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베네수 강진 르포] "한국 데려가 달라"…삶이 뿌리째 뽑힌 주민들
1,947 1
2026.07.04 10:27
1,947 1

응급실 앞에서 40~50m 떨어진 휴게시설에서 부상자 가족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트라보스 씨 가족은 재빨리 응급실로 들어갔다. 대기 가족은 적게 잡아 200명이 넘어 보였다.

페레스 카레뇨 병원 응급실 (카라카스=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1일(현지시간) 카라카스 페레스 카레뇨 병원 응급실 앞

페레스 카레뇨 병원 응급실 (카라카스=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1일(현지시간) 카라카스 페레스 카레뇨 병원 응급실 앞

응급실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의사가 있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그는 응급의학과 전공이 아니라고 했다. 비뇨기과 의사인 그는 쇄도하는 부상자들 탓에 긴급 지원을 나왔다고 했다.

"하루에 2~3시간 정도 쉬는 것 같아요. 모든 의사가 '풀가동 체제'로 동원돼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비뇨기과 전공이라서 도와주는 정도죠."

그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연쇄 지진 발생 후 지진과 관련해 600명이 넘은 환자들이 병원에 실려 왔다. 다리를 다치는 등 골절 환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살아서 응급실로 오는 환자 수는 점점 줄고 있다. 이날은 지진 구조 현장에서 3명만 병원으로 실려 왔다고 했다.

잠을 못 자 눈이 충혈된 상태의 그는 전화를 받고, 곧바로 응급실로 다시 뛰어 들어갔다.

입원 환자 명단을 보고 있는 한 여성  (카라카스=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1일(현지시간) 가족을 찾는다고 밝힌 여성이 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 목록을 확인하고 있다. 2026.07.01. buff27@yna.co.kr

입원 환자 명단을 보고 있는 한 여성 (카라카스=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1일(현지시간) 가족을 찾는다고 밝힌 여성이 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 목록을 확인하고 있다. 2026.07.01. buff27@yna.co.kr

병원 곳곳에는 실종자 포스터와 함께 환자 명단이 붙어 있었다. 한 여학생은 휴대전화로 명단을 찍으며 실종된 가족을 확인하러 다니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온 마리아 메히야 씨는 "가족이 있을 것 같아 와 봤다. 하지만 여기도 없었다. 친척들을 찾고 있다"면서 다시 발길을 돌렸다.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연쇄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2천700명에 육박했고, 부상자는 1만2천명을 넘어섰다. 유엔에선 실종자가 5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건물 잔해를 치우는 것조차 현재로선 요원한 상태이기 때문에 사망자가 늘어나는 건 불 보듯 뻔하다. 지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을 훌쩍 넘으면서 생존자 1명을 발견하면 '기적'처럼 보도되는 게 현실이다. 병원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가족들은 암담함을 넘어 절망의 심연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듯했다.

카라카스 미란다 공원에 마련된 이재민 임시 거처  (카라카스=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지난 1일(현지시간) 카라카스 미란다 공원에 마련된 이재민들의 임시 거처. 2026.07.01 buff27@yna.co.kr

카라카스 미란다 공원에 마련된 이재민 임시 거처 (카라카스=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지난 1일(현지시간) 카라카스 미란다 공원에 마련된 이재민들의 임시 거처. 2026.07.01 buff27@yna.co.kr

절망에 빠진 이들은 비단 실종자 가족뿐이 아니다. 이번 지진으로 한 순간에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의 삶도 뿌리째 뽑혔다. 정부는 카라카스의 대형 공원에 그런 이들을 위해 임시거처를 마련했다.

이날 카라카스에서 가장 큰 미란다 공원에는 거대한 텐트촌이 형성돼 있었다. 터전을 잃고 피난 온 이재민들이 텐트의 주인공들이다.

빌마 카르도소 씨는 아들과 함께 공원에서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그는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 중 하나인 라과이라주의 '플라야 그란데'(Playa Grande)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어디 다녀온 후에 집에 들어가려고 현관문 앞에 서 있었는데, 그때 지진이 찾아왔어요. 천만다행으로 화를 면했죠."

