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 중요한 변곡점이 되리라.
영화 ‘호프’(감독 나홍진)는 비무장지대 호포항을 무대로 정체불명의 존재를 쫓는 사람들이 마을을 지키기 위한 사투 끝에 온 우주의 비극과 마주하는 이야기로, ‘황해’ ‘추격자’ ‘곡성’의 나홍진 감독의 신작이다. 여기에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을 비롯해 알리시아 비칸데르, 마이클 패스벤더 등 국내외 배우들이 총출동해 러닝타임 156분을 완성한다.
한국 영화계에서 본 적 없는데, 한번쯤은 꼭 보고 싶었던 유니콘을 드디어 보았다. 집요하게 찐득거리고, 지독하게 긴장시킨다. 그러면서도 툭툭 웃음보를 건드는 게, 타율까지 좋다. 하고 싶은 것 다 했는데, 뭐 하나 꼬집을 것도 없다. 나홍진 감독이 얄미워질 정도다.
장르에 이야기를 맞추지 않고, 전개에 맞는 장르적 요소를 기가 막히게 넣었다 뺀다. 추격 액션물에 슬래셔 요소가 들어가는가 하면, SF물에 1980년대를 비비는데 그 맛이 독특하지만 낯설지 않다. 구수한 웨스턴 느낌이랄까. 아는 맛을 기본으로 새로운 비법 소스를 살짝씩 곁들이니 새로운 미식 체험이다. 아니, 영화적 체험이다. ‘한국에선 SF물이 통하질 않는다’는 오랜 편견이 시원하게 깨진다. 돌비, 혹은 아이맥스에서 봐야하는 이유기도 하다.
3부작으로 기획된 만큼 이번 ‘호프’는 작품의 세계관, 캐릭터 소개와 사건의 발발 등으로 구성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광란의 살육을 저지르는 무언가를 찾아 해치워야 한다’는 설정에 휴대폰 따윈 존재하지 않는 1980년대 사람들을 캐릭터로 내세우니 이를 지켜보는 객석의 몰입도가 한층 높아진다. 사건 해결이 아쉽게 어그러지는 순간까지도 이해된다. 다음 단계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물론 진입장벽도 분명 있다. 자연광에서 구현된 크리처의 생김새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호프’ 세계관으로 들어가는 첫 문지기인데, 여기만 무사히 통과한다면 뒤에서 이어지는 광활한 나홍진 감독 세계관에 흠뻑 취할 수 있다. 반대로 이 문지기에게 덜컥 걸리면, 그 다음부터는 조금 식을지 모르겠다.
또한 크리처를 연기한 알리시아 비칸데르, 마이클 패스벤더의 쓰임이 효율적이었느냐에 대해서도 갸웃거려진다. 모션캡처를 달고 연기할 거라면 굳이 할리우드 배우들을 캐스팅해서 제작비를 올려야했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잘 모르겠다.
배우들은 구멍난 곳 하나 없이 완벽한 앙상블이다. 황정민, 조인성은 물론 정호연, 이상희 등도 제 역 이상을 해낸다. 특히 음문석은 원래 얼굴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오는 15일 개봉.
※[이다원의 원픽]은 이다원 기자가 콘텐츠 하나를 픽(PICK)해서 리뷰하는 코너입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