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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살인사건 증거 없애도 가족이면 면책… 도마 오른 ‘친족 특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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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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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858733?ntype=RANKING

 

여고생 살인사건 계기로 드러난 빈틈
중대범죄 증거인멸도 가족이면 불처벌
日은 법원 재량, 獨은 공무원 예외
佛은 범인 은닉만 제한적 면책 인정
美·英·中, 가족 이유 면책 조항 없어

고 이채원양의 49재 추모식이 열린 지난달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광역시교육청시민협치진흥원에서 추모식에 참여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이채원양의 49재 추모식이 열린 지난달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광역시교육청시민협치진흥원에서 추모식에 참여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장윤기의 부친이 아들 자취방에 있던 물품을 폐기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형법상 ‘친족 특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장씨 부친은 현직 경찰관이다. 수사기관은 폐기된 물품이 장씨의 범행 동기와 성범죄 목적 여부를 판단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은 가족이 증거를 없앤 경우 처벌하지 않는 특례를 두고 있다.

면죄부가 되는 조항은 형법 제155조 제4항이다. 이 규정은 친족이나 동거 가족이 피의자를 위해 증거를 인멸 또는 은닉·위조·변조하거나 위·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경우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일반적으로 타인의 형사사건 증거를 인멸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대상이다.

증거인멸 친족 특례의 바탕에는 가족인 피의자의 처벌에 협조하라고 형벌로 강제하기 어렵다는 정서가 깔려 있다. 부모나 배우자, 자녀가 피의자를 감싸려는 심리까지 국가가 처벌할 수는 없다는 인식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1일 페이스북에서 이 특례의 한계를 거론하며 “가족을 감싸고자 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혈연적 본성을 사법의 관점에서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 사건은 이 조항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일면식 없는 미성년자를 살해한 중대범죄에서 범행 목적 규명에 주요한 물품을 없앤 행위를 ‘가족이 아들을 감쌌다’고 처벌하지 못하는 구조가 타당하냐는 것이다. 장씨의 부친이 이런 법체계에 익숙한 현직 경찰관이었다는 점까지 겹쳤다.
 

가족이 증거 버리면… 日은 법원 판단

증거인멸죄에 친족 불처벌 규정이 들어간 건 1953년 한국 형법을 제정하면서부터다. 그전에는 일제강점기 조선형사령에 따라 일본 형법을 적용했는데 거기에 이미 해당 조항이 있었다. 당시에는 친족 관계가 더 강하게 작동했고, 국가가 집안일에 개입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다.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장윤기가 지난 5월 14일 광주 서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뉴시스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장윤기가 지난 5월 14일 광주 서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뉴시스
그렇다면 한국과 형법 구조가 가장 비슷한 일본은 어떨까. 일본 형법도 제105조에서 친족이 범인이나 도주자를 숨겨주거나 그들을 위해 증거를 인멸한 경우 형을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한국과 중요한 차이가 있다. 한국은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불처벌 조항이지만 일본은 ‘처벌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임의적 면제 조항이다. 사건의 중대성, 증거 폐기의 정도, 행위자의 지위 등을 고려해 재판부가 형 면제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다.

일본에서 이 조항이 쟁점으로 거론된 사례가 2014년 홋카이도 난포로초 여고생 가족 살해 사건이다. 당시 할머니와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은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은 “흉기로 쓰인 칼을 언니가 운전한 차를 타고 버리러 갔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범행 현장인 자택에서 5㎞ 정도 떨어진 공원에서 흉기가 발견됐다. 만약 여학생의 언니가 흉기 버리는 일을 돕기 위해 차를 운전했다면 증거인멸을 도운 셈이 되는 상황이었다. 이 사건은 ‘가족이 증거 은닉을 도우면 처벌되는가’라는 질문을 불렀다.

당시 이 문제를 다룬 일본 변호사닷컴의 해설성 기사에서 가미오 다카히로 변호사는 “언니는 ‘친족’이기 때문에 면제 규정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이런 사례에서는 기소까지 이르지 않아 재판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제로 형 면제 규정이 적용되는 일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여학생의 언니는 이후 재판에 넘겨졌지만 혐의는 증거인멸이 아니라 살인방조였다. 수면제와 장갑을 준비해 범행을 도운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는 2016년 2월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가해 여학생은 의료소년원에 송치됐다. 법원은 오랜 학대가 범행 동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경찰 가족’ 논란 부른 獨 리양제 사건

일본·한국 형법에 영향을 준 독일도 친족 보호를 인정하고 있다. 특징은 공무원은 예외로 둔다는 점이다. 독일 형법 제258조는 타인의 형사처벌이나 형 집행을 고의로 방해하는 이른바 처벌방해죄를 규정한다. 그리고 같은 조 제6항은 친족을 위해 그런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즉 일반 부모가 자녀의 처벌을 피하게 하려 한 경우라면 면책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형사 절차나 형 집행에 관여하는 공무원이 그런 행위를 하면 공무상 처벌방해죄로 더욱 무겁게 처벌하는 제258a조가 별도로 규정돼 있다. 경찰, 검사, 판사 등이 대상에 해당한다. 이 경우 친족 면책은 적용되지 않는다.
 

