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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단독] 집단 성폭력 의심되는데…경찰 부실 수사로 핵심 피의자 무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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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2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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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여성에 대한 집단 성폭력 정황이 강하게 의심되는 사건에서, 경찰이 가해자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등 기초적인 증거 확보도 하지 않고 5개월간 부실 수사를 벌인 끝에 핵심 피의자를 무혐의 처분한 사실이 1일 확인됐다. 


경찰은 피의자 3명 중 1명만 준강제추행 혐의로 송치하고 범죄가 의심되는 디엔에이(DNA)가 확인된 피의자는 ‘합의가 있었다’는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여 불송치했다. 뒤늦게 피해자의 이의신청으로 경찰의 보완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애초 수사를 담당한 관할 경찰이 다시 사건을 맡게 돼 다른 결과가 나올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직접 보완수사에 나서지 않은 검찰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겨레 취재 결과, 피해자 김유진(가명)씨는 지난해 10월 포항에서 친구 2명과 술을 마셨다. 이 자리에는 남성 3명도 동석했다. 술자리는 새벽 늦은 시각까지 이어졌고 김씨는 집으로 가려고 택시를 탔는데, 동승한 남성 3명이 “술을 더 마시자”며 일행 중 1명의 아파트로 김씨를 데리고 갔다고 한다.

김씨가 아파트에서 잠이 들었다가 깼을 때 남성 ㄱ씨가 자신을 강제추행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열린 방문 앞에서는 다른 남성 ㄴ씨와 ㄷ씨도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한다. 김씨가 “무슨 짓이냐”고 화를 내자, ㄴ씨는 “너무 많이 취해서 그랬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김씨는 아파트에서 뛰쳐나와 행인의 휴대전화를 빌려 112에 신고했고, 해바라기센터에 인계됐다.

사건 직후 김씨는 피해 사실을 강제추행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 ㄴ씨의 성폭력이 의심되는 정황이 확인됐다. 준강간(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성폭행)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정황증거였다. ㄴ씨는 수사 초기 경찰 조사에서 이 같은 진술을 하지 않았다가, 국과수 결과가 나오자 “합의로 이뤄진 것”이라고 뒤늦게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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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북부경찰서는 이 사건을 5개월 동안 끌다가 ㄴ씨의 특수준강간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지난 3월 불송치했다. ㄷ씨도 무혐의 처분했다. 김씨가 강제추행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증언한 ㄱ씨만 준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ㄴ씨 무혐의 처분과 관련해 ‘합의에 의한 것’이라는 ㄴ씨 일방의 진술에 기대 김씨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경찰이 수사를 졸속으로 뭉갠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면서 피의자 일부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실제 경찰은 기본적인 수사 절차조차 따르지 않거나 피의자들의 공모 여부 등을 입증할 핵심 물증 확보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지난해 10월7일 사건 발생 직후 해바라기센터에서 한차례 진술을 남겼다. 경찰은 그 뒤 피의자들을 먼저 조사하고 석달 지난 1월3일에 피해자 김씨를 다시 조사했다. 조사는 1회에 그쳤다. 당시 김씨의 진술조서를 보면 피의자 쪽의 항변을 바탕으로 되려 김씨를 추궁하는 대목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다.


아울러 성범죄 초동수사 단계의 기본인 휴대전화 압수수색, 약물 검사, 참고인 조사 등의 절차도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를 아파트로 데려가 조직적으로 유인·고립시키려고 했는지 등 피의자들의 사전 공모 여부를 규명하려면 휴대전화 압수수색이 필수인데도 이를 위한 영장 신청도 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 전후 상황을 직접 목격한 김씨의 친구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제대로 없었고, 술집·노래방 등 피의자들이 머물렀던 건물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확보도 부실하게 이뤄졌다. 오히려 아파트 시시티브이를 확보해 김씨의 보행 상태가 양호해 만취 상태로 보기 어렵다며 김씨에게 불리한 증거로 사용했다. 김씨가 거짓말탐지기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갑자기 담당자가 교통사고가 났다는 이유로 이를 이행하지 않기도 했다.


포항북부경찰서를 관할로 둔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지난 5월14일 ㄴ씨에 대한 불송치 처분을 재수사하도록 경찰에 요구했다. 사건 발생 7개월 만이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 뒤 검사는 90일간 기록을 검토해 사건 종결 여부를 결정하는데, 불송치 처분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의 재수사 요구와 비슷한 시기에 피해자 쪽은 포항북부경찰서에 사건 불송치에 대한 이의신청을 했다. 고소인 등의 이의신청 시 사건은 관할 검찰청으로 넘어간다. 

이에 포항지청은 ㄴ씨뿐만 아니라 사건 전체에 대한 보완수사를 경찰에 요구했다. 지난 3월10일 경찰의 송치·불송치 결정 뒤 절차적 과정에만 2개월의 시간이 허비된 셈이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 수사팀이 다시 사건을 맡게 돼 다른 결론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안 변호사는 “이런 사건은 경찰이 재수사해도 결론이 안 바뀔 가능성이 크다”며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바로 검사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겠다고 나섰어야 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고소인(피해자)이 이의신청을 하는 경우 검찰은 직접 보완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김씨와 그의 아버지는 “경찰이 부실 수사를 했다”며 불송치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씨의 아버지는 한겨레를 만나 “불송치 결정서를 50번 넘게 읽었는데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며 “우리 딸이 피해자이지 않나. 당연히 경찰에서 제대로 조사해줄 것으로 알고 기다렸는데, 만약 이대로 경찰 수사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도저히 한국에서 살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항북부경찰서 관계자는 “일부 술집 시시티브이는 확인했으며, 김씨의 친구 1명에 대해서는 전화 조사를 했다. 해바라기센터에서의 조사가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에 대한 조사도 2차례 이뤄진 것이다”라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보완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812302?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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