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포스크리닝
나홍진 감독의 새 영화다. 국내 관객에게 너무 익숙하면서도 신비한 이름인 나홍진, 그의 영화는 2008년 '추격자' 2010년 '황해' 2016년 '곡성' 뿐이었지만 이토록 그의 영화를 궁금하게 만드는 존재다. 그가 만든 장편 연출 작품 전부는 칸영화제에 초청되었다는 특이점도 있다. 이번 '호프'도 제 79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으나 수상은 불발되었다.
영화에는 '곡성'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춘 황정민, 어떤 영화에서건 제 몫 이상을 해내는 조인성, '오징어 게임'으로 첫 연기 도전을 한 이후 '호프'로 첫 영화 도전을 하는 정호연이 출연한다. 뿐만 아니라 마이클 패스벤터,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 등의 할리우드 배우들이 등장해 자신의 얼굴이 아닌 모션캡쳐로 외계인을 연기한다.
영화의 스태프들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홍경표 촬영 감독과 마이클 에이블스 음악감독이 합류해 기대감을 높였다.
▶ 애프터스크리닝
놀라게 되는 포인트가 여럿이다. 일단 나홍진 감독이 이런 오락적인 영화를 만들었다니!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 요즘인데, 나홍진 감독은 그 이유를 156분의 러닝타임에 꽉꽉 채워 넣었다. 2시간 36분 동안 극장에 앉아 있어야 한다는 건 사실 엄청난 일이다. '아바타'나 '어벤져스', '듄' 정도의 해외 블록버스터 대작들이나 시도할 법한 일이고 그 정도 '네임드' 작품이어야 관객들이 용기를 낼 수 있을 텐데, 나홍진 감독의 '호프'는 극장에 들어선 관객들의 시선을 단 1분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눈으로, 귀로, 그리고 감성으로 영화를 체감하게 해준다.
그리고 SF물이 성공하기 힘든 한국인데, 외계인이 나오는 SF물로 이렇게 높은 몰입감을 주다니! 우주선이 나오고 외계인이 나오면 그때부터 루스해지고 따라가기 민망스러웠던 그간의 한국 영화적 경험이 단박에 갈아엎어진다. '아바타'를 닮았네, 어디서 본 것 같네 등의 외계인 비주얼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이들의 CG 퀄리티가 어떻다는 등 따질 필요도 없다. K-좀비만 겁나 빠른 줄 알았지? 웬걸, 이제는 K-SF로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이 옮겨갈 것 같다. 대낮의 우주선과 태양 아래 전신이 드러나는 외계인이 보여지지만 이들에게 금세 감정이입이 되고 이들의 시선을 따라 지구인을 바라보게 되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렇게나 버라이어티하고 액티브하고 고자극인데도 주요 등장인물이 3명뿐이다. 물론 외계인과 깨알 같은 마을 주민들도 등장하지만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은 정말로 온몸을 내팽개쳐서라도 스크린을 채우고 존재감을 뿜어낸다. 저런 액션을 하고도 지금 살아 있을 수 있나 싶게 나홍진 감독 영화에서의 액션은 리얼하고 처절하다. 모든 스턴트를 CG의 도움 없이 직접 연기하고 촬영하는 클래식한 액션 영화를 찍고 싶었다는 나홍진 감독의 의지와, 세 배우의 고군분투를 보고 있노라면 이런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졌다는 데에 감동하고 자랑스럽고 뿌듯해진다.
첫 장면부터 마지막까지 카메라 앵글과 영상은 기가 막힌다. 루마니아, 해남, 제주, 합천 등에서 로케이션으로 진행한 영화는 우리나라인 듯, 아닌 듯, 지구상에 저런 곳이 실제로 있나 싶을 정도로 실제 같으면서도 낯선 풍경을 펼쳐낸다. 그리고 영화의 음악도 독특하다. 분명 우리나라의 영화인데 외국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드는 데는 음악의 역할도 크다.
개봉하게 되면 몇 번 더 보게 될 것 같다. 미친 스피드의 외계인을 추격하는 황정민의 도가니 나갈 것 같은 러닝과, 저걸 진짜로 연기했는지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는 조인성의 승마+카체이싱, 맛깔나는 임현식의 목격담, 외계인들의 세계관을 다시 살펴보기 위해서 몇 번은 더 봐야겠다.
"모든 비극의 원인은 퍼스펙티브에 있다"는 나홍진 감독의 코멘트는 영화의 장면마다 곱씹을수록 의미가 있다.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 '호프'는 7월 1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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