고 이채원양의 49재 추모식이 진잔달 21일 광주 광산구 광주광역시교육청시민협치진흥원에서 진행 중인 모습. 뉴시스

고 이채원양의 49재 추모식이 진잔달 21일 광주 광산구 광주광역시교육청시민협치진흥원에서 진행 중인 모습. 뉴시스
독일에서 이 쟁점이 뚜렷하게 드러난 사례는 2016년 중국인 유학생 피살 사건이다. 독일 데사우로슬라우에서 건축을 공부하던 25세 중국인 여대생 리양제가 조깅을 나갔다가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사건이다. 피의자 커플 중 남성의 어머니가 경찰관, 의붓아버지는 그 지역 경찰서장이었다. 이 때문에 수사 초기부터 경찰이 피의자 가족을 감싸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사건에서 피의자의 어머니는 증인 조사 등 초기 수사에 관여했다. 의붓아버지는 범행 며칠 후 피의자 아들의 이사를 도왔다는 의혹을 받았다. 피의자가 체포 전 어머니와 40차례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독일 언론은 피의자들의 페이스북 계정 삭제, 공무상 처벌방해 의혹, 데사우 경찰에 대한 불신을 주요 쟁점으로 다뤘다. 의붓아버지는 경찰서장 직무에서 배제됐다.

당시 검찰은 피의자 부모에게 공무상 처벌방해 혐의를 적용할 충분한 단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사건은 ‘친족 보호’와 ‘수사기관 구성원의 공적 의무’가 충돌할 때 법이 어떻게 선을 그어야 하는지 보여준 사례로 거론된다.
 

佛, 범인은닉엔 예외… 증거인멸은 처벌

프랑스도 형사범죄에 친족 면책 규정을 둔 나라다. 단 범인은닉과 증거인멸을 구분한다. 프랑스 형법 제434-6조는 중범죄나 중대한 테러 행위의 범인에게 숙소·은신처·생활수단 등을 제공해 수색이나 체포를 피하게 한 경우 처벌한다. 다만 배우자, 사실혼 관계자, 직계친족과 그 배우자, 형제자매와 그 배우자 등을 예외로 둔다. 숨겨준 사람이 가족이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증거인멸은 다르다. 같은 법 제434-4조는 진실 발견을 방해할 목적으로 범죄 현장의 상태를 바꾸거나 범죄 발견, 증거 수집, 범인 유죄 입증에 도움이 될 문서나 물건을 파기·은닉·훼손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이 조항에는 친족 예외가 붙어 있지 않다. 오히려 진실 발견에 협력해야 할 직무상 지위에 있는 사람이 같은 행위를 하면 형이 가중된다. 가족의 범인 은닉은 일정 범위에서 봐주더라도 증거 자체를 없애는 행위는 엄격하게 보는 셈이다.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이 지난달 22일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윤기 엄정 처벌을 촉구하는 모습. 뉴시스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이 지난달 22일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윤기 엄정 처벌을 촉구하는 모습. 뉴시스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프랑스에서 지난해 2월 발생한 여중생 살해 사건은 가족 면책 쟁점이 부각된 최근 사례다. 23세 남성이 방과 후 귀가 중이던 11세 여학생을 숲으로 유인해 살해한 사건이었다. 피의자는 온라인 게임 도중 화가 나서 밖에 나갔다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당시 피의자의 여자친구가 범행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혐의(범죄 비신고)로 입건됐다. 피의자의 부모도 범죄 비신고와 문서·물건 훼손, 증인 회유 혐의로 정식 수사 대상이 됐다.

프랑스 형법 제434-1조는 범죄 사실을 알면서도 당국에 알리지 않는 행위를 처벌하지만 원칙적으로 범인의 직계친족, 형제자매, 배우자 등 가까운 가족에게는 면책을 인정한다. 프랑스 법률 매체 르클뤼브데쥐리스트는 이 규정에 대해 ‘가족적 연대’를 고려한 도덕적 면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피의자의 부모가 입건된 것은 피해자가 미성년자였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은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가족 면책을 주장할 수 없도록 했다. 이 사례도 친족 면책이 모든 범죄에 일괄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범죄인지, 피해자가 누군지에 따라 제한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美·英선 부모도 증거 숨기면 수사 대상

미국과 영국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인 은닉이나 증거인멸을 면책하는 조항이 없다. 미국 연방법은 범죄 사실을 알면서 범인의 체포·재판·처벌을 막기 위해 그를 돕는 행위를 사후종범으로 처벌한다. 공식 절차에서 쓰일 기록이나 물건을 훼손·은닉하는 행위도 별도 처벌 대상이다. 배우자 증언 특권처럼 가족관계를 고려하는 제도는 있지만 가족이 적극적으로 증거를 없애거나 범인을 숨기는 행위까지 일반적으로 면책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례로는 텍사스 임신부 커플 피살 사건이 거론된다. 2023년 12월 임신 중이던 18세 여성과 남자친구가 총에 맞아 숨진 사건에서 피의자의 아버지와 의붓어머니가 시신 은닉과 증거 조작 관련 혐의로 체포됐다.
 

