUD)'는 오래 기억에 남을 곡이다.
 
개성은 몰입에서도 나온다. 아일릿의 '마밀라피나타파이(MAMIHLAPINATAPAI)'는 급진적인 '잇츠 미(It's Me)'의 충격으로 인해 그룹이 초지일관 지향하는 과몰입의 정수가 과소평가되는 작품이다. 세상과 유리된 나만의 커뮤니티와 우리만의 세상에서 아일릿이 들려주는 감정의 깊이와 키치한 사운드 스케이프는 모두의 공감 대신 지지자들의 결집을 유도한다. 키키의 '404 (New Era)'는 반대다. Y2K, 레트로 키워드에 대한 기획자들의 진심이 퍼포먼스 비디오부터 장르 선택, 콘셉트 전반에 일치감을 부여한다. 복고를 개성으로 삼는 시선은 K팝 상반기 전체를 관통하는 복고 열풍과도 연관된다. 가깝게는 돌아온 아이오아이의 '갑자기', 하우스 장르로는 하츠투하츠의 '루드(RUDE!)', 아이돌니스 그 자체에 대한 소원에 응답한 경우로는 예나의 '캐치 캐치'가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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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공과 외부의 힘
 
정공법의 힘도 확인했다. 데뷔 20주년을 맞이하는 태양의 '퀸터센스(QUINTESSENCE)'는 알앤비 보컬이나 빅뱅의 멤버라는 역할 대신 솔로 팝스타로서 가능성을 시험한 작품으로 남았다. NCT 위시의 '오드 투 러브(Ode To Love)'는 모범의 힘을 발휘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K팝의 역사와 함께 교과서적으로 다듬어 낸 보이 그룹의 프로덕션 기본을 바탕으로 가까이는 NCT의 네오한 정서를 무해하고 해맑게 표현하면서, 샤이니와 에프엑스의 SM 르네상스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안정적인 완성도가 강력한 설득력을 발휘한다. 개성과 실험이 넘치는 가운데 기본의 미덕을 설파한 작품이다. "한없이 견고해 보이는 세상에 균열을 내려고"라 노래하는 '2.0 (TWO POINT O)'은 그 어떤 혁신의 다짐보다도 강력했다.
 
견고한 시스템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K팝이 더 이상 한국의 것만은 아님을 바깥에서 증언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NTT 도코모가 제작한 일본 K팝 걸그룹 코스모시를 짚어야 하는 이유다. 21세기 일본의 Y2K를 주축으로 '오류가 되기를 택한 소녀들'의 서사를 전개하는 그룹은 자신을 규정할 수 없는 새로운 존재, 오류로 정의하며 국경과 국적, 언어, 정체성을 모두 허물어트린다. 화려한 익숙함과 경계 밖에서 도착한 낯선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K팝은 반환점을 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 zener1218@gmail.com
 
<사진출처=각 소속사>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433/0000128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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