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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베네수 강진 르포] "한국 데려가 달라"…삶이 뿌리째 뽑힌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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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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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앞에서 40~50m 떨어진 휴게시설에서 부상자 가족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트라보스 씨 가족은 재빨리 응급실로 들어갔다. 대기 가족은 적게 잡아 200명이 넘어 보였다.

페레스 카레뇨 병원 응급실 (카라카스=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1일(현지시간) 카라카스 페레스 카레뇨 병원 응급실 앞

페레스 카레뇨 병원 응급실 (카라카스=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1일(현지시간) 카라카스 페레스 카레뇨 병원 응급실 앞

응급실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의사가 있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그는 응급의학과 전공이 아니라고 했다. 비뇨기과 의사인 그는 쇄도하는 부상자들 탓에 긴급 지원을 나왔다고 했다.

"하루에 2~3시간 정도 쉬는 것 같아요. 모든 의사가 '풀가동 체제'로 동원돼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비뇨기과 전공이라서 도와주는 정도죠."

그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연쇄 지진 발생 후 지진과 관련해 600명이 넘은 환자들이 병원에 실려 왔다. 다리를 다치는 등 골절 환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살아서 응급실로 오는 환자 수는 점점 줄고 있다. 이날은 지진 구조 현장에서 3명만 병원으로 실려 왔다고 했다.

잠을 못 자 눈이 충혈된 상태의 그는 전화를 받고, 곧바로 응급실로 다시 뛰어 들어갔다.

입원 환자 명단을 보고 있는 한 여성  (카라카스=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1일(현지시간) 가족을 찾는다고 밝힌 여성이 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 목록을 확인하고 있다. 2026.07.01. buff27@yna.co.kr

입원 환자 명단을 보고 있는 한 여성 (카라카스=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1일(현지시간) 가족을 찾는다고 밝힌 여성이 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 목록을 확인하고 있다. 2026.07.01. buff27@yna.co.kr

병원 곳곳에는 실종자 포스터와 함께 환자 명단이 붙어 있었다. 한 여학생은 휴대전화로 명단을 찍으며 실종된 가족을 확인하러 다니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온 마리아 메히야 씨는 "가족이 있을 것 같아 와 봤다. 하지만 여기도 없었다. 친척들을 찾고 있다"면서 다시 발길을 돌렸다.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연쇄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2천700명에 육박했고, 부상자는 1만2천명을 넘어섰다. 유엔에선 실종자가 5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건물 잔해를 치우는 것조차 현재로선 요원한 상태이기 때문에 사망자가 늘어나는 건 불 보듯 뻔하다. 지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을 훌쩍 넘으면서 생존자 1명을 발견하면 '기적'처럼 보도되는 게 현실이다. 병원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가족들은 암담함을 넘어 절망의 심연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듯했다.

카라카스 미란다 공원에 마련된 이재민 임시 거처  (카라카스=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지난 1일(현지시간) 카라카스 미란다 공원에 마련된 이재민들의 임시 거처. 2026.07.01 buff27@yna.co.kr

카라카스 미란다 공원에 마련된 이재민 임시 거처 (카라카스=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지난 1일(현지시간) 카라카스 미란다 공원에 마련된 이재민들의 임시 거처. 2026.07.01 buff27@yna.co.kr

절망에 빠진 이들은 비단 실종자 가족뿐이 아니다. 이번 지진으로 한 순간에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삶도 뿌리째 뽑혔다. 정부는 카라카스의 대형 공원에 그런 이들을 위해 임시거처를 마련했다.

이날 카라카스에서 가장 큰 미란다 공원에는 거대한 텐트촌이 형성돼 있었다. 터전을 잃고 피난 온 이재민들이 텐트의 주인공들이다.

빌마 카르도소 씨는 아들과 함께 공원에서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그는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 중 하나인 라과이라주의 '플라야 그란데'(Playa Grande)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어디 다녀온 후에 집에 들어가려고 현관문 앞에 서 있었는데, 그때 지진이 찾아왔어요. 천만다행으로 화를 면했죠."

카르도소 씨는 자조적인 웃음을 띠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운 좋게 살아남았어도 버티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했다. 그는 "아직 샤워실도 없다. 화장실은 있지만 멀리 가야 한다"며 "상태가 좋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공원에서 살고 있는 이재민  (카라카스=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1일(현지시간) 라과이라주 플라야 그란데에 살다가 카라카스 미란다 공원의 한 텐트로 거처를 옮긴 카를로스 발레스 씨 2026.07.01 buff27@yna.co.kr

공원에서 살고 있는 이재민 (카라카스=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1일(현지시간) 라과이라주 플라야 그란데에 살다가 카라카스 미란다 공원의 한 텐트로 거처를 옮긴 카를로스 발레스 씨 2026.07.01 buff27@yna.co.kr

그녀의 아들 카를로스 발레스는 "이재민들이 돌아가며 자체적으로 화장실을 치우고 있다"며 "공원 관계자들이 도와주고는 있지만, 일손이 부족하다. 언제까지 여기서 머물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 모자(母子)는 한목소리로 "한국에 가고 싶다. 갈 때 나도 좀 데려가 달라"고 요청했다.

국영석유회사(PDVSA)에서 변호사로 일한 난시 모르가도 씨는 집이 완전히 무너지진 않았지만, 이틀 전 공원으로 대피했다. 그는 "집에 금이 가 무서워서 별다른 준비도 못 하고 나왔다"면서 "금이 간 집에서 사니 그간 잠도 못 잤다"고 말했다.

그는 "집 생각이 나지만, 이런 대지진 속에서 살아있는 것 자체에 감사함을 느낀다"며 "그간 수면제를 먹으며 잠을 청했는데, 그마저도 잘 오지 않았다. 여기 나와서 어젯밤 처음으로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완전한 안전이 담보되기 전까지는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https://v.daum.net/v/20260704074122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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