고 이채원양의 담임이었던 정회윤 교사가 지난달 21일 광주 광산구 광주광역시교육청시민협치진흥원에서 열린 이양의 49재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던 중 오열하는 모습. 뉴시스

고 이채원양의 담임이었던 정회윤 교사가 지난달 21일 광주 광산구 광주광역시교육청시민협치진흥원에서 열린 이양의 49재 추모식에서 추모사를 하던 중 오열하는 모습. 뉴시스
영국에서도 범인을 도운 행위는 범인 조력이나 보통법상 사법방해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영국 검찰 지침은 증거 은닉·폐기, 허위 알리바이 제공, 장기간 체포 회피 지원 등을 사법방해 사례로 든다. 부모나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처벌에서 빠지는 일반 면책 규정은 없다. 가족관계가 양형에서 고려될 수는 있지만 한국처럼 법률상 불처벌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는 구조다.

2024년 9월 영국 남부에서는 나히드 에자즈 전 브랙넬포리스트 시장이 10대 여학생 성폭행 혐의를 받는 아들의 증거 은닉을 도운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경찰이 자택에 도착했을 때 진입을 지연시켜 아들에게 휴대전화를 숨길 시간을 벌어준 혐의를 받았다. 휴대전화에는 범행 장면이 담긴 것으로 의심되는 주요 증거물이었다. 에자즈 전 시장은 경찰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아들과 파키스탄 등에서 쓰이는 우르두어로 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올해 2월 사법방해죄 유죄 평결을 받았고 4월에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친족 면책 없는 中… ‘가족 고발’ 논쟁

중국은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문화권에 속하지만 형법에 친족 면책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중국 형법은 범죄자에게 은신처나 재물을 제공하거나 도피를 돕고 허위 증언으로 비호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증거를 없애거나 위조하도록 돕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면책하는 조항은 없다.

중국에서 관련 논쟁은 친족 면책 조항 적용 사례보다 ‘친친상은 대 대의멸친’ 논쟁으로 전개됐다. 친친상은은 가까운 친족끼리는 범죄를 숨겨주는 것을 일정 부분 허용해야 한다는 전통적 관념이다. 반대로 대의멸친은 공적 정의를 위해 가족이라도 고발하거나 사법기관에 넘겨야 한다는 태도다.
 

임문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고 이채원양의 49재 추모식이 열린 21일 광주 광산구 광주광역시교육청시민협치진흥원에서 헌화하는 모습. 뉴시스

임문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고 이채원양의 49재 추모식이 열린 21일 광주 광산구 광주광역시교육청시민협치진흥원에서 헌화하는 모습. 뉴시스
2010년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친족이 피의자를 묶어서라도 사법기관에 넘기는 행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양형에서 참작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이를 두고 중국 내에서는 가족 윤리를 해친다는 비판과 범죄 수사에 필요하다는 반론이 충돌했다. 2012년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도 가까운 친족의 증언 강제 문제를 두고 ‘친친상은’ 이념의 일부 회귀라는 평가가 나왔다.
 

광주 사건이 드러낸 일률 면책의 한계

해외 주요국 사례와 비교할 때 한국 형법의 친족 면책 규정은 특수한 경우로 평가된다. 일본은 한국과 비슷한 친족 특례를 두지만 법원이 형 면제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독일은 일반 친족의 처벌 방해를 면책하면서도 수사·집행 공무원에게는 예외를 둔다. 프랑스는 범인 은닉에 친족 예외를 인정하지만 증거인멸에는 예외를 두지 않는다. 미국·영국·중국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증거인멸이나 범인 은닉을 일률적으로 면책하지 않는다.

한국 친족 면책의 특징은 적용이 일률적이라는 점이다. 중대범죄인지, 피해자가 미성년자인지, 폐기된 물건이 핵심 증거인지, 증거인멸을 한 사람이 수사기관 구성원인지 등을 따지지 않는다.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증거인멸죄 처벌이 불가능하다.

(중략) 이번 사건이 촉발한 향후 친족 특례 관련 논의에서는 특례를 유지하더라도 중대범죄, 공무원 관여, 핵심 증거 폐기에는 예외를 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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