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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작 쏟아낸 JTBC의 위기…한국 콘텐츠 산업의 민낯

무명의 더쿠 | 16:04 | 조회 수 1197

공격적 투자 전략, 시장 환경 변화와 정면충돌 
방송·영화·콘텐츠 산업 전반에 번지는 생존 압박
 

종합편성채널 JTBC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며 충격적인 위기에 빠졌다. 이번 위기가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그동안 JTBC가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내며 지상파 방송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2023년 "한국의 디즈니가 되는 것"을 목표로 천명하기도 했다.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을 뛰어넘는 국제적 콘텐츠 대기업이 되겠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호기롭게 목표를 내걸었던 곳이 지금 위기에 빠진 것이다. 

JTBC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주회사인 중앙홀딩스 자체가 위기에 빠지면서 JTBC는 물론 중앙피앤아이,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등 중앙그룹 계열사들의 상황도 줄줄이 어려워졌다. 계열사들이 재무적으로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한 곳의 위기가 다른 회사로 파급되며 증폭되는 구조라고 한다. 중앙그룹의 총부채는 약 2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그룹의 문제는 한 계열사만 어려워져도 위기가 확산될 수 있는 구조인데, 여러 계열사에서 동시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JTBC와 메가박스중앙의 적자 규모가 특히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에서 JTBC는 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내며 지상파 방송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문제가 됐다. 생존만을 생각했다면 그런 히트작을 만들기 위한 시도 자체를 하지 않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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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택한 투자 전략의 역설 

2011년 종합편성채널 출범 당시부터 방송사 4개를 한꺼번에 신설하는 것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 방송광고 시장 규모로는 신설 방송사 4곳이 모두 존립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최소한 한 곳 이상의 종편은 무너질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됐고, 이른바 살생부까지 돌았다. 다만 그런 살생부에서 무너질 것으로 거론된 곳은 늘 다른 채널이었지, 가장 화려해 보였던 JTBC는 아니었다. 사실은 그 화려함이 문제였는데 말이다. 

다른 종편들은 기본적으로 수익성 위주의 소극적인 경영을 했다. 대작 드라마 제작 같은 모험적인 투자는 자제하고 제작비가 적게 드는 보도·시사 토론 프로그램 위주로 편성했다. 드라마를 제작하더라도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익숙한 내용에 머물렀고, 톱스타 캐스팅도 하지 않았다. 예능 역시 저예산 위주였으며, 특히 중장년층을 겨냥한 트로트나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대거 편성했다. 


반면 JTBC는 젊은 시청자층을 겨냥해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그 결과 《이태원 클라쓰》 《부부의 세계》 《SKY 캐슬》 《재벌집 막내아들》 《나의 해방일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같은 히트작을 탄생시켰다. JTBC의 현재 위기가 일본에서도 화제가 된 것은 《이태원 클라쓰》 같은 한류 히트작을 통해 해외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드라마 투자는 막대한 적자를 초래했다. 개국 이후 지금까지 약 160편이 넘는 드라마를 방영했지만, 그중 대다수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으며 흥행에 성공한 작품도 수익은 크지 않았다. 유명 스타를 캐스팅한 대작이 많았던 만큼 출혈도 막대했다. 

예능도 마찬가지다. 젊은 층을 겨냥한 《냉장고를 부탁해》 《아는 형님》 《히든싱어》 《싱어게인》 시리즈 등을 히트시켰고 《슈퍼밴드》는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한국은 밴드 시장이 사실상 유명무실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인데도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한 것이다. 이처럼 적극적인 투자로 위상은 높아졌지만, 곳간은 점점 비어갔다. 


콘텐츠 확장 전략 가로막은 예상 밖 변수 

기존 방송광고 시장만으로는 종편 4사가 모두 생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최근 들어 방송광고 시장은 더 축소됐다. 유튜브와 OTT 등의 약진 때문이다. 여기에 젊은 시청자들까지 썰물처럼 기존 TV 시청층에서 이탈했다. JTBC가 젊은 시청자를 겨냥해 빚을 내 투자를 계속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던 셈이다. 결국 JTBC의 위기에는 미디어 플랫폼 시장의 지각변동과 그에 따른 방송 업계 전반의 위축이라는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젊은 층을 겨냥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온 JTBC가 그 변화의 충격을 정통으로 맞은 것이다. 

메가박스중앙 역시 시장 변화의 충격을 정통으로 맞은 사례다. 중앙그룹은 영화관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2010년대 중반 메가박스 경영권을 확보했다. 당시만 해도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와 OTT 성장이라는 변수가 닥치면서 극장 산업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에 빠졌다. 메가박스중앙은 6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콘텐츠 업계의 위기도 겹쳤다. 앞에서 홍정도 부회장이 "한국의 디즈니가 되는 것"을 천명했다고 했는데, 정확히 말하면 이는 SLL중앙의 목표였다. 중앙그룹은 제작·유통 부문을 계열사인 SLL중앙으로 분리하면서 드라마와 예능의 지식재산권(IP) 사업을 전담하도록 했다. 이로써 지식재산권을 넘긴 JTBC의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경영진은 SLL중앙에 콘텐츠 지식재산권을 집중시켜 디즈니 같은 대형 콘텐츠 기업을 만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려는 구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변수가 생겼다. 장밋빛으로 보였던 한국 콘텐츠 산업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이다. 해외 OTT들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면서 스타들의 출연료가 급등하는 등 국내 콘텐츠 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결국 상장에 실패했고, 상장을 전제로 유치했던 투자금을 반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면서 유동성 압박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또 한 번 모험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대형 스포츠 중계권을 구매해 국내 매체에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한 것이다. 중계권 구매에만 무려 7000억원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위축된 국내 방송시장에서 모든 방송사가 경영 압박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곳도 중계권을 높은 가격에 사려 하지 않았고, 결국 이 투자는 중앙그룹 위기에 마지막 타격을 가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JTBC와 중앙그룹의 위기는 한국 콘텐츠·미디어 업계 전반의 위기 속에서도 홀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온 데서 비롯됐다. 그래서 이번 사태는 중앙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콘텐츠·미디어 업계 전체가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방송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투자 규모를 줄이는 버티기 경영에 돌입했다. 하지만 근근이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의 버티기 경영으로는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투자가 멈추면 경쟁력도 함께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JTBC마저 무너지거나, 살아남더라도 제작 투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갈 경우 한국 콘텐츠 제작 편수 자체가 감소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콘텐츠 제작 업계의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다. 해외 뉴미디어 플랫폼들의 한국 콘텐츠 업계 압박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https://naver.me/5SKd0J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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