카르도소 씨는 자조적인 웃음을 띠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운 좋게 살아남았어도 버티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했다. 그는 "아직 샤워실도 없다. 화장실은 있지만 멀리 가야 한다"며 "상태가 좋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공원에서 살고 있는 이재민  (카라카스=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1일(현지시간) 라과이라주 플라야 그란데에 살다가 카라카스 미란다 공원의 한 텐트로 거처를 옮긴 카를로스 발레스 씨 2026.07.01 buff27@yna.co.kr

공원에서 살고 있는 이재민 (카라카스=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1일(현지시간) 라과이라주 플라야 그란데에 살다가 카라카스 미란다 공원의 한 텐트로 거처를 옮긴 카를로스 발레스 씨 2026.07.01 buff27@yna.co.kr

그녀의 아들 카를로스 발레스는 "이재민들이 돌아가며 자체적으로 화장실을 치우고 있다"며 "공원 관계자들이 도와주고는 있지만, 일손이 부족하다. 언제까지 여기서 머물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 모자(母子)는 한목소리로 "한국에 가고 싶다. 갈 때 나도 좀 데려가 달라"고 요청했다.

국영석유회사(PDVSA)에서 변호사로 일한 난시 모르가도 씨는 집이 완전히 무너지진 않았지만, 이틀 전 공원으로 대피했다. 그는 "집에 금이 가 무서워서 별다른 준비도 못 하고 나왔다"면서 "금이 간 집에서 사니 그간 잠도 못 잤다"고 말했다.

그는 "집 생각이 나지만, 이런 대지진 속에서 살아있는 것 자체에 감사함을 느낀다"며 "그간 수면제를 먹으며 잠을 청했는데, 그마저도 잘 오지 않았다. 여기 나와서 어젯밤 처음으로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완전한 안전이 담보되기 전까지는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https://v.daum.net/v/20260704074122994

댓글 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라네즈X더쿠🩶여름에도 매끈보송한 피부 완성! 네오 쿠션 더 매트 체험단 모집(50인) 534 07.01 79,489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694,004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3,125,59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591,04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6,378,815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77,02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90 21.08.23 8,638,038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5 20.09.29 7,540,192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36 20.05.17 8,757,764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3 20.04.30 8,647,329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651,027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08407 이슈 TXT도 아빠는 처음이라 | TXT의 육아일기 EP.09 11:39 26
3108406 이슈 7세기에 연달아 나왔던 여성왕들 스이코, 선덕, 고교쿠, 진덕, 지토, 그리고 측천무후 이 여성왕들은 동시대 사람들이야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을 거야 11:39 105
3108405 유머 친구집 놀러갔다가 강아지 데려온 이유 11:39 196
3108404 이슈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선진국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어보았다 2 11:37 442
3108403 유머 비범한 증언이 쏟아지는 대구공항 3 11:36 689
3108402 이슈  “태울수록 예쁘다”... 미국 Z세대 사이 ‘탄맥싱’ 확산 11 11:36 621
3108401 이슈 '스벅 가야지'는 스포츠에서 흔한 야유 26 11:36 840
3108400 이슈 데뷔 전 이준영을 감동시킨 유재석의 응원🥹 (유퀴즈) 3 11:34 342
3108399 유머 한캄남은 월드컵 역빙고 근황 6 11:34 707
3108398 이슈 하필 최혜선 옆에 이관희가 앉아있었고 5 11:31 960
3108397 이슈 킹키님한테 설렌적 있죠? 네. 5 11:31 976
3108396 이슈 울면서 카보베르데 팀에세 마지막 인사하는 꼬마팬 11 11:31 1,356
3108395 유머 젭티 자막 담당자 90년대 초딩의 영혼이 뇌를 지배하나 봄 12 11:28 1,466
3108394 이슈 종로구 인스타계정(official)에 올라온 종돌이 컴백 릴스 6 11:28 573
3108393 이슈 박찬욱과 봉준호의 기괴함 차이 4 11:27 1,220
3108392 기사/뉴스 최대훈, 코어력 美쳤다…'폭싹' 자전거→'김부장' 태권도 액션 3 11:25 701
3108391 이슈 말시킬까봐 종이학 접은 황정민, 말시킬까봐 담배피러간 조인성 7 11:25 1,900
3108390 이슈 대중들이 환장하는것 같은 드라마 장르들 취향 뽑아보기 2 11:24 323
3108389 유머 도경수: 방귀뀌지말고 소: 네그럼똥쌀게요 9 11:20 1,562
3108388 정치 개인정보 원본의 AI 활용을 허용하는 개인정보 보호법 통과됐대 17 11:18 1,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