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폭염 속에서 시민들이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분수에 뛰어들어 더위를 식히고 있다. AFP=연합뉴스
“주변에 ‘캐리어 선생님’을 영접한 사람이 많아졌어요.”
스위스에 거주하는 양모(38)씨는 올여름 유럽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3년 전만 해도 “그늘에 가면 시원한데 에어컨이 왜 필요하냐”던 사람들이 최고기온 38도의 폭염을 겪으면서 앞다퉈 냉방기기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캐리어 선생님 영접’은 현대식 에어컨 발명가 윌리스 캐리어를 찬양하는 국내 인터넷 밈이다. 양씨는 “유럽에선 특히 실외기 설치나 벽 타공이 필요없는 이동식 에어컨을 많이 산다”고 전했다.
‘에어컨 불모지’ 유럽이 달라졌다

기록적인 폭염이 매년 이어지면서 ‘에어컨 불모지’로 불리던 유럽 냉방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그동안 유럽은 여름이 짧고 실외기 설치 규제가 엄격한 데다 높은 에너지 비용, 환경 보호 인식 등이 겹치며 냉방기기 보급이 더뎠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럽 가정의 에어컨 보급률은 약 20%에 불과하다.
하지만 폭염이 일상화하면서 냉방기기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럽의 실내용 에어컨 보급 대수가 2020년 5700만 대에서 2030년 1억400만 대로 약 1.8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LG, 유럽 냉방 시장 정조준
국내 대표 가전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달아오른 유럽 냉방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에서 양사의 냉방 제품 매출은 나란히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아직 에어컨 보급률이 낮아 성장 여력이 큰 시장”이라며 “가정용 에어컨뿐 아니라 호텔·병원·오피스 등 상업용 냉난방공조(HVAC) 수요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피부에 직접 닿는 직바람을 꺼리는 유럽인들의 선호를 반영한 무풍 에어컨을 앞세워 프리미엄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올해는 이탈리아 호텔 메리어트 트리에스테와 스페인 호텔 에스메랄다 등에 무풍 에어컨을 대규모 공급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유럽 최대 공조 기업인 플랙트그룹을 15억 유로(약 2조6000억원)에 인수하며 상업용 HVAC 시장 공략에도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전자 생활가전(DA)사업부 임성택 부사장은 “인공지능(AI) 기술과 스마트싱스 프로 등 차별화된 B2B 솔루션을 기반으로 글로벌 공조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친환경 히트펌프를 비롯한 HVAC 제품군을 앞세워 유럽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 등 유럽 주거단지 HVAC 공급 사업을 수주했고, 폴란드 바르샤바 등에 HVAC 아카데미를 추가해 현지 엔지니어 역량도 높이고 있다. 가정용에서는 벽걸이 에어컨 판매를 확대하는 한편 이동식 에어컨도 잇달아 완판되는 등 판매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생략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535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